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11년만 멜로 귀환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배우 정우성은 수려한 외모에 더해 겸손한 마음까지 가졌다. 그는 '서울의 봄'을 통해 새내기 천만 배우가 됐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천만 배우 타이틀 사양했다. 이런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11년 만의 멜로로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지난 16일 종영한 '사랑한다고 말해줘'(작가 김민정·연출 김윤진, 원작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드라마다. 정우성은 극 중 차진우의 배역을 맡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3년 전 정우성이 판권을 구매해 보유하고 있던 작품이자 그의 멜로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원작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 2화 엔딩에서 남자주인공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더라. 뒤통수를 깨어나게 하는 목소리였다. 저 사람에게도 내면의 소리가 있었지 싶어 충격받았다. 인상 깊게 각인되면서 이 드라마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판권을 구매한 13년 전을 회상하며 "내 앞에 대본이 나타나니까 용기를 내보려 했다"라며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차진우를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우성이니까 준다고 했던 원작 작가님의 말이 마음에 걸렸고, 그로 인해 원작과 다른 결의 드라마를 완성했다"라고 밝혔다.
정우성이 연기한 차진우는 청각에 문제가 있는 농인이다. 그는 수어랑 표정을 통해 대사 없이 연기하면서 느낀 점을 언급했다. 우선 수어는 대본이 나오면 대본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정우성은 "현장에선 늘 선생님이 계셨다. 수어 연기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 차진우라는 사람이 7살 이후로 평생을 쓰던 언어기 때문에 더 능수능란했어야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대사를 외우는 것과 수어를 익히는 것의 차이도 말했다. "(수어는) 어순이 다르고 직관적이라 재밌었다"라며 "비슷한 위치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본의 대사를 수어의 방식으로 순서를 바꿔야 했기에 그 과정이 더해졌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표정은 "그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시지만, 표현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차진우의 표정을 절제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차진우는 어떤 인물이냐는 질문에 정우성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차진우를 구체화해서 바라볼 순 없다. 설정된 상황과, 담긴 표현을 통해 이런 식이 되질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규정지어서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라며 "차진우의 표현 방식과 감정 교감이 만들어내는 것들을 찾아가는 형식이었다"라고 전했다. 정우성은 "장르는 멜로지만,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더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담긴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했단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에 대한 충실함이 아니라 대상의 존재와 나란히 바라보는 그런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차진우를 표현하려 술도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작들에선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촬영이 끝나면 술 한잔 하는 게 캐릭터 유지에 도움이 됐다"라며 "그러나, 자연스러운 모습에 더해 피로감이 느껴지면 안 됐기에 술을 끊었다"라고 밝혔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흥행이라 하기엔 부족한 시청률에 대해 정우성은 "물론 시청률이 높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빨리 훑어볼 수 없는 드라마다. 시간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며 "드라마를 봐주신 시청자분들이 남겨주시는 호평에 뿌듯함을 느낀다. 시청률이 좋아도 평이 갈리는 것보다, 좋은 평들이 남는 게 기쁘고 선물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라는 평이 제일 좋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우성은 주연 배우 신현빈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차진우와의 물리적 나이차이가 크지 않길 바랐다"라며 "마침 신현빈 배우가 이 대본이 가진 주제를 간파했고, 너무 반가웠다. 작업을 같이 하며 연출과 함께 긴 시간을 들여 많이 이야기를 했다. 굉장히 고마운 배우다. '신현빈 아니었으면 이 작품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멜로 작품에 오랜만에 복귀한 정우성은 "멜로와 영화 모두 불편하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선 굵은 작품과 멜로의 정우성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영화 연기는 통제되어 있기에 드라마처럼 촬영하긴 힘들다. 반면 드라마는 일상 속에 던져진다. 차진우를 통해 일상에 속해 있던 그 기간들이 너무 좋았다"라며 촬영 장면을 회상했다.
'서울의 봄'을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기도 한 정우성이다. '서울의 봄'으로 천만 배우 대열에 오른 그는 "'서울의 봄'이 천만을 넘은 거다. 관객들의 선택이기에 저의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영화 시장이 건전해지려면 300만에서 500만 영화가 많은 게 더 낫다. 점점 300만,500만 영화가 귀해질 것이다. 감사하지만, 우려도 큰 상황이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정우성은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은 부담된다. 저는 그냥 배우 정우성"이라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담백하던 그가 웃음을 보인 건 무대인사 일화를 밝히면 서다. "무대인사를 다닐 때 수어로 인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기억에 남는다"라며 수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232회의 무대 인사로 한국 영화 역사상 신기록을 세운 정우성은 "요새 젊은 친구들이 플랜카드에 결혼을 언급한다.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라고 나지막이 전달하며 웃었다.
정우성은 워커홀릭이라는 질문에 "이제는 휴식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는 "운동도 띄엄띄엄했다. 운동도 다시 하고 작품들도 다시 얘기하려고 한다. 정말 일만 했다"라며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우성은 "바로 이어 붙이려 했지만, 과부하가 스스로 온 걸 인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감독이란 꿈을 꿔보긴 했지만, 시기적 목표는 없었다.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할 때가 맞는 타이밍이 올 거라 생각했다. 고민은 하지만 앞으로 목표로 삼고 있진 않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사랑한다고 말해줘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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