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피눈물 충격…내주 김주현·이복현 만난다
불완전판매 문제, 원금 전액 보상 호소
금융위원장·금감원장 24일 CEO 간담회
이복현 “신속 조사”, 김주현 “제도·보상 논의”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이 일파만파다. 피해자들은 집회를 열고 시중은행·증권사의 원금 보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주에 업계와 긴급 회동을 통해 대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ELS 가입자 모임’ 350여명(주최측 추산)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만큼 원금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5일 집회 이후 열린 2차 집회다. 이들은 ‘불완전판매’, ‘원금 전액 보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둘렀고, 일부 여성 참가자는 삭발식에 나섰다.
A 가입자는 “은행에선 ‘망하지 않는 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한 번도 손실이 난 적 없다’고 했다”며 “청각장애 아들이 크면 수술비로 쓰려고 딸과 내가 힘들게 모은 돈인데 반 토막 날 처지”라고 울먹였다. B 가입자는 “2억을 투자했는데 지금은 9000만원 남짓”이라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인데 이제 어떡하나”고 말했다. C 가입자는 “노후자금을 은행에 다 사기당하게 생겨서 집회에 나왔다”며 “몸이 아파서 자영업도 관뒀는데 어떡하나”고 성토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문제가 되는 ELS 상품은 기초자산으로는 변동성이 높은 홍콩H지수를 주로 썼다.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1만2000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5300선까지 무너지며 반토막 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만기상환 금액은 9172억원이며 2월은 1조6586억원이다. 이어 3월은 1조8170억원, 4월은 2조5553억원 규모 ELS 만기가 도래한다. 손실 규모가 수조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4일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홍콩 ELS 사태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홍콩H지수 ELS 상품 관련) 손실 분담 내지는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돼야 한다”며 “너무 불확실성을 오래 주는 것도 금융사에 바람직하지 않아 최대한 필요한 검사를 빨리 하고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홍콩 ELS 관련 질문을 받고 “금감원 조사 결과 뭐가 문제였는지에 따라 제도개선 할 파트, 거기에 따른 보상을 어떻게 할지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그것에 대한 가르마를 타야 되는데 지금 그런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가 2019년 이후 제대로 리스크 관리를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금감원이 작년 하반기부터 조사도 나가고 실태도 파악했다. (금융위는) 굉장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금융위가 리스크 관리를 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여러분께서 한번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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