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을 사소하게 만드는 반응 [ESC]

한겨레 2024. 1.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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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사람들이 우표가 안 붙는다고 원성입니다."

"저, 사람들이 각하 얼굴이 찍힌 우표 앞면에 '퉤, 퉤' 침을 바르는 바람에."

어떤 사람들은 이 최초의 원인이 '신'이라고 주장했다.

웃음의 경우는 어떨까? 재치 있는 농담뿐 아니라 상스러운 농담이나 독재자 우스개도, 신에게서 비롯했을까? 신을 좋아할 사람도 싫어할 사람도 반길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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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웃기고 싶다 웃음의 기원

웃음의 기원은 무엇일까? 최초의 우스개는 무엇이었을까?

“각하, 사람들이 우표가 안 붙는다고 원성입니다.”

“아니, 우표 뒷면에 침을 바르면 잘 붙지 않나?”

“저, 사람들이 각하 얼굴이 찍힌 우표 앞면에 ‘퉤, 퉤’ 침을 바르는 바람에….”

전두환 정권 시절 우스개였다. 썩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지만, 소련의 브레즈네프 정권 때도 꼭 닮은 풍자가 있었다고 한다. 지도자가 인기 없던 나라마다 아마 비슷한 이야기가 전할 터.

지금의 농담은 옛날 농담을 닮았고, 옛날 농담은 더 옛날의 우스개를 닮았다. 자꾸 거슬러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인류 역사상 모든 농담을 모아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최초의 우스개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적 있다.

철학에 비슷한 역설이 있다. 결과에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 생기는 역설이다. “나는 뿌듯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내 농담에 웃었으니까. 당신이 왜 웃었냐 하면, 내 유머 감각이 뛰어나니까. 내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이유는….” 원인을 소급하고 소급하면 최초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웃음의 기원 역시 비슷한 역설에 빠진다. 지금 내가 한 농담이 이전에 내가 들은 농담을 살짝 바꾼 것이라면, 최초의 농담은 어디서 왔을까?

옛날 철학자들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어떻게 취급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은 다른 운동의 원인이 되지만 스스로는 원인이 없는 최초의 원인’에 주목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최초의 원인이 ‘신’이라고 주장했다. 웃음의 경우는 어떨까? 재치 있는 농담뿐 아니라 상스러운 농담이나 독재자 우스개도, 신에게서 비롯했을까? 신을 좋아할 사람도 싫어할 사람도 반길 이야기는 아니다.

아시모프는 웃음의 기원이 외계인이라는 주장을 편다. “충격이군! 더는 농담을 들어도 웃을 수 없게 되었어!” 소설 속 슈퍼컴퓨터는 지구의 모든 농담이 그 앞선 농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초의 농담은 지구 바깥에서 기원을 찾아야 한다는 썰렁한 결론에 도달했다.(“그 외계인의 농담은 어디서 왔는가” 역시 묻고 싶지만 일단 넘어가자.)

신도 외계인도 아니라면, 웃음의 기원은 무엇일까? 눈길을 끄는 가능성이 있다. 동물도 웃는다는 사실이다. “개의 웃음은 진정 효과”, “쥐는 초음파로 웃는다”, “웃는 동물이 65종”. 한겨레신문 기사 제목들이다. “불안과 위협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소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인간과 동물의 웃음이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의 주장이다. 무시무시한 나라님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권위가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을 때 웃음이 터지는 일이 납득이 된다. 웃음이야말로 인간과 동물, 생명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도.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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