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루팡 중, 카페 왔음"…철없는 9급 공무원, 처벌될까 [법알못]

김영리 2024. 1. 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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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소속 9급 공무원 SNS 인증샷 논란
양주시, 신규 사원 감사·교육으로 일단락
전문가 "공무원법 따라 경징계 예상"
"근로 양태 일일이 명시 바람직하진 않아"
(왼쪽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서 화제된 공무원 A씨의 글과 양주시청의 입장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양주시청


최근 출장 신청서를 제출해놓고 실제로는 식당과 카페를 돌아다녔다고 스스로 인증한 9급 공무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양주시청에 소속된 9급 공무원 A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퍼졌다. A씨는 "월급 루팡 중", "출장 신청 내고 주사님들이랑 밥 먹고 카페 갔다가 동네 돌아다님"이라고 썼다. 직접 촬영한 출장 신청서까지 공개해 누리꾼 사이에서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15일 양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A 씨가 지난 8일 자로 신규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라고 밝히며 실제 출장 근무가 이뤄졌고 식사 후 복귀했기 때문에 '허위 출장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는 "A씨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과하게 표현하느라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신규 공무원에 대해 올바른 공직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선 A씨가 사용한 '월급 루팡'이라는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월급 루팡이란 일 없이 월급을 축내는 직원을 가리키는 말로, 도둑의 대명사인 '루팡(Lupin)'을 활용한 단어다.

과거 한 채용 사이트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 이상이 "사내에 월급 루팡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월급 루팡의 근무 양식으로 '하는 일 없으면서 바쁜 척하기', '업무 중 딴짓하기', '자신의 업무를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미루기' 등의 추상적인 행동 양식을 제시했다.

 '잡았다! 월급루팡'…처벌 받을까 

주변에 '월급 루팡'을 하는 사람은 보이는데, 명확한 기준이나 제재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는 상황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급 루팡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이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없다. 현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제외하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행위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근무 태만 행위에 대해 고용주가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개별 사건별로 살펴보면 '사회 통념상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때도 있다. 과거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3개월간 59회의 무단외출과 7일간의 지각을 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경우 △정밀기계 제조공정에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는 조장이 야간작업 중 반복적으로 졸다가 적발된 경우에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 바 있다. 

법알못 자문단인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고용관계는 사내 취업 규칙 등 자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며 "애초에 근로기준법은 고용주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규정이기에 근무 중 행동 양식을 하나하나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무비용을 부정 수급하거나, 근무 사실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 사기업 근로자의 명백한 근무 태만 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고용주가 해고하거나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괜한 법적 시비에 휩쓸리지 않도록 근로계약 시 취업 규칙을 면밀히 숙지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논란이 된 공무원에겐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이 적용된다"며 "상황상 견책이나 감봉 정도의 경징계 처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정훈 노무법인H 노무사는 "취업 규칙에 나와 있는 '성실한 근무', '상사의 지시에 따른 근무'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고용주와 근로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는 있다"면서 "허위 출장 보고를 하거나 출입 사실이 기록되는 사무실에서 누가 봐도 비상식적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는 등의 명백한 증거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무 태만 행위가 법적 시시비비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며 "명백한 증거 없이 '근로자의 업무 자세가 태만하다'고 여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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