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은 초보 귀농인은 물론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소득작물” [귀농귀촌애(愛)]

한현묵 2024. 1. 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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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두릅 명인 전남 보성 이춘복 회장

겨울철 농한기인데도 그는 농번기때보다 더 바빴다. 대형 비닐하우스 농장 한켠에 마련된 9평 남짓의 컨테이너 사무실은 전국에서 견학 온 농민과 예비귀농인들로 붐볐다. 젊은 청년부터 퇴직한 이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마을 입구에는 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서 이 마을은 인구소멸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는 사무실을 찾는 이들을 마다하지 않고 깍듯하게 맞아줬다. 상담과 문의 내용도 영농부터 귀농방법까지 다양했지만 그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14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신전마을 전국두릅연구소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만난 이춘복 한국두릅연구소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보성군귀농귀촌협의회 회장을 지낸 이 대표는 대한연합영농조합 대표와 둥지농원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귀농인의 추천 작물로 주저없이 두릅을 꼽았다. “두릅은 재배하기가 쉽습니다.” 이 대표가 귀농인에게 두릅을 추천한 이유다. 두릅은 심어놓으면 저절로 자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작물처럼 영농기술이 필요하지않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가 이런 두릅을 만난 것은 2019년 11월 우연한 기회에서다. 대체의학을 연구하던 그는 노후에 자연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밭( 2000평)을 구입해 놓은 신전마을로 자연스럽게 귀농했다. 밭에는 두릅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소득작물로 두릅을 재배해왔다. 

이듬해 3월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두릅을 수확했다. 이 대표도 귀농 후 첫 수확에 나섰다. 마을에서 수확한 두릅은 대부분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경매로 팔려나갔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이 대표의 두릅은 마을사람보다 2∼3배 높게 팔렸다. “농사꾼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포장을 했어요” 답은 포장에 있었다. 그는 수확한 두릅을 균일하고 보기좋게 포장을 했다. 크기가 다른 두릅을 넣어 정해진 무게만 채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마을사람들도 이 대표의 포장 방식을 따르면서 두릅가격은 이전보다 훨씬 더 받게됐다. 

그는 포장의 혁신으로 가격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받게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런 소문은 금세 보성군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귀농 2년만인 2021년 보성군두릅작목반을 조직했다. 70여명이 작목반에 가입했다. 두릅의 재배와 판매, 유통의 정보를 서로 나누면서 소득향상으로 이어졌다. 2022년 귀농 3년만에 보성귀농귀촌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요” 이 대표는 두릅을 재배하면서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봄 불어닥친 추위로 냉해를 입어 두릅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생산량은 예년보다 절반밖에 되지않았다. 그는 수확철에 갑작스런 기후변화로 1년 농사를 망치는 일이 앞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 품종 발굴에 나섰다. 발품을 팔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답은 가까운데 있었다. 마을 한켠에서 수십년간 자란 고목나무 같은 두릅나무를 발견했다. 이 두릅나무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품종을 개량한 게 ‘이형두릅’이다. 이형두릅은 이 대표가 지은 이름이다. 1년에 수확을 두번 한다는 의미에서 이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나무에서 봄철과 여름철 두번에 걸쳐 수확이 가능해요” 이 대표는 지역에 따라 심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남에서는 2월쯤 뿌리로 두릅을 심는다. 이 두릅은 그해 6월쯤에 첫번째 수확을 한다. 다음해 4월쯤 또 한 번 수확을 한다.

첫번째 수확한 여름철 두릅은 가지가 길어 봄철 두릅처럼 데쳐 먹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이 대표는 김치를 담궈봤다. 주변 반응이 좋았다. 아삭거리는 식감에 향내도 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몇몇 김치공장에 두릅김치 시제품을 선 보이고 시식회를 가졌다. 두릅김치를 담궈 판매하면 대박 예감이 난다는 반응이었다. 김치 두릅으로 농산물의 6차 가공산업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여름철 두릅은 생산량이 적다. 때문에 두릅김치를 담글만한 물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심기만 하면 책임집니다” 그는 이형두릅 전도사로 나섰다. 이날도 30대 예비 귀농부부에게 이형두릅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판로는 걱정하지 말라고 연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두릅김치로 올해 국회가 주관하는 제11회 대한민국지식경영포럼에서 대상(농업분야 신지식 신기술상)을 받았다.

두릅철이 아닌 여름에 판매하는 두릅의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여름철 두릅은 경매 시장에서 아직은 낯설어요” 지난해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여름철 두릅은 ㎏당 1만2000∼1만6000원에 거래됐다. 이 회장이 여름철이라는 두릅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귀농인 이 대표의 연간 매출은 얼마나 될까? 두릅 재배 면적은 1만평이다. 이 가운데 6000평은 임대해서 두릅농사를 짓고 있다. 한해 매출은 두릅 판매와 부대 수입 등을 포함해 3억원대에 달한다. “두릅 농사는 평균 평당 1만원가량으로 보면 됩니다” 이 회장은 어느 농작물 수입보다 두릅이 2배 이상 많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두릅을 귀농인뿐만 아니라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소득작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마을에서 82세된 할머니 혼자 1200평의 두릅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는 작물 특성상 어르신들도 두릅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거름을 주고 예초기 작업, 수확할 때만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두릅 농사의 영농 일수는 다른 작목에 비해 많지않다. “수확철에는 매우 바쁩니다” 봄철 수확철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두릅 순을 따야 해 눈코뜰새가 없다. 수확기 한 두 달을 빼면 두릅은 농한기에 접어든다. 초보 귀농인들이 재배하기에 알맞은 작물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권하는 초보 귀농인들의 두릅재배 면적은 1000평 정도다. 이 정도 규모면 초기 자본으로 1500만원이 든다. 이 대표도 여느 귀농인처럼 얘기한다. “절대로 귀농할 때부터 주택 짓지 말고 대신 동네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고.

보성=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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