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가 "어떻게 먹는 거냐" 물었던 김, K푸드 효자 됐다

김태훈 2024. 1.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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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30년 전인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의 일이다.

평양을 방문한 카터는 김일성과 회담한 뒤 청와대에서 김영삼(YS) 당시 대통령과 만났다.

YS와 카터가 식사를 함께하는데 밥상 위에 구운 김이 있었다.

 30년 전 청와대에서 YS와 식사를 함께한 카터처럼 덥석덥석 손으로 김을 집어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더는 낯선 광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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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먹어도 된다" YS 설명에
진짜 덥석덥석 손으로 집어먹어
2023년 김 수출액 7억달러 돌파
한류 타고 세계인 입맛 사로잡아

꼭 30년 전인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의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평양을 방문한 카터는 김일성과 회담한 뒤 청와대에서 김영삼(YS) 당시 대통령과 만났다. 자신의 방북 결과, 무엇보다 김일성과의 대화 내용을 YS한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인의 밥상에 단골처럼 자주 오르는 구운 김. 게티이미지 제공
YS와 카터가 식사를 함께하는데 밥상 위에 구운 김이 있었다. 카터는 김을 가리키며 “나는 이 음식이 처음인데 어떻게 먹는지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에 YS는 “해초류인데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일본 사람들도 애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편리한 대로 손으로 먹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카터는 주저함 없이 덥석덥석 손으로 김을 집어먹었다. 손님을 대접하는 입장에서 YS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식사 내내 손으로 김을 집어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이던 주돈식 전 문체부 장관의 회고록 ‘문민정부 1천200일’(1997)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처음 한식을 맛보는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에게 김은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포크로 김 한 장을 찍어 접시에 옮겨 담고 칼로 잘라 포크로 찍어 먹으려는 이가 많았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음식이냐, 아니면 식사할 때 (손을 닦는 데) 쓰는 종이냐”고 물었다. 음식이라고 알려주면 ‘페이퍼푸드’(paper food: 종이음식)란 반응을 보이며 신기해하곤 했다.

그랬던 김이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한류의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3년 김 수출액은 7억9100만달러(약 1조580억원)로 잠정 집계되며 사상 첫 7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2022년의 6억4800만달러(약 8667억원)보다 22% 이상 증가한 수치다. 김 수출액은 2010년 처음 1억달러를 넘긴 이래 13년 만에 7배로 커졌다.

1994년 6월14일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북핵 위기 중재를 위해 방한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는 모습. 이튿날 카터는 평양으로 가서 김일성과 회담을 갖고 이후 다시 청와대를 찾아 YS에게 김일성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의 인기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 김밥이 세계인의 밥상 위로 올라간 영향이 크다. 김밥을 선호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김밥의 핵심 재료인 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했다. 밥 없이 김만으로도 튀김 등 다양한 형태의 간식을 만들어 스낵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유튜브에선 김 요리 레시피를 찾아 조회하는 이가 많아졌다. 30년 전 청와대에서 YS와 식사를 함께한 카터처럼 덥석덥석 손으로 김을 집어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더는 낯선 광경이 아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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