K-배터리 '탈중국' 열쇠 쥔 포스코퓨처엠…"문제는 가격"

최경민 기자 2024. 1. 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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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제 1차관(왼쪽)과 포스코퓨처엠 김준형 사장(오른쪽)이 간담회 참석을 위해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공급망 독립을 위해 인조흑연 음극재 등 음극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해외 저가제품으로 인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 17일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찾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게 이같이 말했다. 강 차관이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점검'에 나선 자리였다. 김 사장이 언급한 '해외'는 저가제품을 앞세워 음극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으로 해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을 2025년까지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수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김 사장의 말에 배어 있었다.
◇포스코퓨처엠 분전에도…中 장악한 흑연 음극재
음극재는 양극재와 함께 이차전지의 필수 소재로 꼽힌다. 충전 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주며 전체 배터리 원가의 약 14%를 차지한다.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한다. 실리콘 등 신소재를 활용한 음극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진 흑연을 주재료로 삼는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흑연 음극재 플레이어였다. 포스코퓨처엠은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부문을 인수한 뒤 꾸준히 투자하며 사업을 고도해왔다. 생산 능력을 현재 연 8만2000톤 수준에서 2030년 37만톤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은 2021년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8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원료인 흑연 역시 중국의 생산 비중이 80% 수준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흑연의 경우 90%가 중국산일 정도다. 업계는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도 지금까진 거의 중국산 흑연으로 만들어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 방침을 밝혔을 때 배터리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이유다.
◇흑연 탈중국의 단추 '인조 흑연'
강 차관이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점검'을 위해 포스코퓨처엠을 찾은 이유도 명확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탈중국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기업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천연흑연이 아닌 '인조흑연'을 통한 음극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조흑연은 포스코 제철소에서 나온 콜타르를 가공해 만든 침상코크스를 원료로 한다. 포스코 제철소 부산물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가능하다. 중국의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는 방식인 셈이다. 인조흑연의 경우 소재 구조가 천연흑연 대비 균일하고 안정적이어서 급속충전에 더 적합하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생산규모는 연 8000톤 수준이다. 이를 2025년 1만8000톤, 2026년 5만8000톤을 거쳐 2030년 15만3000톤까지 키운다는 게 포스코퓨처엠의 계획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강 차관 역시 '인조흑연 공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가격 경쟁력…"지원 아끼지 않을 것"
문제는 김 사장이 거론한 것처럼 '가격'이다. 천연이든 인조든, K-음극재의 경우 중국 제품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비전공감 2023' 행사를 통해 음극재 사업을 직접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KWh(킬로와트시) 당 170원 정도인데, 중국은 거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음극재를 만드는 데는 전기가 많이 든다. 천연 흑연은 약 1500도 정도까지, 인조 흑연은 3000도까지 소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 이차전지 공급망의 중요한 축이라고 해도 포스코퓨처엠에만 특별히 낮은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핸디캡을 계속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김 사장의 강 차관을 향한 발언에 '답답한 심정'이 녹아 있던 이유다. 일단 강 차관은 김 사장의 지원 요청에 "정부는 금융·세제, R&D, 규제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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