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안 했다고 라이터로 軍 후임 팔 지진 20대 집행유예

서울남부지법 /뉴스1

군 복무 중 이유 없이 후임을 폭행하고 보고를 똑바로 안 한다며 라이터를 이용해 화상을 입혀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당우증)는 형법상 폭행, 군형법상 상관상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육군에 입대해 강원 화천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며 후임 B씨를 1년여간 수차례 괴롭히며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흡연을 하면서 이유 없이 짜증 난다며 B씨를 발로 걷어차고, ‘군 생활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며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 비트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B씨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직급상 상급자인 분대장이 됐을 때에도 자신이 외진 다녀온 사실을 간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라이터 불을 B씨의 팔에 대 화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이 같은 A씨의 범행은 저녁 점호 때 B씨의 팔에 난 상처를 본 상급자들이 경위를 물으며 알려지게 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의 폭행은 단순한 장난”이라며 “화상을 입힌 범행은 피해 정도가 경미해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사기지에서 이뤄진 사건은 군형법에 따라야 한다”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더라도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없다”고 A씨 주장을 기각했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팔꿈치에 2cm 가량의 화상을 입었고, 범행일로부터 12일이 지난 뒤에도 화상 물집이 남아있었다”며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르러 상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