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휩쓴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4’ 현장을 가다
한국 기업, 29개 분야에서 혁신상 수상…중국 참여 기업은 현저히 줄어
(시사저널=김협 전 한국 암닥스 대표·성균관대 겸임교수)
1월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소비자 IT·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4'의 화두는 당연 AI였다. AI에 모든 기능을 얹겠다는 의미인 'ALL On'을 캐치프레이즈로 전 세계 4300개 전시 업체가 참여했는데, 1400여 스타트업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로 AI와의 융합을 통해 혁신된 최첨단 기술들을 선보였다.
올해는 150개국에서 13만여 명이 관람해, 지난해에 3000여 업체가 참여하고 11만여 명이 관람한 것에 비해 전시 규모는 40%, 관람객은 20% 이상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 AI, 컴퓨터 장비, 콘텐츠, 사이버 보안, 디지털 건강, 드론, 핀테크, 로봇, 스마트시티, 환경, 운송수단 등 29개 전 분야에서 혁신상을 휩쓸어 CES 2024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CES 2024에서 선보인 미래 기술 트렌드
CES 2024 이후 수개월 또는 수년간 ICT 업계를 이끌어나갈 기술 트렌드는 AI와 이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 에너지, 포용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경보호 분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CES 2024는 AI가 적용된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개발된 결과를 보여줬는데, 특히 환경보호를 위한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 관련 기술과 함께 소비자의 개인적인 니즈(욕구)를 더욱 잘 충족시키기 위해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고급 AI 기술들이 잘 적용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인간 상호작용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로 가격이 200달러인 'Rabbit r1'이 발표됐고, 아마존은 생성형 AI에서의 약진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인공지능 기반인 알렉사를 제시했고, 폭스바겐은 파사트, 티구안, 골프, 전기차에 ChatGPT를 장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발자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초개인화 및 단순성, 사용 편의성에 중점을 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생성형 AI 등이 적용되는 기술과 콘셉트
생성형 AI가 소비자와 기업의 관심이 집중된 주제였으며, AI 생태계는 칩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로 확장되고 있었다. 칩부터 하드웨어 장비, 소프트웨어, AI를 위한 데이터 저장 인프라 등 모든 분야가 연결돼 AI 기술 혁신을 이루고 있었고, 물리적 환경 시뮬레이션을 위한 디지털 트윈부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AI를 적용한 기술과 플랫폼이 많이 선보여지고 있었다.
디지털 헬스: CES 2024에는 소비자를 위한 보다 개인화된, 접근성 및 지능적인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는 건강용 웨어러블 및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다수 포함됐다. 실제로 디지털 헬스는 직관적인 1차 진료 챗봇과 건강 이상 조기 발견, 치료 결과 예측 등에서 AI로 인한 혁신이 많이 일어난 분야다.
에너지: 전시된 스마트 플러그, 커넥티드 온도조절 장치, 태양열 통합, 전기차 충전소 및 기타 에너지 관리 장치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도구들이었고, 휴대용 배터리와 태양열 발전기, 그리고 배터리 백업 발전기는 기존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품들을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특히 야외 캠핑 애호가들과 주택 소유자들에게 희소식이 됐다. 두산 밥캣이 출시한 'HyAxiom PEM 하이드러겐 파워'가 그 예다.
포용성: 지속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포용성은 모든 산업과 기술을 관통하는 추세였다. CES 2024는 AI 기술을 적용해 이룩한 제품과 서비스의 포용성을 통해 사회적 커뮤니티들을 지원하는 LG의 'Universal Up Kit'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시대의 아이콘 노리는 눈에 띄는 제품들
소비자 가전 기술의 메카로 꼽히는 CES는 가장 큰 상품 전시회다. 과거에 CES에 출품돼 시대의 아이콘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제품들은 1981년의 CD와 1996년 DVD, 2001년의 플라스마 TV, 2011년의 4G LTE 및 클라우드 기반 음악, 2014년의 4K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다. CES를 통해 시장에 선보인 모든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최첨단 텔레비전, 스마트 기기, 컴퓨터, 자동차, 공간 컴퓨팅 등이 인상적이었다.
최첨단 TV: LG는 77인치 투명 4K OLED TV를 선보였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라고 불리는 이 투명 TV는 컨벤티시를 닮은 콘트라스트 설정과 일부 모델의 시청각 전송을 위한 무선 기술이 특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투명 올레드 TV와 투명 마이크로 LED, 투명 LCD 등을 선보였다. 그중 마이크로 LED는 테두리 프레임을 생략한 디자인 때문에 '투명' 태그를 달아야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삼성 마이크로 LED TV는 두께가 1cm이고 화소 밀도가 높기 때문에 LG 제품과 비교해서도 매력적인 제품으로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AMD와 인텔의 반도체 칩: AMD는 새로운 라이젠 804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에 AMD RDNA 3 일체형 그래픽스와 XDNA AI 뉴럴 프로세서 유닛(NPU)을 탑재해 인텔과 겨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AM5 플랫폼과 Zen 4 아키텍처 기반 8000Z 시리즈는 5.1GHz까지 성능을 증대시켰다. 반면 인텔은 AMD의 새로운 칩이 자사의 Meteor Lake 제품라인 매출을 잠식할 심각한 잠재력을 보이는 와중에, 기존 기술로 구성된(SKU) 5개의 랩터 레이크 라인업을 발표해 대응했고, 올해 두 회사의 모바일 컴퓨팅 칩 경쟁이 반도체 대전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보틱스: 삼성은 동영상으로 개인 홈 어시스턴트인 발리의 최신 버전을 보여줬는데, 로봇에는 자세, 얼굴 각도 등을 감지해 관련 매체를 벽, 천장 또는 바닥에 투사하는 프로젝터가 있다. 반면에 LG는 사용자들에게 '제로 노동홈'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스타트업: 한국의 넥스컨텔레컴은 와이파이온(WiFiON) 플랫폼을 전시해 각광을 받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과 소상공인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비빔밥, 한복 체험 등을 제공하는 소상공인들이 서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함으로써 관광객들이 비밀번호 없이 자동 연결될 수 있게 고안된 시스템이다. 와이파이 연결 데이터와 상품 구매 데이터를 축적해 AI 기술에 적용하면 개별 관광객 맞춤형 가격 및 신상품이 제시된다.
미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도 체감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 때문인지 중국 업체들의 전시 참여와 중국인 관람객 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 체감되었다. 그 빈자리를 1400여 개 한국 스타트업이 메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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