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혹하게 하는 ‘커피 사투리’ [박영순의 커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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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특정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말투여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감을 준다.
소비자를 혹하게 하는 '커피 사투리'도 경계할 일이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데 커피 가루 18~20g(통상 14g)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고 광고하는 것은 '커피 사투리'이다.
비싼 커피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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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특정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말투여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감을 준다. 외국어와는 다르게 앞뒤 어휘를 조합해 추정하면 맥락을 알 수 있기에 큰 거부감이 없다. 과학의 발달로 물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고립된 지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투리는 13만5000개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데 커피 가루 18~20g(통상 14g)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고 광고하는 것은 ‘커피 사투리’이다. 사용한 커피의 등급을 좋은 것으로 바꿔야지 양만 늘려 추출하는 것은 농도만 강하게 할 뿐이다. 소비자가 어느 나라의 무슨 등급을 언제 수확한 것인지를 따지면 이런 억지는 사라질 수 있다.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커피는 없다. 비싼 커피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비싸면서도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여러 산지의 커피를 섞어서 추출한 커피를 더 고급스러운 양 포장하는 것도 ‘잡음’이다. G1 등급인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에티오피아-콜롬비아-과테말라-브라질’ 등 4가지 산지를 블렌딩해 한 잔에 담은 커피가 더 좋고 향미가 풍성하다고 우기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한 잔으로 맛보는 것은 언뜻 더 매력적이고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논리라면 비싸게 팔린 기록을 남긴 커피들이 ‘블렌디드 커피’이어야 하는데, 100% 싱글오리진(단종 커피)이다. 최고의 커피는 향미뿐 아니라 자란 땅의 이야기도 행복을 선사한다.
섞어야 맛있다고 팔면서, 정작 최고가의 기록들은 왜 섞지 않은 ‘나 홀로 커피’들이 싹쓸이를 하는 것일까? 여러 산지를 섞으면 중간은 갈지 몰라도 최고가 될 수 없다. 블렌디드 커피는 대부분 보관기간이 오래됐거나 애초 값싼 생두를 내다 팔기 위한 고육책이기 때문이다. 묵은 생두만으로 커피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멀쩡한 커피에 섞는 방식으로 ‘맛을 묻어가게’ 하는 것이다.
세계챔피언이 진행한 프로파일을 입력했다며 비싼 로스팅기를 판매하는 화술도 기만이다. 로스팅기 시장에서는 사투리를 넘어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상술이 판을 친다. 같은 생두라도 주변의 온도에 따라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온도계가 꽂힌 상태에 따라 로스팅 프로파일이 달라진다. 이럴진대 생두까지 다른 상황인데도 똑같은 프로파일로 세계챔피언의 맛을 낼 수 있다고 하는 ‘그들만의 문법’은 커피 애호가들을 화나게 한다. 이런 구태를 없애기 위해선 소비자가 올바른 지식으로 무장하고 얄팍한 사투리에 숨어 있는 상술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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