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요리는 삶의 흔적”… 현장서 부딪치며 스스로 깨달아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4. 1. 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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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카이세이’ 전상윤 셰프
전문적 교육 기관 거치지 않고 공부
현장서 느낀 살아있는 배움 자부심
제철 재료 선별해 오마카세 선보여
온도감 있는 샤리와 스시가 시그니처
“요리에 ‘진심’이라는 마음 담아 전달”
스시 카이세이의 전상윤 셰프를 만났다. 그는 운동선수의 꿈을 꾸던 고등학생 때 몇 차례 수술로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을 그만둔 뒤 단순히 겉모습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스무 살에 일식당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요리하게 된 계기다.
 
전상윤 셰프
전 셰프는 전문적인 요리 교육 기관을 거치지 않았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직접 책을 찾아가면서 공부했다. 성격상 어설프게 알아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에 항상 배울 것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일했다. 어린 시절에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콤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스스로 부딪치고 깨달아 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점이 열심히 살아온 하나의 흔적과도 같아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전 셰프가 운영 중인 레스토랑 스시 카이세이는 제철의 가장 좋은 재료들을 선별해 오마카세를 내놓는다. 메뉴 구성은 크게 두 가지. 스시 위주로 진행되는 런치 오마카세와 런치보다 좀 더 좋은 재료들로 구성하여 다섯 가지 정도의 쓰마미와 스시로 진행되는 디너 오마카세다. 여기에 스시, 지라시 스시, 사시미, 다테마키는 테이크아웃 메뉴로도 인기가 많다.
아마에비우니
시그니처는 온도감 있는 샤리와 제철 재료들의 조합으로 제공되는 스시다. 샤리에 전정한 온도감이 있어서 차게 느껴질 수 있는 사시미를 온화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다. 특히 샤리 위에 올라가는 제철 재료들은 각 절기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스시를 쥐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그 순간순간마다 하나의 스시가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시 카이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시를 만들고 제공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스시 하나를 선택해서 시그니처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제공되는 스시 전체가 스시 카이세이를 대표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참치
광어
한치
스시 오마카세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아직도 배가 다 차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 셰프는 그러한 부분을 보완하여 식사를 마친 고객들이 아쉽게 일어나지 않도록 넉넉하게 채워주기 위해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음식의 양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넉넉하고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위해 손님들과 중간중간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요리하면서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선배 요리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많이 생기게 됐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서 버텨 나가려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만큼의 고통과 어려움 또한 감내해야만 한다는 것을 음식을 하면 할수록 배우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고 일가를 이뤄낸 셰프들이나 장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렇게 듣는 이야기들은 업장 운영이나 고객에 대한 마인드를 새롭게 다잡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와 현장을 통해서 전 셰프가 깨달은 것은 성실함과 센스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한 가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수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낼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반복의 결과인 것처럼 처음에는 안 되던 기술이나 작업들도 성실을 다해 꾸준하게 연마하면 언젠가는 터득하게 된다. 여기에 센스까지 더해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날개를 단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은 음식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에 누군가를 상대할 때 센스가 뒷받침돼야만 어렵게 갈고 닦은 기술을 가장 좋은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다.

전 셰프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심하게 다듬어진 요리들에 반드시 진심이라는 마음을 담아서 전달하려고 한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를 만들면 음식을 준비할 때의 온기가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또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를 듣고 이야기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삶의 모습들은 스스로 몰랐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항상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재료들의 여러 맛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셰프라는 직업만이 가지는 최고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식재료를 찾아내고 공부하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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