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나라 곳간 축내는 감세 조치 잇달아…“경기 진작 효과 의문”

이희경 2024. 1. 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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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부담금 원점 재검토 등
세수 여건 불확실한 상황서 감세 정책 발표
정부 "증시 부양"…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 비판 목소리도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부담금 원점 재검토 등 나라 곳간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증시 부양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경기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아 총선 표심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도 법인세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조세지출(비과세 및 감면)이 법정한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수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감세 정책이 발표되고 있어 정부가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택, 반도체,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투세 폐지 등 금융 자산의 과세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당초 증권거래세 인하로 생긴 세수 감소분을 금투세가 메울 수 있도록 정책이 설계돼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세수 감소폭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가 확정되면 1년에 1조5000억원의 세수가 사라진다. 또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가 계속되면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입이 감소할 것(국회예산정책처)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조원 가량이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7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조치 역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 관련 세수로만 4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밖에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대책들은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부담금 원점 재검토’가 대표적이다. 부담금 91개 규모가 올해 기준 24조60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최소 수조원의 부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연장과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국제통화기금(IMF)의 종료 권고에도 계속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 등 다른 감세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40.04)보다 32.70포인트(1.34%) 오른 2472.74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40.33)보다 2.34포인트(0.28%) 상승한 842.67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9.7원)보다 0.7원 내린 1339.0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문제는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감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수는 본예산 대비 55조원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국세수입도 367조4000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인세 부진 등을 이유로 이보다 6조원 정도 낮은 361조4000억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지난해 본예산(400조5000억원)은 물론 2022년 국세수입(396조6000억원)과도 큰 격차가 날 정도로 올해 역시 세수 부족이 심각한 셈이다.

아울러 올해 조세지출 규모가 77조1000억원에 달해 국세감면율(16.3%)은 법정한도(14.0%)를 크게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받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조세 감면으로 각종 비과세, 세액공제 등을 말한다.

이에 따라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91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기준(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 GDP의 3% 이내 관리)에 미달하는 데도 감세 조치가 계속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중기 재정여건도 빠듯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2022년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5년과 2026년 국세수입은 439조2000억원, 459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과 2026년의 국세수입은 각각 401조3000억원, 423조2000억원으로 하향 추계됐다. 불과 1년 만에 연도별 중기 세수 전망치가 30조원 이상 악화한 것이다.

금융 자산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이 아직 도입도 되지 않은 금투세에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한국보다 주식시장 규모가 크고 개방돼 있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의 경우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하고 있고,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등이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글로벌 스탠다드와 역행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장하는 동시에 세수 감소만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금투세 폐지 등 금융 자산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선거 국면이 다가오니까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는데,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정부의 입장에 비춰봤을 때도 적정한 조치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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