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근육 운동으로 새 인생”…‘환갑의 보디빌더’ 박근직 경찰대 교수의 건강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4. 1. 20. 12:00
사람이 살면서 특별한 계기로 새롭게 변신할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경찰대 생활지도계 박근직 교수(60)는 10년 전 경찰간부후보생들을 지도할 때 충북 음성 꽃동네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서 중증장애인 200여 명을 함께 돌본 뒤 술 담배를 끊겠다는 서약서를 자신에게 썼다.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지금은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며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의 몸만들기를 돕고 있다.
“당시 2박 3일 봉사활동이 제 지나온 삶을 성찰할 기회였어요. 말도 못 하고 제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장애인들을 돌보며 제가 너무 막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배 둘레가 106cm 될 정도로 복부 비만이었어요. 고혈압 등 성인병 증상도 나타나고 있었죠. 술을 많이 마시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살기 위해선 술과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새벽 4시에 저 자신에게 서약서를 썼습니다.”
사실 박 교수는 합기도 공인 6단으로 서울과 제주, 대전 등 경찰서에서 호신체포술을 가르칠 정도로 운동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2008년 보디빌딩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근육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친 뒤 근 10년 운동을 등한시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복부 비만이 된 것이다. 당시 체중이 76kg으로 과도 비만은 아니었지만 복부엔 살이 많았다.
2014년 2월부터 다시 근육 만들기에 나섰다. 매일 하루 3시간 유산소운동과 근육 운동을 했다. 근육 운동은 걷거나 달리는 유산소운동으로 지방을 태운 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는 식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혼자 해서 그런지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0년부터 미스터폴리스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PT를 받으면서 몸이 달라졌다.
“대회 출전은 근육 운동 시작 2년 뒤부터 간헐적으로 했어요. 처음엔 창피당할까 두려워 나가지 못했죠. 입상보다는 참가에 의의가 있었죠. 그것도 1년에 한 번 나갈 정도니 발전이 없었어요. 그러다 제가 미스터폴리스 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집사람이 ‘그 몸으로 못 나간다’며 PT 받으라고 돈을 줬어요. 역시 전문가의 손길을 받으니 몸이 잘 만들어졌어요. 체중도 66.6kg까지 빠졌어요.”
살이 바로 빠지지는 않았다. 술을 끊었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식욕이 좋아져 체중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결국 먹는 것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부터 체중이 줄었다. 몸이 만들어지자 자신감도 생겼다. 대회 출전도 자주했다. 지난해에만 7번 무대에 섰다. 10년 동안 총 14회 대회에 출전했는데 지난해에만 그 절반을 나간 것이다. 순위는 주로 3~4위였다. 그는 “지난해 50대 마지막 해라 우승하고 싶어서 서울 모 지역대회에 나갔다. 50대 부문에 출전했는데 저 혼자 출전해 60대랑 함께 대회를 치렀다. 결과적으로 우승컵은 50대로 받았다”며 웃었다.
박 교수는 지난해 8월 제주에서 열린 제1회 미스터폴리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50대 부문에서 4위를 했다. 미스터폴리스 대회는 그동안 경찰관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했는데 경찰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 경찰 2024년 달력의 모델로 선발됐다. 경찰 최고령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달력 모델 출연. 경찰 달력은 2018년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경찰관들이 기획해 6년 연속 제작했다. 경찰 보디빌더들은 지난해까지 총 7000여만 원을 모금해 학대 피해 아동 치료와 회복, 생계 지원 등을 위해 사랑의열매와 구세군 등에 기부했다.
박 교수는 근육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2016년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에서 운동처방학을 전공했다. 지난해엔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재활운동 강의를 들었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저한테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며 “전 전문가들의 지식을 잘 받아들여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 좀 넘어서 시작된다. 몸 풀고, 코어 및 복근운동, 밸런스볼 위 스쾃, 서킷트레이닝(고정식 자전거 타기,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2시간 한 뒤 출근한다. 서킷트레이닝은 5분 동안 고정식 자전거 타기와 팔굽혀펴기, 턱걸이를 이어서 하는 것을 1세트로 6세트를 진행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몸을 3분할(앞면 뒷면 측면)로 나눠 하루 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하고 있다. 6일 중 3일 근육을 만들고 3일은 쉬는 것이다.
먹는 것도 철저히 관리한다. 10년간 술은 단 한잔도 안 마셨다. 밀가루, 설탕, 튀김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을 하지 않을 땐 체중을 70kg으로 유지하고 있다. 술을 끊으면서 두 가지 좋은 점이 생겼다. 술값을 아끼게 돼 꽤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마디로 개과천선했다. 술값을 모아 5년 만에 큰 돈을 갚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퇴근한 뒤 2시간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 보디빌딩 동호회 ‘득근(得筋)득근’을 지도하고 있다. PT를 원하는 교직원들을 따로 모아서 주 2회 근육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그는 “10년 전 금주 금연을 하고 보디빌딩 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젠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찰이 될 학생들에게 운동하는 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운동이 좋다는 것을 체득하고 보니 학생들에게도 운동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에 습관 형성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대학보디빌딩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경찰대에 학생들이 입학하면 무도 훈련도 받거나 축구도 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고교 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어느 땐가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코어 운동하고 유연성 훈련을 한 달 동안 시켰어요. 그랬더니 졸업할 때까지 부상자가 한 명도 안 나왔어요. 운동이 평생 건강의 원천입니다.”
“100세까지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혹 100세가 됐을 때 ‘100세 올림픽’이 열린다면 꼭 출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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