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 "욱일기 때려 넣은 감독의 연출 대견했다" [인터뷰M]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과 극본을 쓴 강은경 작가를 만났다. 정동윤 감독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피고인'을 공동연출 '스토브리그' '운명과 분노'를 연출했으며 강은경 작가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여우각시별' '가족끼리 왜 이래' '구가의 서' '제빵왕 김탁구'등의 각본을 썼다.
강은경 작가는 "우리나라 10대뿐 아니라 일본 10대들도 그 시절의 이야기를 구글링 하며 찾아본다는 이 여기를 듣고 크든 작든 반향이 일아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작품을 끝내고 나면 미련 없이 돌아서는 편인데 넷플릭스와의 작업 방식이 기존과 달라 예민했던 부분은 직접 이야기하는 게 맞겠다 생각해서 한 번도 인터뷰한 적이 없는데 나섰다"라며 용기를 내어 작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은경 작가는 "1940년대라 하면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런데 제가 주력한 건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이었다.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실종과 생존이었다. 실종이 전반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되었고 생존은 본정거리 사람들이 버텨내고 살아냈던 모습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 생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안고 살아갔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정의했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요즘 들어 강조되지 않았던 731부대 이야기나 일제 침략기 당시의 참담했던 일상을 끄집어낸 것에 대한 칭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독립군에 대한 묘사나 인물들의 모습이 너무 가볍게 그려진 게 아니라는 아쉬워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를 꼼꼼하게 살펴본 듯 강은경 작가는 시청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해명을 했다.
강은경 작가는 "실제 당시의 분위기를 취재했을 때 정치적으로 식민지였지만 의외로 문화적으로는 근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융성하고 화려하고 흥이 많았더라. 1940년대에 유행했던 '삼천리'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항일, 독립의 이야기보다 누가 누구랑 바람을 피웠는지 같은 사건 사고의 내용이 더 많았다.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세상이 아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내며 살았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그런 걸 저변으로 깔았다."며 '경성크리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1940년대의 경성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이런 설명에는 주인공 장태상이 왜 독립군에 소속되지는 않으면서 뒤로는 독립군처럼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장태상은 경계인이었다. 본정거리 시장 사람들의 주 고객은 일본 사람이었고, 생존을 위해 일본인에게 물건을 팔아야 했지만 일본이 뭔가를 필요로 할 때는 상인들이 단합해서 시장 문을 닫거나 하는 식으로 어떤 방식으로는 국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립군이 아니어도 다 같이 독립을 염원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장태상의 모습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인물들을 대변하려 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파트 1이 공개된 이유 전개가 느리다, 크리처에 모성을 담은 것이 식상하다는 혹평이 있었다. 이런 반응을 꼼꼼히 봤다는 강은경 작가는 "앞서도 말했지만 실종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시에 실종되었는지, 그래서 10년 전 잃어버린 엄마를 찾고 명자를 찾기 위해 옹성병원을 찾아가는 빌드업이 매우 중요했다. 속도감에 대한건 제 숙제다. 정동윤 감독이 지금껏 드라마를 만들며 느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가 생각한 빌드업의 단계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느껴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이 작품을 크리처물이라는 장르물로 기대했을 때 생기는 갭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속도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모성애가 있는 괴물의 설정에 대해서는 "당시 실험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모성본능 실험이라는 걸 보고 너무 충격받았다. 엄마에게 자식을 위해 희생할 건지 아니면 자식을 줄일 건지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너무 참혹했다. 저도 엄마로서 이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크리처의 탄생 자체가 비극에서부터 출발한다. 이게 이 드라마의 변별력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한 강은경 작가는 "신민제국주의 권력을 가진 이들로부터 생긴 상처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라 생각했고 성심이 크리처가 되었지만 결국 그 시대 억압하고 폭행하고 조선인을 길들이려 했던 모든 사람이 크리처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사실 '경성크리처'를 생각하면서는 이렇게까지 장르물로 보일 거라는 계산은 없었고 '크리처'라는 것이 중의적으로 사용될 거라는 기대만 했다."며 장르물로 크게 오해받은 크리처의 원래 의미를 이야기했다.
