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딛고 '제국의 황제'로 우뚝 선 배우 김동준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KBS 2TV '고려거란전쟁'이 거둔 성과 중 하나는 실력파 배우들이 조명을 받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동준(현종 역), 지승현(양규)을 비롯해 김재민(이현운), 이지훈(장연우), 주연우(김숙흥), 김혁(야율융서) 등 '발견'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낯선 얼굴의 실력파 배우들로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많은 배우 중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현종 역의 김동준이다. 시법에 따르면 현(顯)은 '업적이 나라 안팎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뜻이다. 내부적으로는 행정망을 정비해 군현제를 확립하고 외부적으로는 거란의 2·3차 침입을 막아 동북아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성과를 이뤄냈기에 이런 묘호가 붙여졌다.
그러나 현종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다. 안종과 헌정왕후 사이의 사생아로 태어난 현종은 유년기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서자 출신 군주가 아닌 사생아로 태어나 왕이 된 군주는 한국 왕조를 통틀어도 현종이 유일하다. 강조의 정변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이후 거란의 침략이 있었고 2차 피난 과정에서는 호족들에게 무시와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난을 이겨내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에 현종의 삶이 더욱 높이 평가받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현종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종을 연기하고 있는 김동준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오버랩 된다. 김동준 역시 '고려거란전쟁'을 통해 다양한 고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연기력 논란'이었다. 배우보다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더 알려진 김동준이 '고려거란전쟁'에 섭외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캐스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방송 초반까지 이러한 지적은 이어졌다. 특히 그와 연기 합을 맞추는 배우들이 최수종, 이원종 등 사극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뼈아팠다.
전역 후 첫 작품으로 '고려거란전쟁'을 택한 김동준에게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황위에 오른 현종이 점차 군주로서의 모습을 갖춰간 것처럼 김동준 역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몽진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허무함, 자신의 지지자가 되어준 강감찬을 향한 믿음, 자신을 따라주지 않는 신하들과의 대립 등 다양한 감정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결국 김동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사라졌다. 대신, 다른 곳에서 불평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바로 '캐릭터 붕괴'다. 지난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17·18회에는 거란의 침입을 막아낸 현종이 지방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호족 세력을 척결하고 중앙 집권화를 추구했던 현종은 신하들과 강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믿었던 강감찬마저 반대의 뜻을 내비치자 현종은 강감찬을 파직했고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18화 마지막에서는 분노에 못 이겨 말을 타고 달리던 현종이 낙마해 의식을 잃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상상력에 의한 각색이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려거란전쟁' 원작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도 "대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현종의 캐릭터를 제작진에 잘 설명해줬는데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2022년 방송됐던 '재벌집 막내아들'을 거론하며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시청률 역시 10%의 벽을 뚫어내는가 싶더니 더 이상의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동준의 잘못은 없다. 김동준은 그저 대본에 적힌 대로 캐릭터를 충실하게 연기했을 따름이다. 그동안 김동준의 커리어를 봐도 그렇다.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돌로 데뷔한 김동준은 2011년 KBS '영도다리를 건너다'를 시작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후유증'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활동부터 '동네변호사 조들호', '빛나라 은수', '어바웃 타임', '보좌관' 으로 이어지는 배우 활동까지 김동준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할 일을 했다. 심지어 데뷔 초반에는 예능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고려거란전쟁' 메이킹 영상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역경을 딛고 명군으로 성장한 현종처럼 김동준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 해내고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국의 아이들에서 제국의 황제가 된 김동준이 지금의 답답한 흐름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보는 것도 남은 '고려거란전쟁'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현아의 사랑법 - 아이즈(ize)
- ML 노리던 롯데 '천재타자', 8kg 벌크업 후 장타자 변신 예고 "이제 신인 아냐, 보여줄 때 됐다" - 아
- [스포츠 에세이] EGOT와 그랜드 슬램 - 아이즈(ize)
- 박민영의 '내남결'에 열광하는 당신, 혹시 2회차 인생 원하나요? - 아이즈(ize)
- 그루비룸, 진짜 좋은 팝에 대한 기대 심어준 'Yes Or No' - 아이즈(ize)
- 장나라를 믿고 따라가다보면 '나의 해피엔드' - 아이즈(ize)
- "솔직히 감동이었어요" 최형우도 예상 못 한 KIA의 깜짝 선물, 아찔했던 부상 후라 더 특별했다 -
- 황의조 '출국금지'까지... 선수 생활 단단히 꼬였다, 노팅엄 복귀 후 1경기도 못 뛰었는데 - 아이
- '대세' 한소희에게 '악플 테러'를 묻다 [인터뷰] - 아이즈(ize)
- '우승' LG와 '꼴찌' 키움의 공통점... KBO 사관학교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