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니] "분만실은 없고 영안실만···" 시골 의사의 의료 공백 대안은?

윤영균 2024. 1.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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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 김인기 "군 단위의 취약지 병원, 10년~15년 이후에는 50%~70% 붕괴할 것···정부의 특단의 조치 필요" "취약지 병원 전국에 74개···국민이 342만 명 역차별받아"

충북 청주의 한 민간 병원에서 연봉으로 10억 원까지 제시했지만 지원하는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기사는 열악한 지역 의료 여건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듯 지역 의료는 '붕괴' 직전인데 이를 해결할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의대 설립은 쉽지 않아 보이고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의사 수가 늘더라도 '돈'이 되지 않는 탓에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하거나 개원하려는 의사가 거의 없어 이 또한 큰 의미는 없다는 지적을 받는데요.

경북 의성에서 25년간 의사 활동을 해 온 시골 의사이자 전국 농어촌 병원협의회 회장인 김인기 원장을 만나 지역 의료 공백 실태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KBS NEWS (2023년 6월 14일)
"지역 의료기관에 의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최근 심장내과 의료진을 구하면서 연봉 10억 원을 제시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최근 다시 공고를 냈습니다"

"정말 의사 없을 때는 24시간 416일을 혼자서 봤습니다. 의사를 못 구해서"

"우리 의성군 전체에 분만실은 한 개도 없고 영안실만 10개 있다 하는 게···"

"군 단위의 취약지 병원이 앞으로 한 10년에서 15년 이후에는 50 내지 70%는 붕괴하고···"

Q. 지역에서는 점점 더 병원에 가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대해서 시골 의사 김인기 원장님을 만나서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실태와 그 해결책에 대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A. 안녕하십니까?

Q. 원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제 고향인 의성에서 25년째 병원 운영을 하는 시골 의사 겸 바보 의사 김인기입니다.

Q. 지역 의료체계 붕괴하는 현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A. 정말 이제는 뭐 거의 한계점에 달하고 있죠. 제가 전국 농어촌 취약지 병원협회장을 맡으면서 2020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전국 병원을 방문하면서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군 단위의 취약지 병원에 있는 병원의 원장님들하고 상담을 해보면 앞으로 한 10년에서 15년 이후에는 거의 50% 내지 70%는 붕괴하고, 아니면 시골병원에서 할 수 있는 길은 요양병원밖에 없습니다. 우리 의성군 전체에 분만 병원은 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분만실은 한 개도 없고 영안실만 10개 있다고 하는 게 우리가 알만한 현실 아닙니까?

Q. 필수 의료 체계가 이렇게 만약에 지역에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하면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갑자기 아프게 됐을 때 그 필수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 그 상황에 놓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골든타임 놓치면 돌아가시는 거죠. 사망률은 뭐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제가 통계를 봐도 우리 쪽에 군 단위에 있는 응급실에 들어온 사망 환자 비율이 강남에 비해서 한 6배 더 높다고 나와 있거든요? 실제로 그것보다 더할 겁니다. 뭐 오시다가 죽는 사람들이 태반이고요. 대개 다 오지에 계시니까 또 119에서 전화받아 들어가는 데 30분 걸리죠. 나오는 데 15분, 45분이니까 골든타임은 5분에서 10분이거든요? 길어야 30분입니다. 이미 올 때 다 돌아가시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뭐 병원이 응급실 하는 거 보면 환자가 급하게 들어왔을 때 정말로 이거 산소 하나 달아주고 링거 꽂아주면 사망률이 확 떨어지거든요? 그냥 의사 보고 안 보고는 큰 차이가 나죠. 취약지 병원이 지금 전국에 74개 정도 있습니다. 74군데 있는 병원에서 맡고 있는 국민이 342만 명이예요. 지금 그분들은 같은 하늘 아래서 역차별받는 사람들이거든요?

Q. 그러면 원장님, 영남제일병원은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A. 우리는 좀 시골에서는 드물게 응급실하고 필수 의료과를 다 갖춘 병원이죠. 이런 병원은 전국에 군 단위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희 같은 경우는 제가 돈이 있어서 운영하는 게 아니고 국책 사업을 통해서 사업을 따오는 거죠. 실제로 우리 의성에서는 여기는 면입니다. 의성읍보다는 안계면이 더 살기 좋다고 소문나 있죠. 아무래도 시골에는 나이도 많은 분들도 계시고 아픈 분이 많이 계시는데 (병원이) 가깝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 때문에 여기 주위에 있는 서부 7개면 주민들이 저한테 참 고맙게 생각하시고요. 그런 것 때문에 제가 여기서 사는 거죠. 살고 또 제 고향이고···

Q. 의성과 또 안계면에 계신 분들은 의성 제일병원이 있어서 정말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A. 그런데 지금 저도 한 25년 정도 진료해 보니까 거의 지쳤습니다. 여기에 서른다섯 살에 들어와서 그때는 몸도 좋고 했었는데 이제 올해 환갑이거든요? 60이 되니까 체력이 달려요. 진짜 옛날에는 정말 의사 없을 때는 어차피 응급실 문을 열어놨으니까, 그때 제가 딱 416일을 24시간, 416일 혼자서 봤습니다. 의사 못 구해서요.

