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김영재, 선한 얼굴의 '불륜남' [★FULL인터뷰]
최근 김영재는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지난 14일 종영한 '마에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영애 분)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극 중 김영재는 차세음의 남편인 작곡가 겸 대학교수 김필 역을 연기했다. 김필은 호른 연주자 이아진(이시원 분)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영재는 실제 성격이 극 내향형이라고 했다. 말투 역시 나긋나긋한 그는 김필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런 김영재는 처음 김필이 불륜남인 설정도 모른 채 작품에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불륜 이야기가 안 나왔다. 제가 대본 2부까지만 봤었는데, 3부 엔딩부터 (불륜녀와) 키스신이 있더라. 대본 리딩 들어가서야 정확히 알게 돼 너무 놀랐다. 처음엔 불륜이란 뉘앙스만 있었다. 빌런이라고만 했지,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전했다.
불륜남 연기는 그에게 도전 그 자체였다. 김영재는 "불륜남이란 게 너무 빨리 나왔다. 선배들하고 행복한 신을 많이 찍고 싶었다. 연기라고 해도 어쨌든 싸우고 윽박지르고 하니 감정 소모가 있지 않냐. 갈수록 강도가 세지더라. 안 좋은 것들을 표현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도 '쓰레기'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외로웠다. 다들 협업하고, 같이 만들고 하는데 나는 혼자 떨어져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나도 좋아해 줬는데 나중에는 내가 지나가면 '어휴, 어떻게 그러고 사니' 그러더라"고 전했다.
김영재는 외로움을 느낀 것과 별개로 배우로서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보기 전이었는데, 감독님이 '편집실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김필이 (차세음의 어머니인) 배정화(예수정 분) 선생님 휠체어 끌고 나타나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실에서 난리가 났다더라. 김필 쌍욕도 나왔다고 했다. 그거 들었을 땐 쾌감이 있었다. '나 잘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영애도 그런 김필을 연기하는 김영재를 응원해 줬다고. 김영재는 "이영애 선배가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김필'이라고 하더라. 나도 동의했다. 실제 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보면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고 뒤통수치지 않냐.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김필이 제일 현실적이었다"고 밝혔다.
김영재는 함께 호흡을 맞춘 이영애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처음 그는 이영애와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 얼떨떨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말이 돼? 내가? 더 좋고 멋있는 배우가 많은데 왜 나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따스한 배려를 보여 준 이영애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김영재는 이영애에 대해 "아무래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미지가 세서 차가우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항상 배려심이 넘치시더라"며 "또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음만 준비하시는 게 아니라 김필, 또 유정재(이무생 분)를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계시는 거 같더라. 계속 아이디어를 주셨다"며 "선배가 생각한 김필 상이 있었던 거 같다. 김필의 안경, 헤어도 선배 아이디어였다"고 전했다. 이어 "리허설하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며 장면을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감정이 더 나오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이영재의 배려는 종영 후에도 이어졌다고. 김영재는 "막방 때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는지 데면데면하게 봤다. 그렇게 멍하니 보다가 이영애 선배가 연락을 주셔서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며 "선배가 '고생 많았다. 주변에 (김)영재 씨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영재는 김필로서 유정재를 이겨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무생이 자신만의 필살기 같은 걸 하나씩 가져오더라. 나도 물론 가져왔지만, 대본상 이길 순 없었다. 그래서 김필을 연기하며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더라. 김필이 이겨서 기고만장하고 있을 때 또 무너졌으면 했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더 열은 받으셨겠지만 (화제성이) 더 반등했을 거 같았다"고 했다.
김영재는 유정재에게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연기한 이무생에게는 존경을 표했다. 그는 "나라면 유정재 연기를 못했을 거 같다. 유정재는 '똘끼'가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 있다. 이무생이 연기해서 그런 게 잘 보였던 거 같다. 제가 했으면 '똘끼'보다는 키다리 아저씨 같기만 했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선한 김영재에게 '마에스트라'는 '애증' 같은 작품이었다. 그는 "저에게 많은 걸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힘들었다. 그래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연기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불륜 연기는 좀 쉬어가고 싶다. 감정 소모는 했으니 다른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작품 완성도만 좋으면, 캐릭터의 결이 다를 테니 불륜이어도 상관없을 거 같다"며 배우로서의 본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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