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임신 원한다면 커피는 하루 두 잔만요

난임전문의 조정현 2024. 1.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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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영상] 난임 전문의 조정현의 조언

"커피 한잔 할래요?"   언제 들어도 반갑고 정겨운 말이다. 묻는 이가 이성이라면 관심의 시작이자 만남으로의 첫걸음이 될 것이요, 동성이라면 메마른 일상 속에 훈훈한 정을 나누는 일이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커피는 우리 의식주에 큰 영향을 주는 후식 및 음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커피 소비량이 성인 1인당 연 367잔으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라니 우리나라 사람의 커피 사랑은 가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만 해도 하루에 텀블러 두 개에 가득 담긴 카페라테를 소화한다. 이것을 먹지 않고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병원 건물 1층에 커피숍이 있는데 아침 출근 시 승강기를 타고 퍼지는 커피 향을 맡으면서 '나도 빨리 진료실에서 커피를 마셔야지' 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처럼 커피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의학 칼럼을 쓰면서 부여된 임무는 어떤 시술이나 검사 및 약재가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고 그 기전이나 부작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트렌드를 알기 위해 최근 논문도 찾아보면서 고심해서 쓰다 보면 독자를 향해 '하지 마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꼰대의 전형적 표현 방식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커피 이야기만큼은 그 반대의 시각에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나 또한 하루에 텀블러 두 개 분량의 커피를 마시면서 환자들에게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위선이 아닐까. 옛날 초등학교 앞 달고나 가게에서 달고나 두 개를 먹은 금수저 초등학생이 흙수저 친구들에게 "달고나를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커피의 문제는 카페인(caffeine)이다. 카페인은 각성제로 졸음을 없애고 집중하는 데는 이점이 있으나 혈관 수축을 일으켜 골반으로 가는 혈류의 양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루 두 잔이라면

임신했거나 임신하기를 바라는 여성은 커피를 하루 두 잔 이하로 절제할 필요가 있다. [Gettyimage]
커피가 임신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부터 짚어보겠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 300㎎ 이상 카페인을 섭취하면 임신율이 떨어질 수 있다. 하루 700㎎을 마시면 임신율이 30~40% 감소한다. 임신부의 경우 하루 300㎎ 이상 섭취한 여성이 100㎎ 섭취한 여성에 비해 유산율이 1.2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하루 300㎎ 이하면 별문제가 없다. 그 이상이 되면 혈류량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여성이 흡연, 콜라, 알코올 등을 같이 섭취한다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카페인 섭취 증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흐름을 방해하며 배란에 장애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착상이 안 돼 난임이 될 수 있고, 다량의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유산율이 상승하고 태아의 발육이 느려져 조산과 사산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임신을 기다린다면 이제부터라도 커피를 하루 두 잔 이하로 즐기자. 하루 카페인 200㎎ 이하로 지낼 수 있으면 더 좋다. 

난임 전문의는 수정란 이식 후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자궁내막으로 가는 혈류의 양이다. 혈액이 부족할까 봐 빈혈이 있으면 철분을 복용하게 하고, 악성 빈혈 시에는 수혈도 한다. 혈관을 확장하기 위해 비아그라까지 먹게 한다. 혈관 내에서 혈액이 뭉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저용량 아스피린을 쓰거나 헤파린을 사용한다.  

이처럼 난임 전문의들은 임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혈액과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의사의 노력과 카페인은 서로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난임 여성에게 커피를 끊으라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아쉬운 마음을 떨치고 커피 음용을 절제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이토록 커피를 즐기는 걸까. 15세기 오스만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커피 마시기가 시작됐다니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개인의 신체 크기와 카페인에 대한 내성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속 카페인은 뇌에서 도파민(쾌감호르몬) 생성을 자극해 기분을 한결 나아지도록 돕는다.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충전되고 피로감이 해소돼 활력을 돋운다. 한마디로 중추신경계와 신진대사를 자극해 피로감을 줄이고 정신을 각성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도 항산화와 항염 효과가 있고 두통을 완화하기도 한다. 두통약에 소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는 이유다.  

요즘은 커피를 치료 음료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카페인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고 심장질환, 뇌졸중,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세상의 모든 음식과 음료는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신체에 긍정적 효능과 부작용을 동시에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카페인이 두통을 완화하기도, 유발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포기할 수 없는 유혹

여성은 생리 기간에 달달한 커피를 즐긴다. 배란 이후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떨어지면 세로토닌(행복호르몬) 분비가 저하돼서다. 달콤함을 맛보면 프로게스테론과 세로토닌 수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도 커피 예찬론자였다.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술보다 달콤하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1980~1990년대 커피숍에 가면 "커피는 악마같이 검지만 천사처럼 순수하고 지옥처럼 뜨겁지만 키스처럼 달콤하다"는 글귀가 쓰인 곳이 많았다. 그만큼 커피 사랑이 뜨겁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한 방울조차 맛있다던 루스벨트의 말처럼 커피는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의 음료다.  

하버드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J.E 샤바로 교수는 콜롬비아 태생이어선지 유명 원산지 커피를 먹으며 자랐고, '커피가 생식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야'라는 논문을 내면서 끝말에 지금도 하루 여섯 잔의 커피를 마신다며 커피 예찬론을 펼치는 것에 공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성인 1일 평균 당류 권장 섭취량(50g)이 있는데 달달한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시면 권장량을 훌쩍 넘기게 된다. 달달한 커피가 아니더라도 단 음료를 과잉 섭취하면 비만, 대사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에 노출될 뿐 아니라 임신이 잘 안 되는 몸으로 바뀔 수 있다. 

배란 장애가 있는 여성은 아이스크림 같은 단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Gettyimage]
 
하버드대 의대에서 1만8000명의 간호사와 연구원이 30년 동안 임신 방해 요인과 난임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역추적한 결과를 담은 '불임 극복 식이요법'에는 임신에 곤란을 겪고 배란장애가 있을 경우 아이스크림, 케이크, 휘핑크림 같은 단 음식을 당분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제된 탄수화물(과자, 인스턴트식품, 빵, 아이스크림, 음료수)처럼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식품을 특히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단 음식을 즐겨 먹으면 체내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 급기야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성호르몬의 불균형은 자연임신을 방해하고 배란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배란불균형을 겪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더욱더 커피를 달게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난임전문의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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