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액기부 행렬 이어지는 서울대 도서관… “힘들 때 의지했던 곳”
최근 서울대 도서관 관정관에 MZ세대 학생들의 소액 기부가 늘고 있는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학생들의 기부가 늘면서 도서관 측은 논의를 거쳐 다음 달부터 키오스크 디지털 모금함을 설치하기로 했다. 관정관 1층에 있는 소액 모금함에는 이곳을 지나치는 학생들이 현금으로 소액을 기부해 왔는데 키오스크가 설치되면 카드로도 기부금을 낼 수 있게 된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4년 1월까지 기명으로 기부금을 낸 00학번 이후 MZ세대 동문은 90명이다. 이중 100만원 이하 소액 기부가 67건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기부 건수는 38건인데, 2020년 이후 29건이 증가해 4년만에 약 75% 증가했다. 계좌이체나 소액 모금함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약 1억4000만원이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소액 모금함에 익명으로 기부금을 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관정관 1층에 있는 소액 모금함에는 지난 2년간 학기당 평균 120만원이 모였다고 한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19학번 엄정빈(24)씨는 최근 소액 모금함에 1만원을 기부했다. 엄씨는 “서울대에 입학하기 전 관정관을 보면서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며 “마침내 입학했을 땐 관정관이 제게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고 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관정관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관정관이 기부금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힘들때 의지했던 도서관에 기부금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학부 이재연(24)씨는 “도서관 벽에 붙어 있는 기부자 명단을 보면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기부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다”며 “비록 소액이지만 도서관을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를 표하고,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2만원을 기부했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학생들은 현금을 잘 안 들고 다니기 때문에 키오스크 기부함이 생기게 되면 선뜻 기부하겠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지능정보융합학과 안지수(28)씨도 3년 전부터 1만~3만원의 소액을 기부해왔다고 한다. 안씨는 “학교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며 “대학원 연구실보다 관정관에서 공부할 때 마음이 편해져 이곳을 자주 찾았는데 휴식처가 돼 준 관정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주변 지인들에게도 소액은 부담이 크지 않으니 후배들을 위해 기부를 하자고 권유한다”고 했다.
소액 기부가 늘면서 관정관 측은 카드로 기부금을 낼 수 있는 키오스크 모금함 설치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학생들 대부분이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지 않고, 기부 의사가 있어도 계좌 이체는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키오스크를 설치하면 학생들의 기부 참여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2020년 이후에 들어온 기부금은 관정관 옆 중앙도서관 본관 리모델링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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