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격려 차원?‥카톡과 녹취 속 담긴 1년간의 고통
양산시의회 남성 시의원이 사무처 여성 직원을 1년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는 보도로 조용한 경남의 한 도시에 지난주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습니다.
재선의 김태우 시의원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야당과 공무원노조가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성범죄임을 규탄했습니다.
시의원의 소속당이었던 국민의힘까지 윤리위원회를 소집하며 엄정 수사를 강조했지만 시의원은 그 전날 탈당해 버렸습니다.
[관련 보도][단독] 양산시의회 김태우 의원, 1년 넘게 직원 강제추행‥경찰 수사 착수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3100_36515.html
김 의원은 보도가 잇따르자, 언론에 한결같이 "격려 차원에서 한 행동에 대한 오해며 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MBC의 첫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기 전 취재진은 김 의원을 만나 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보도 전 추행 사실을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등을 뭐 허리를 친다든지 툭 치는 상황에 따라서 부딪히다 보면 아래쪽으로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죠. 허리 부분에서 엉덩이 부분이냐, 엉덩이냐."
김 의원이 이 말을 반복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엉덩이를 만지고 허리를 만지는 추행이 반복되면서 여직원이 항의했고 사과했던 SNS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은 이것만 실수라고 부정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지만, 취재진은 이미 피해자가 1년간 동안 추행과 갑질을 당할 때마다 지인들에게 당시 상황을 남긴 53개의 카카오톡 대화를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노래방, 음식점을 불려 나가 성추행을 당하고 친구, 의회 동료에게 추행 사실을 말한 기록이 날짜·시간별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김 의원이 직원을 '이쁜이'라고 부르거나 늦은 밤마다 전화를 건 증거도 있습니다.
성추행 당시 김 의원의 음성을 담은 녹취도 확보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2개의 녹음파일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모두 의원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추행이 상습적이어서 녹음도 가능했습니다.
엉덩이, 허리, 뽀뽀..
녹취 속에 담긴 김 의원의 말은 '격려하려다 생긴 오해'라는 해명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김 의원은 취재진에 이런 말도 했습니다.
"1년 동안의 과정을 생각하면 동생 같고 편한 사이라고 느낄 정도의 과정이 있었다."
친하다 보니 생긴 오해라는 말인데, 피해자가 성추행 있던 날 친구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유부남인 김 의원이 '썸타자고 했다', '고백을 거절했더니 또 괴롭힌다.'
미혼의 여직원은 김 의원이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괴롭힘과 험담에 시달려야 했기에 노래방 음식점으로 나온 거지, 호의로 나온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보도] "성추행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나?"‥1년간 아무 도움도 없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3814_36515.html
증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가 시의원이었기에 업무추진비에 기록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7일과 8월 21일...
피해자는 고깃집에 불려 가 김 의원과 단둘이 식사를 한 뒤, 성추행을 당했고 인근 노래방에서도 이어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피해 공무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려고 하면 와서 끌어안고 제가 '아유 좀 하지 마시라'고‥일부러 방이 있는 데를 가요. 끌어안고 이렇게 하려고‥"
그런데 업무추진비에는 4명이 의정활동 명목으로 고기를 먹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단둘이 있을 때 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말과 반대되는 것 같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금방 김 의원의 거짓말은 탄로 났습니다.
김 의원이 비밀이야기가 있다며 피해자에게 단둘이 보자고 보낸 메시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랏일 하라고 준 돈인데 사적으로 유용했고, 심지어 그 자리에서 추행까지 한 겁니다.
[관련 보도][단독] 성추행이 의정활동?‥"성추행했던 고깃집 비용도 업추비로 결제"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3437_36515.html
[김권준/전국공무원노조 양산지부장] "사람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때까지 꾹 참다가 마지막으로 도저히 안 되는 순간이 오니까 이번 일이 밝혀졌다고 봅니다."
[이묘배/양산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우리 의원들은 피해자가 직접 용기를 내어 내막을 밝히기 전까지 그 어떤 역할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김 의원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동료 공무원과 야당 여성의원들의 사과가 잇달았습니다.
그들의 사과에는 1년간 성추행만 당하다 피해자가 전출을 택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창피함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양산시의원들의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아직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김유나 기자(una@bus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564238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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