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채움으로 만든 옷, 사랑을 입어요”…한국정리수납협회 콩알봉사단[함께 토닥토닥]
‘내 아이에게 입힌다는 마음으로’... 깨끗이 정리•분류 소외가정에 선물
“깔끔하게 정리된 옷을 받은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길 소망합니다.”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건물에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이면 정리수납전문가 수십명이 한곳에 모인다. 전국 각지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보내온 옷들을 새롭게 탄생시킬 이들, 자신의 아이에게 입힐 옷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수천벌의 옷을 하나씩 정리하는 이들, 한국정리수납협회 소속 ‘콩알봉사단 수원지부(이하 ‘콩알봉사단’)’다.
한두 번 입고 작아진 옷, 사 놓고 입지 않은 옷들을 한곳에 모으는 콩알봉사단은 지난 2017년 만들어졌다. 한국정리수납협회 소속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나눌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콩알 한쪽이라도 나눠 먹어라’는 속담에서 이름을 따 봉사단을 만들었다.
봉사단은 옷을 기부받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류를 지원하는 수원의 얀코사회적협동조합과 인연을 맺고 영유아 의류 분류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의 특성상 멀쩡한 옷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으면서 예쁜 옷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자는 취지가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단은 현재 80명의 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전 9시가 되면 봉사단의 하루가 시작된다. 지역 곳곳에서 나눔 천사들이 보내온 노란색, 파란색, 분홍색 등 형형색색의 옷들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 묶음만 40여 개다. 분류해야 할 옷들만 대략 2천벌 정도.
이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일은 사용감이 많은 옷과 오염이 심한 옷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내 아이에게 입힌다는 생각으로 더 꼼꼼하게 살펴본다. 곰돌이 모양의 우주복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 남자아이를 상상하며 봉사단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계속되는 분류작업은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하루 종일 서서 옷을 분류하느라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졌지만, 비어 있던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돼 넣어진 옷들을 보니 힘이 솟아난다는 게 봉사자들의 설명이다.
콩알봉사단은 그들의 재능이 쓰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홀로 살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매달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용인에 있는 미혼모 시설에서 정리 수납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며 살림의 첫걸음을 응원해 주고 있다.
김지민 한국정리수납협회 콩알봉사단(수원지부) 단장은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며 “꼬불꼬불 작은 글씨로 적힌 감사 편지를 받을 때, 수줍게 웃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오히려 더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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