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의 미디어는 파도] '대피소' 같았던 '듣똑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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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콘텐츠 채널 <듣똑라> 가 약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듣똑라>
처음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듣똑라> 는 기자들이 주말에 사비를 모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듣똑라>
기자들이 직접 녹음실을 빌리고 편집해 팟캐스트 채널에 게시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구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면서 중앙일보의 사업부 중 하나로 편성되었다.
지금은 이런 채널이 여럿 있지만, 깃발을 가장 먼저 꽂았다는 데에서 <듣똑라> 가 가지는 상징성이 분명히 있었다. 듣똑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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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조경숙 만화평론가]
2023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콘텐츠 채널 <듣똑라>가 약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를 줄인 말로, 2017년 세 명의 기자가 합심하여 만든 팟캐스트다. 처음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듣똑라>는 기자들이 주말에 사비를 모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기자들이 직접 녹음실을 빌리고 편집해 팟캐스트 채널에 게시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구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면서 중앙일보의 사업부 중 하나로 편성되었다. 이후에는 유튜브와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해 유료 콘텐츠를 판매하는 등 판로를 넓혔다.
<듣똑라> 성과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2019년 양성평등미디어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에 아이튠즈 인기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구독자 등을 모두 합쳐 총구독자 수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종료가 공지된 2023년에마저 애플 팟캐스트 선정 '올해의 인기 프로그램'에 꼽혔다. 마지막까지 흠잡을 데 없는 성적표다. <듣똑라>를 만드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여성들이었다. 몇 차례 시즌이 바뀌며 채널을 재정비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바뀌어도 그들이 여성인 건 바뀌지 않았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이들 중 상당수도 여성이었다.
구독자들은 중앙일보 콘텐츠 채널이어서가 아니라 여성들의 채널로서 <듣똑라>를 향유했다. <듣똑라>를 통해 시사 뉴스를 챙겨 읽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만나기 쉽지 않은 각 분야의 여성 선배들도 만날 수 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회사를 세운 여성 스타트업 CEO, 각종 문화 영역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는 여성 창작자, 여성 유권자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여성 정치인까지. 인터뷰이가 언제나 여성인 건 아니었지만,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독자들은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자기 삶에 투영할 수 있었다.
<듣똑라>는 단지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콘텐츠 채널이 아니라, '리부트'된 페미니즘과 백래시가 거세게 부딪혔던 시기에 여성들이 안전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던 '대피소' 같았다. 여기에서만큼은 여성 구독자들이 성차별적인 농담과 같은 불쾌한 말을 들을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됐다. 지금은 이런 채널이 여럿 있지만, 깃발을 가장 먼저 꽂았다는 데에서 <듣똑라>가 가지는 상징성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런 <듣똑라>가 없어진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공식 메시지에는 “콘텐츠 시장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상황과 정책의 변화”라고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채널의 열쇠를 쥔 건 어디까지나 회사라는 걸 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잘' 종료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듣똑라>는 단 한 번의 단서도 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를 통보했다.
<듣똑라>에서는 언제나 '맥락 있는 뉴스와 지식'을 전달한다고 했는데, 정작 그들의 서비스 종료에는 아무런 맥락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쩐지 이런 질문이 남는다.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고 나면, 중앙일보에서는 이후 20~30대 여성 구독자를 어떻게 유치할 건지. 그들의 마음을 과연 얻고 싶기는 한지도 의문이지만.
2022년에는 우리 사회 곳곳의 이슈를 포착했던 <닷페이스>가 해산했고, 2023년에는 여성들의 대피처였던 <듣똑라>가 종료됐다. 어쩐지 한 시대가 저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서비스가 종료된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지만, 그간 고생하며 채널을 유지해 온 제작진들에게는 감사를 전하고 싶다. 언젠가 다시 그들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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