Q. 1년 넘는 시간이네요?

A. 416일. 제가 그때 기절 몇 번 하고 실려가고 했었죠. 그때가 제가 불과 마흔 전이었으니까, 그때는 젊었으니까 버텨냈는데, 요새는 당직 하루 서고 나면 퍼집니다. (당직) 하고 나면 아예 그다음 날은 아예 (진료)하지를 못하니까.

Q. 원장님, 그리고 영남제일병원에서 간호사, 또 의사를 계속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상황은 어떤가요?

A. 구하기 힘들죠. 똑같습니다. 결국은 인식 변화죠. 처음에 제가 98년도에 개원했을 때만 해도 사람 구하기 쉬웠죠. 의사도 구하기 쉬웠고요. 이제 한 20년 지나니까 여기 안 오려고 합니다. 안 오려고 그러고 뭐 첫째는 여기 (간호사) 월급은 도시보다 한 30% 이상 더 많이 주고 있거든요? 의사들은 두세 배 줍니다. 아무래도 병원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의사들이기 때문에 조금 실력 있고 인성 괜찮은 사람 데려오려고 하면 그 정도는 들 거거든요? 그래도 안 옵니다. 그러니까 얼마 전에 의료원에 내과 의사 4억 줘도 안 온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 정도로 암담하죠.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제 동기들이나 친구, 얼마 전에는 제가 우리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했는데 하도 못 구해서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우리 은사 모교 교수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분 교수님께서 아프리카 가려고 하시는 분을 "교수님, 우리 의성에는 아프리카보다 더 못한 동네"라고 하면서 제발 와 주십사 해서 그분 오셔가지고··· 요새 환자가 엄청 많습니다. 그분 때문에 우리 병원 입지가 많이 올라갔어요.

Q. 원장님,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첫 번째 말씀드리는 거는 재정 지원 문제인데, 제가 2000년대부터 응급실을 운영해 왔거든요? 가면 갈수록 초창기에, 2000년도부터 2010년도까지는 권역센터 위주로 지원을 많이 했거든요? 권역센터에. 예를 들어서 한 500억 주면 우리 이런 기관에 한 1억 주고, 사실 기능상으로 치면 이런 병원들이 많이 있어야지 사람들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여기서 처치해서 가야 하므로. 그런데 이제는 갑자기 또 더 내려가서 지금은 또 지역 응급의료센터에다가 또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뭔가 좀 이게 잘못되는 것 같아요. 응급의료의 근간이 되는 게 지역 응급의료기관이고 응급의료 시설인데 여기에다가 투자를 많이 더 해야죠. 자꾸 상층에만 주고 그러니까 그게 돌아갈 수 있습니까? 그게 자꾸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두 번째 더 중요한 문제는 사실 의료 인력입니다. 이게 어쩌면 돈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거든요? 의사들이 과거 의사와 달리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자기 생활 중요시하고 워라밸 잘 챙기라고 하고 그런 식으로 자꾸 바뀌고 있습니다. 응급 안 하고 돈 많이 버는 거 있잖아.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얼마나 편합니까? 우리는 안 그렇습니다. 그 의사들이 사고방식이 자꾸 바뀌고 있으니까 자꾸 어려운 거 하려고 하고 하니까.

그러니까 해결책은 우리가 섭외할 때는 첫째는 임금으로 승부 겁니다. 두 번째는 근무시간을 좀 축소해 주는 거. 한 가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제가 한 25년 동안 병원을 하면서 이런 시골 취약 지역에서 느꼈던 거는 촌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돈이 없습니다. 촌에, 시골 계시는 분들, 다는 아니지만 70세 넘은 분들은 영세민처럼 치료비를 한 50% 지원해 주시면, 치료비 한 번 오시면 뭐 2만 원에서 한 3만 원 되는데 그분들 1만 5천 원만 깎아주셔도 많이 오십니다. 많이 오시고 치료 잘 받고 가고, 또 저희는 싸고 좋은 치료 해 주면 되거든요?