일본군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다는 소재에 대한 부담은 매 순간 있었다고. 하지만 강은경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모성을 담으면 우리나라의 과거역사에 관심이 없는 외국의 사람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좀 더 보편적이고 쉽게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로벌 공개를 염두에 둔다면 시대와 역사만 가지고 하소연할 수는 없었다.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 안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면 세계 어떤 나라의 사람이건 가족으로의 연대감을 있으니 공감하고 따라오기 쉬울 거라 생각했다."며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이야기였기에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는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는 강은경 작가는 "저는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라도 했지만 정동윤 감독은 세대가 다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이야기하고 만들어 내며 시대가 어땠다는 강요를 하지 않고 팩트를 보여주는 담당함이 좋았다. 어떤 부분은 음악도 절제하며 사실적으로 연출을 했지만 그 시대를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이 너무 좋더라."며 정동윤 감독의 연출이 좋았던 이유를 밝혔다.
강은경 작가는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이 시대를 공부하고 크리처 만드는 과정도 지켜봤는데 다시 태어나도 나는 작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동윤 감독은 디테일하게 신경 쓰고 고민을 하더라. 그런 모습이 대견했다. 감독이 그 시대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 특히 욱일기를 초반에 넣은 장면도 그렇고 고문신을 연출한 부분도 너무 좋았다. 제 눈에는 모든 씬이 꽉꽉 들어찬 것처럼 보였다."며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들을 꼽기도 했다.
그러며 "저희가 옹성병원의 이야기를 만들 때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미술감독의 도움을 받아 건물을 구조적으로 레벨을 나누고 도면도 짜주셔서 그 동선대로 움직이니 동선과 장소 이동이 명쾌해졌다. 최근에야 알았는데 미술감독이 게임을 너무 좋아하셔서 그런 전략을 잘 짜신 거라 하더라."라며 제작진의 도움을 받아 매끄러운 스토리 진행이 가능했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또 지하의 실험실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너무 진짜 같아서 내가 갇힌다면 언제 무슨 실험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저절로 들더라. 그 공포나 무력감, 심리적인 게 달 표현되도록 지하 실험실이 만들어져서 세트를 보는데 가슴이 턱 막히더라. 그렇게 공간 표현을 잘 해준 미술 감독에게도 너무 감사했다. 또 채옥이 촛물을 켜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조연출의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눈빛이 보이면서 더욱 감정이 전해지더라."라며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스태프들이 한 마음으로 합쳐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해줬음에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컸다. "시나리오를 주자마자 제1순위 배우였는데 둘 다 답도 너무 일찍 왔고 글로벌한 스타라서 리크스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오히려 '한류 배우니까 이런 걸 더 해야 하니 않냐'라며 책임감 있는 말로 우리를 안심시키더라. 너무 고마웠고 MZ들이 이렇게 멋진가 싶더라. 시대가 변했다고 느꼈다."라며 강은경 작가는 박서준과 한소희의 출연 결정에 대한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시즌2에 대한 궁금증에도 답했다. 강은경 작가는 "시즌2는 전혀 다른 색깔이라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궁금하다. 이번 도전을 통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우리에게 상처가 된 시대의 무게가 새삼 저에게 다가오기도 해서 이번 도전을 통해 젊어진 느낌을 받았다. 엄중하게 봐주신 분도 감사했고 일단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것에서 소정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도 시대 콘텐츠가 더 많은 창작자에 의해 자유로운 상상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며 이번 시리즈를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속도감에 대한 것은 감독님과 저의 다음 숙제로 남을 것. 대중과 속도의 갭을 줄이며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낼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며 올해 공개될 시즌2는 대중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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