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인도네시아의 히딩크' 신태용호, 베트남 1-0 격파…일본 상대로 사상 첫 16강 도전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 아시안컵 첫 승을 안겼다.
인도네시아는 19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베트남을 1-0으로 꺾었다. 전반 42분 K리그 출신 아스나위 망쿠알람이 넣은 페널티킥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값진 승점 3점을 손에 넣었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승리로 1승 1패 승점 3점으로 3위로 올라섰다. 이라크가 일본을 꺾고 승점 6점으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승점 3점으로 일본을 따라잡았다. 다만 득실 차에서 일본이 +1로 -1인 인도네시아에 앞선 3위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승리는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세 번째이자 2007년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과 2015년엔 예선에서 탈락했고 2019년 대회엔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조별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축구계가 이날 승리에 흥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베트남이 상대이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27회 만났는데 8승 11무 8패로 호각세였다.
그런데 최근 6경기에선 베트남이 3승 3무로 절대 우위였다. 인도네시아의 베트남전 마지막 승리는 2016년 AFF컵 준결승 1차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첫 승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뒤 2022년 아랍에미레이트 월드컵 예선에서 베트남을 처음 만났다. 당시 0-4로 대패했는데 이는 1991년 이후 두 팀이 맞붙은 경기에서 역대 최다 득점이 나온 경기였다.
이후 2021년 AFF컵 조별리그와 2023년 AFF컵 준결승 1차전에선 모두 0-0으로 비겼다가 AFF컵 준결승 2차전에서 또 0-2로 무릎을 꿇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이날 승리는 다섯 번째 경기 만에 승리였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조가 된 것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대회 전 "부임하고 나서 베트남과 경기를 많이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에서도 붙어봤다. 그런데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이번에는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선 결과들은 지나간 결과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면서 "인도네시아는 많이 성장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신태용 감독은 앞서 베트남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매체 '트리뷴 보고르'에 따르면 베트남 언론이 신태용 감독에게 박항서 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의 차이를 물었다. 의도가 짙은 비교 요구였는데 신태용 감독은 "두 지도자를 모두 존경한다. 그리고 다음 상대팀 감독에 대해 언급하는 건 좋아보이지 않는다"면서 "뭐라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우린 최고 플레이를 펼쳤고 선수들도 기대에 부응했다. 운도 조금 따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또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간단히 대답하겠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 선수들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팀 모두 승리를 향한 의욕이 강한 만큼 킥오프부터 강렬한 공방전을 펼쳤다. 1분도 안 돼 인도네시아가 스트라위크가 문전 오른쪽에서 유효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베트남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고 반격했다. 두 팀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빠른 템포를 가져갔다. 주도권 싸움이 워낙 심해 한동안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정도다.
전반 중반을 지나면서 베트남이 인도네시아 진영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조금씩 슈팅을 늘려나갔다. 전반 20분 투안 안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31분에는 측면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 인도네시아 골문을 위협했다. 갈수록 베트남이 인도네시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반 퉁에게 기회가 여럿 연결됐다.
인도네시아도 수비만 하지 않았다. 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인 월시가 상대 진영까지 올라와 단독 헤더를 했는데 응우엔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공격 흐름을 가져왔고 이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39분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잡은 스트라위크가 문전에서 등을 지자 베트남 수비수 탄 빈이 유니폼을 잡고 늘어졌다. 이 과정에서 스트라위크가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는 키커로 안산 그리너스와 전남 드래곤즈 소속으로 K리그2 무대를 누볐던 아스나위에게 맡겼고, 침착하게 성공했다.
리드를 잡은 인도네시아는 전반 추가시간까지 무서워졌고 허브너가 올려준 얼리 크로스를 스트라위크가 머리를 갖다댔으나 골대를 벗어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전반 45분 동안 인도네시아의 효율성이 좋았다. 점유율에서는 47%만 가져가며 열세였지만 정작 슈팅 시도에서는 9대4로 앞섰다.
다급해진 베트남이 후반 시작과 함께 쿠아트 반 캉과 르 팜 탄 롱을 투입했다. 동점골이 필요한 베트남이 확실히 공격에 무게를 뒀다. 계속해서 인도네시아 문전으로 볼을 붙이면서 경합을 노렸다. 베트남은 바이시클킥에 이어 강력한 중거리 슈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러나 슈팅이 옆그물을 때리거나 하늘로 뜨면서 스코어가 유지됐다.
베트남의 공세에 수비에 집중하던 인도네시아도 달아날 기회가 있었다. 후반 24분 교체로 들어간 호키 카라카에게 바로 기회가 왔다. 베트남이 하프라인에서 볼 처리 미스를 범했고 바로 카라카가 공을 몰고 질주했다. 단독 기회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급해진 베트남은 꽝하이를 불러들이고 응우엔 반 또안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래도 베트남은 원하는 동점골을 끝까지 뽑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자가 나오면서 추격 분위기에 찬물까지 끼얹었다.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6연속 무패가 무색하게 베트남은 아시안컵 본선에서 패했고 2연패에 빠졌다.
신태용 감독은 계속해서 "서포터들의 응원과 선수들의 좋은 경기에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 첫 16강 진출을 노린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일본. 조별리그 1차전에서 베트남을 4-2로 꺾었지만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라크에 1-2로 42년 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승점 3점에 머물러 16강 진출 확정에 실패했다.
다만 득실 차에서 밀려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자력으로 16강을 확정하기 위해선 일본을 이겨야 한다. 일본에 져 조 3위로 대회를 마친다면 다른 조와 비교해야 한다. 이번 대회는 24개 팀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 12개팀과 3위 6개팀 중 상위 4개팀을 더한 16개 팀이 토너먼트 진출 자격을 얻는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른 현재 3위 팀 중에선 승점 3점으로 1위다. 3위 팀 중 2위가 승점 1점이며, 모두 득실 차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일본과 비기더리도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반대로 베트남은 일본전 2-4 패배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라크를 잡고, 인도네시아나 일본 경기에서 승패가 갈려 한 팀과 승점 3점으로 같아지더라도 승자승에서 두 팀에 밀린다. 이번 대회는 승점 다음으로 승자승으로 순위를 산정한다. 일본과 경기에서 두 골을 넣는 저력을 발휘해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았으나 토너먼트 진출엔 실패했다. 라이벌 팀에 당한 패배라는 점에서 더욱 쓰리다.
필립 트루시에 베트남 감독은 "이번 패배에 실망했다. 오늘 결과로 우리는 아시안컵에서 계속할 수 없게 됐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채찍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특히 후반전에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에 만족한다. 상대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싸웠다"고 칭찬했다.
트루시에 감독은"이라크전에서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팀 전체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포기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싸워야 한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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