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남편 핸드폰을 봤는데…치가 떨려요[양친소]

최훈길 2024. 1. 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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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저희는 결혼 2년 차 맞벌이 부부로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남편은 전문직 종사자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 남편이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해서 들어온 날, 대체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마셨는지 화가 나서 남편 핸드폰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걱정과 달리 남편은 친한 친구랑 술을 마신 걸로 보였지만, 친구와 나눈 메시지를 보고 제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우선 제 외모에 대해 말한 부분입니다. 남편은 제가 돈도 안 쓰고, 살림도 잘하고, 사생활 터치도 없어서 좋은데 제 외모가 정말 싫다는 겁니다. 비호감 얼굴에 너무 깡말라 여성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부부관계가 뜸한 이유를 제 외모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내의 외모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뿐 아닙니다. 앞으로 평생 같이 살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면서 결혼을 후회한다는 이야기까지 있고요. 친구에게 하는 푸념으로 여기기엔 너무 심하다 싶었습니다.

남편은 평소 저급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어른들한테도 잘하고요. 그런데 폰을 보고 난 후로 남편의 이중성에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내 흉을 보고 다니는 남편을 믿어도 될까요?

-사연자가 느꼈을 남편에 대한 ‘서운함, 배신감’ 상당히 커 보이는데요.

△신혼이라 할 수도 있는 결혼 2년 만에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아내의 흉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 안타깝습니다. 평소 남편이 아내에게 했던 행동과 마음까지 부정당할 수도 있겠죠. 뒤로는 아내의 외모가 싫고 결혼을 후회하고 있었다고 하면 남편을 예전과 같이 신뢰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아내의 외모를 비하하고 내밀한 부부관계를 말한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남편이 친구한테 한 말은 ‘비호감 얼굴에 너무 깡말라서 여성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부부관계가 뜸한 이유가 외모 때문이다’라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외모나 부부관계는 혼인의 근간을 이루는 중대한 부분이라서 아내의 외모 때문에 부부관계를 안 한다는 말은 심히 모욕적인 말입니다.

만약 이런 이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면, 남편의 험담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거부도 이혼사유에 해당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편도 아내가 돈도 안 쓰고 살림도 잘하고 사생활 터치도 없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파탄 책임은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840조 제3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배우자의 험담을 해서 이혼에까지 이른 사례가 있을까요?

△그간 판례를 살펴보면,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배우자에 대한 험담을 한 경우 또 배우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험담을 한 경우에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아내의 험담을 한 남편의 행동, 명예훼손죄에는 해당하지 않을까요?

△명예훼손죄의 요건은 공연히 사실 내지는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인데요. ‘외모가 별로다, 그것 때문에 부부관계를 안 한다’는 이런 표현은 가치 판단이나 의견 표현이지 사실적시가 아니어서 명예훼손죄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남편이 친구에게 아내에 대한 외모, 부부관계와 관련된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 험담을 했다면 모욕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의 휴대전화를 몰래 본 부분도 문제가 될 거 같은데요.

△부부지간이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더라도 배우자의 승낙 범위를 넘었을 경우 형사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고, 위반 시 5년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몰래 본 아내의 행동은 형법상 비밀침해죄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사연의 갈등은 법적인 해결보다는 대화로서 부부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성숙한 관계를 맺길 바랍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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