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16강 한일전, 손흥민 못 뛸 위험…요르단전 '경고 털기' 적기다

김건일 기자 2024. 1. 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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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 한국이 코너킥을 얻었는데 세트피스 키커가 아니었던 센터백 박진섭이 키커로 나섰다.

박진섭이 주저하며 킥을 차지 않자 주심은 고의로 시간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박진섭에게 경고를 꺼냈다. 보는 이들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1차전에서 경고가 있었던 박진섭은 경고가 누적되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아시안게임 규정상 경고가 두 장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박진섭은 "16강 토너먼트 가기 전에 경고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고 준비된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코너킥 키커 를 맡은 게 6년 전이라 너무 어색했다. 이강인도 '연기를 왜 그렇게 못하냐'고 한 마디 했다"고 밝혔다.

토너먼트에서 적용되는 출장 정지를 없애기 위한 이른바 '고의 경고' 작전은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인터뷰하는 박진섭 ⓒ대한축구협회

그런데 UEFA에선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스페인 축구 전설 세르히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이었던 2019년 3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약스와 경기에서 자신이 앞서 받았던 경고를 없애기 위해 고의로 경고를 받았다가 UEFA로부터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42분 마르코 아센시오의 득점에 힘입어 2-1 리드를 잡았고, 라모스는 승리를 눈앞에 둔 후반 45분 아약스 공격수 카스퍼 돌베리를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저질렀다가 옐로 카드를 받았다.

이 경기 전까지 대회 세 번째 경고를 받은 라모스는 이 옐로 카드로 경고가 세 장 누적되어 16강 2차전 결장이 확정됐다. 하지만 원정 경기 승리와 함께 8강 진출이 유력해지자 8강 이후 출장 정지 징계를 없애기 위해 고의로 경고를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돌았다.

그러자 라모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상대를 얕잡아보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고 나는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고의 경고'를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UEFA는 이를 문제 삼아 "라모스에게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경고 누적에 따른 출장 정지는 한 경기인데 한 경기가 추가된 것이다.

박진섭과 라모스의 차이가 있다면 당시엔 고의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UEFA와 달리 AFC가 주관하는 대회에선 고의 경고를 적발해 징계를 내린 사례가 없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은 현재 '경고 리스크'가 대회에서 가장 큰 팀 중 하나다. 지난 15일 바레인과 경기에서만 무려 옐로 카드 다섯 장을 받았다.

게다가 손흥민과 김민재라는 핵심 선수 두 명을 비롯해 미드필더 박용우, 수비수 이기제, 그리고 공격수 조규성까지 경고 다섯 장이 모두 주전 선수들에게 향했다.

경기가 끝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팀에만 경고 다섯 장을 꺼낸 중국 출신 마닝 주심을 떠올리며 "이른 시간에 중국인 심판이 너무 많은 카드를 줬다. 이 때문에 경기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불만을 보였다.

후반전에 이기제와 김민재를 교체한 것도 경고에 따른 부담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에 작은 경합에도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두 선수를 교체했다.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현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쓸데 없는 경고였다"며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뛰어가다 부딪치려고 해서 피하려다가 넘어진거다. 경고 관리를 잘해야 한다. 선수들도 10명으로 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잘 컨트롤 하도록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8강까지 조별리그에서 받은 경고가 따라붙는다. 경고 두 장이 누적되면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다. 이날 경기에서 경고를 받은 다섯 명은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와 8강까지 출장 정지 징계 위험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8강전에서 경고를 받는다면 준결승전에서 뛸 수 없다.

박진섭과 같이 '경고 털기'를 계획한다면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이 적기가 될 수 있다. 바레인을 상대로 1승을 거둔 한국은 요르단을 잡는다면 조 1위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 짓는다. 1차전에서 경고를 받은 선수들이 요르단과 경기에서 대회 두 번째 경고를 받는다면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 출전 정지 징계가 적용되고, 16강전부터 경고가 사라진다.

이후에 경고를 받을 상황을 가정하면 요르단과 경기에서 경고 털기가 더욱 적기로 여겨진다. 2차전이 아닌 3차전에서 경고를 받을 경우 16강에 출전할 수 없으며 16강전 경고는 8강전, 8강전 경고는 4강전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D조 조별리그 2차전 결과 16강 상대가 이번 대회 최대 우승 후보인 일본이 유력해지면서 현재 처한 경고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일본은 19일 이라크에 1-2로 무릎을 꿇으면서 D조 2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베트남을 이기고, 이라크과 승점을 맞추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1위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이 E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면 D조 2위인 일본과 16강에서 만나게 된다. 반대로 한국은 현재 1위인 요르단을 이긴다면 역시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1위를 확정한다.

1956년,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역대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 12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을 필두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황희찬, 그리고 파리생제르맹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강인이 공격을 이끈다. 수비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로 자리잡은 김민재가 맡는다. 이밖에 이재성, 황희찬 등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체제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클린스만호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옵타는 한국에 대해서 "마지막 우승 이후 네 차례 결승에 진출했는데 최근엔 2015년 대회에서 연장 끝에 호주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와 파리생제르맹 스타 이강인을 포함한 재능 있는 스쿼드를 자랑한다. 유능한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두 명도 그들의 옵션 중 하나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울버햄턴 원더러스 황희찬은 이미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2골을 넣었다"며 "인상적인 라인업으로 한국은 지금이 그들이 우승할 시기라고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회 전 슈퍼 컴퓨터로 아시안컵을 전망한 옵타는 한국이 E조 1위에 오를 확률을 67.3%로,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62.2%로 책정했다. 나아가 준결승 진출 확률은 39.9%, 결승전 진출 확률은 24.9%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플레이어인 손흥민의 우승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마지막 우승 도전이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 호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 이어 생애 4번째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서게 됐다. 앞선 시도에서 최고 성적은 2015년 호주 대회에서 거둔 준우승으로, 이번 카타르에서 오랫동안 해내지 못한 우승 한풀이를 노린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대회 총 상금은 1,480만 달러(약 194억 원)에 달한다. 이중 우승 국가가 500만 달러(약 65억 원)를 가져간다. 준우승하면 300만 달러(약 39억 원)를 받는다. 준결승 진출시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확보한다. 이밖에도 참가팀 모두 20만 달러(약 2억 6,284만 원)를 지급받는다.

이와 별개로 대한축구협회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에 대한 동기부여를 불어넣기 위해 우승 시 참가 선수 1인당 5,000만 원씩의 격려금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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