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빈 "올해 계획?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기" [인터뷰]
"정우성, 현장을 사랑하는 배우"
배우 신현빈은 어느 날 시사회장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얼굴 좋아졌다"는 칭찬을 건넸다. 그런 신현빈의 피로감을 포착한 사람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로 호흡을 맞췄던 정우성과 김윤진 감독뿐이었다.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현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완성해 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대본 제안을 받았을 때, 마침 그는 '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신현빈은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더욱 관심이 갔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무슨 얘기하는지 알고 있어?'라는 말을 흔하게 하지 않나.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그 이상 소통이 됐는지 확인하는 거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아니다. 반면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시기다"라고 했다.
신현빈은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새로운 형식의 작품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단다. "30세 넘고 40세 넘은 인물들이 나온다. 상황이 안정돼 있지만은 않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인간적 호감이 있다고 해서 그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뭔가 불안하거나 요소가 생겼을 때 바로 얘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출연하게 된 신현빈에게 주변에서는 "그런 작품을 해서 좋겠다" "하길 잘했다" 등의 얘기를 해 줬다.
그는 방송을 본 후에는 특유의 템포를 느꼈다. 신현빈은 '이상한 드라마'라는 평이 유독 기억에 남는단다. 그는 "별 얘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끝났다'고 하시더라. '10분 방송됐나' 싶으면 끝날 때가 돼 있었다. 나도 보면서 신기했다. 이야기가 격정적이거나 사건이 크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간이 그만큼 흘러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가진 매력적인 템포 덕분이었다.
배우 신현빈은 극에서도 배우를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를 연구하던 그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정모은이)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니니까 연기를 잘해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더라.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연기를 못 하면 (배우 일을) 준비하고 있는 게 허황돼 보일까 걱정이었다. 잘해도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신현빈의 설명이다. 결국 그는 '연기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감독의 취향은 아니었다'는 설정으로 정리하고 정모은을 그려냈다.
신현빈은 멜로 파트너였던 정우성을 향한 깊은 신뢰를 내비쳤다. 신현빈은 "선배가 아니었다면 나도 쉽게 (출연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다. 선택할 때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나랑 함께할 때 그 힘을 받아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신현빈의 얼굴에 묻어난 피곤함까지 알아봤다. "시사회 때 다들 내게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사실 피곤한 날이었다. 딱 두 사람, 김윤진 감독님이랑 정우성 선배만 '힘들어?'라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정우성 선배를 보며 '현장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저도 현장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말이에요. 감독님한테 '정우성 선배를 보면 내 사랑은 진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어요."
김준한은 카메오로 나섰다. 신현빈은 "(김준한과) 통화했는데 쉬고 있다고 하더라. 정우성 선배와도 친분이 있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최희서 또한 특별출연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매력을 더했다. 신현빈은 "'희서야, 합법적으로 날 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와 보지 않을래?' 했더니 '그런 기회가 있다고?'라고 답하더라. 쉽지 않은 장면도 서로 편하니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도와준 덕에 의지가 됐다는 고백이었다.
제주도 촬영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신현빈은 "제주도에 많이 가 봤지만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분다는 건 촬영하면서 알았다. 제주도 갔을 때는 바람 불면 카페 들어가고 차에 들어가고 했다. (정우성) 선배도 바람밖에 생각 안 난다고 하더라. 바람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그런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완성된 화면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신현빈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여러모로 새로웠다. 연기도 그렇지만 반응도 '다들 이럴 수 있나' 싶었다. 잘 전달하려 노력했는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품을 잘 마친 그는 2024년도 열정과 행복으로 꽉 채워나갈 전망이다. "올해에는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고 싶어요.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노는 거 말고요. 지난해에는 열심히 놀지는 못했거든요. 하하."
한편 '사랑다고 말해줘' 최종회는 지난 16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