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세븐틴 팬은 아니지만, '나나투어' 기다려집니다

최보란 2024. 1. 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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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능, 꼭 '고생해야 제맛'이 아니었다.

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tvN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이하 '나나투어')은 데뷔 9년 차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우정 여행기를 그린 나영석 PD의 신작 예능이다. 나 PD의 전매특허인 해외여행 예능으로, 평균 나이 28세인 멤버들의 유쾌 발랄한 여행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작인 '꽃보다 청춘'을 연상케 했다.

실제 '나나투어'의 출발점 또한 '세븐틴의 꽃보다 청춘'이었다. 앞서 5월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는 세븐틴이 게스트로 출연한 '출장 십오야'가 공개됐는데, 방송 말미 멤버들이 뽑은 소원권 중 '꽃보다 청춘' 출연권이 있었다. 멤버들은 크게 기뻐하며 출연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고, 이에 세븐틴이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 제작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꽃보다 청춘' 새 시즌 아닌 '나나투어'인 이유?

'나나투어'는 20년 경력의 여행 예능 베테랑 나영석 PD가 가이드로 나선 패키지여행 콘셉트. 그간 세계 각국을 누비며 다양한 여행 예능을 제작해 온 나 PD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꽃보다 청춘'과는 포인트가 달라졌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는 생고생 버라이어티 대신, 몸만 가면 되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여행으로 성격이 180도 바뀐 것이다. 제작진에게는 '꽃보다 청춘' 세븐틴 편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세븐틴을 위한' 여행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었다. 12명이라는 대규모 인원도 한몫했다.

여행 예능들은 출연자를 편하게 두기 어렵다. 맨땅에 헤딩하는 극도의 자급자족 형태거나, 미션에 성공해야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거나, 특정 주제를 주고 팀 대결을 시키거나였다. 출연료 받으면서 편하게 여행한다는 말이 나올 프로그램을 방송사가 굳이 제작할 이유가 없거니와 시청자에게도 보라고 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나나투어' 만큼은 세븐틴이 쟁취한 소원권 이행이라는 요소와 더불어, 쉬지 않고 달려온 세븐틴을 위한 휴식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팬이 아닌 시청자에게도 기획의도를 납득시켰다.

시청자-팬덤,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나 PD와 아이돌 그룹이 협업한 여행 예능은 '나나투어'가 처음은 아니다. 그룹 위너가 출연한 '꽃보다 청춘' 호주 편이 2017년 11월 4부작으로 방송된 적이 있다. 다만 윤상·유희열·이적 씨가 출연한 페루·라오스 편(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입가구 기준, 최저 3.8% 최고 5.7%) 정상훈·조정석·정우·강하늘 씨가 등장한 아이슬란드 편(최저 6.6% 최고 9.6%) 안재홍·류준열·고경표·박보검 씨가 나온 아프리카 편(최저 4.4% 최고 12.7%)에 비해 위너가 출연한 호주 편은 최저 1.7% 최고 3.3%로 시청률 면에서 성적이 저조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나나투어' 또한 1, 2회 모두 시청률이 2% 초반대에 그쳤다. 나 PD 또한 '나나투어' 제작발표회를 통해 "아이돌 그룹이 주인공인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 3%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일반 시청자와 팬덤을 모두 아우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세븐틴 스스로도 출연을 포기했던 상황에서 '나나투어'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 PD는 "K-팝의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관련 시도를 할 적기"라면서 "세븐틴이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췄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K-팝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타이밍에,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세븐틴과 협업. 아이돌 예능을 다시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화제성은 높은 편.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나나투어'는 2024년 첫 주 TV 비드라마 화제성 1위, TV-OTT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에 출연 중인 세븐틴 역시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 2위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보이그룹 브랜드평판 순위에서는 정상을 차지했다. 연구소 측은 "빅데이터 키워드 분석 결과 '나나투어'와 시상식이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등에는 "방송을 보고 세븐틴의 매력에 빠졌다"는 식의 댓글 반응이 적지 않다.

나 PD 또한 "세븐틴 팬들이 아니어도 재미있다"라고 자신했다. 1, 2회에서는 다리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에스쿱스를 제외한 12명의 멤버가 출연해 개성을 드러냈다. 일례로 콜로세움을 방문했을 때 이를 찍기 바쁜 '기록파'와 직접 만지고 느껴보는 '체험파',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학구파' 등 다양한 여행 스타일만으로 한 시퀀스가 무리 없이 채워졌다. 3회에서는 '열기구 투어', '도심 투어', '와이너리 투어' 등 각기 선호하는 스타일로 즐기는 여행을 예고, 이탈리아를 즐기는 12인 12색 다채로운 볼거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5분 편성 이어 투-트랙 전략, 나 PD의 멈추지 않는 실험

'나나투어'는 전에 없던 투-트랙 전략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케이블 채널인 tvN을 통해 방송되지만, 내용이 추가된 '풀버전'을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유료로 공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풀버전은 콘텐츠 길이도 60∼70분가량이 늘어나 120여 분에 달하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국 언어로 번역해 판매하고 있다. OTT와 유튜브 등을 활용한 투-트랙과는 전혀 다른 방식에 도전한 것이다.

나 PD는 2015년 '신서유기'를 통해 일찌감치 웹 예능에 뛰어든 뒤,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TV와는 또 다른 형태의 예능 시리즈를 계속 선보였다.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 '라끼남', '삼시세네끼', '마포멋쟁이', '이식당',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등을 꾸준히 제작해 나영석 사단만의 유니버스를 창조해냈다.

특히 웹 예능을 TV로 역진출 시키면서 5분 편성이라는 파격을 통해 플랫폼의 벽을 허물었다. TV 방송을 '맛보기' 개념으로 활용해 시청자를 유튜브 채널 구독자로 유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을 적극 공략했다. 최근까지도 '나불나불', '와글와글', '지글지글' 등 콘텐츠를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또 나아간 이번 실험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사진 = tvN, OSEN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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