지금 이제 정부에서도 이러한 특단의 조치 안 하면 앞으로 지역병원 붕괴하는 거는 그거는 뭐 시간문제죠. 앞으로 제가 봐서는 그런 골든타임이 이제 짧게는 10년 길어봐야 15년 이런 것 같습니다. 이 사이에 뭔가 이 정부에서 조금 특단의 조치를 해 줘야 합니다.

Q. 원장님, 지역의사제와 또 의대 증원에 대해서 원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A.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의사들 적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활용만 잘하면 되는 거고, 지금 의대에 막 자꾸 증원한다고 하는 거 앞으로 되면 문제가 제가 일단 현실적으로 생각해서는 좀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의사들 한 13만 5천 명 되거든요? 그분 중에 일부 돌아가셨겠지만, 그분들 활용을 잘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여기 계시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같은 경우는 75세시거든요? 굉장히 지금 열정적이세요. 참 잘하시고 환자분도 첫째 환자들이 만족하시니깐요.

복지부에서도 지금 퇴직 의사들 공공의료기관에다가 지금 활용 방안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거 만들면서 저희처럼 대학병원 교수님이 있잖아요? 이렇게 취약지 병원에도 같이 추진하면 됩니다. 자꾸 뭐 의대 정원 그런 이야기만 자꾸 할 게 아니고 그거 잘 만들려고, 그래도 이게 올라가려고 그러면 최소한 12년 지나야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의사 많아지면 의료비는 국민 의료비 부담은 더 올라갑니다. 그만큼 세분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꾸 그렇게 되는 거죠.

Q.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의대 돈 많이 들거든요? 책값도 비싸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새 학비도 비싸더라고요. 의대 다니면서 진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는 거는 불가합니다. 공부 엄청나게 해야 하거든요? 그 (생활이 어려운) 친구들한테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다 챙겨주는 거예요. 대신에 조건을 달아야죠. 우리가 지금 가장 현실적 문제점이 뭡니까? 필수 의료과, 흉부외과, 안 하려는 과에 (지원하게 하고) 그 어려운 친구들 11년 동안 학비하고 돈 다 내주고 그다음에 그 (취약지) 병원 가서 기술 배우고 그 병원 근무하는 동안에 또 가면 이런데 (취약지 병원) 오면 월급 많이 줍니다.

아니, 쉽게 말하면 대구에서 천만 원 주면, 여기 (취약지 병원은) 한 3천만 원 주면 돼요. 그럼 당연히 있으려고 하죠. 한 달에 한 500만 원씩만 쭉 주고 나머지 인턴 때부터 쭉 그걸 (장학금) 주면 할 사람 많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옛날에 저희가 학교 다닐 때 그래요. 군 장학제도하고 공중보건 장학제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군 장학금 받은 애들은 군의관으로 계속 근무했었고 공중보건 장학생 친구들은 주로 이런 지역 병원에 다 파견했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장학 제도가 좀 바뀌는 게 조금 더 지역 의사를 만드는 데 좀 도움이 될 거라고 보시는 거죠?

A. 지금 그 의대 만드는데 돈 얼마 드는데, 돈 엄청나게 들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국에 의대 많아지면 또 부실 의대가 또 생깁니다. 어차피 지금부터 의대 서열을 딱 세우는데 양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질, 좋은 인성과 훌륭한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배출돼야 이게 개발이 되는 거지···

Q. 원장님께서 정부에 바라시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농어촌 병원협회를 운영하면서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강원도라든지 전라도라든지 가면 한 지역에 한 20분씩 모이시거든요? 그날 가면 전부 다 거의 눈물바다입니다. 하소연하다가 인간적으로 자기는 이 병원을 유지하고 싶은데 적자투성이고 맨날 돈 끌어 바치죠. 이제 한계에 도달하는 거예요. 저희 세대 같은 의사들은 슈바이처 박사 위인전 보고 (의사) 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 그런 분들한테 적어도 병원 운영하면서 적자는 안 봐야 하지 않습니까? 적자는 안 봐야죠. 거의 다 가족 포기하고 자기는 당연히 포기하는 거죠. 그래 살아가는데, 재정적으로나마 좀 지원해 주셔서 병원 유지할 만큼만 해주시면 이분들 병원 문 안 닫습니다. 이미 그분들은 벌써 4~50년 동안 머리에 박힌 사람들인데 하루아침에 나쁜 길로 가겠습니까? 한 번 저렇게 착한 사람들은 심성은 변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취약지 지역에 제도 개선할 때 반드시 우리 실제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 꼭 참여시켜서, 자꾸 위에 높은 위치에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아니라 저희도 부서에 맞는 또 협회가 있으니까 참석시켜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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