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류시 의사 책임' 일찍 AI 규제 정비한 일본...현 기술상황은[지금일본바이오는]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보수적이라고 정평이 난 이미지와는 달리 혁신 기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빠르게 대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DTx) 등 분야에서 일본정부는 빠르게 기업과 보조를 맞췄다.
AI 의료기기, 오류 발생하면 ‘의사 책임’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부터 일본은 AI 의료기기 규정을 일제히 정비했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은 그해 게놈 의료, 영상 진단 지원, 의료품 개발 및 수술 지원 등 6개 영역을 의료 AI를 도입해야 할 중점 분야로 정했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20% 이상)로 진입한 일본은 의료·간호 인력이 부족해 AI 의료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 규정도 빠르게 확립했다. AI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마련됐고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가렸다. 실제 일본 정부는 AI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료 및 치료 행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의사가 최종 책임을 지도록 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대신 의사 판단에 따라 활용 영역을 넓혀준 것이다. 의료 분쟁을 우려해 AI 의료기기 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인공지능 소화기 내시경 판독 기술서 세계 1위
이에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는 AI 의료기술도 나왔다.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사용되는 소화기 내시경은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의라도 10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내시경으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암을 찾아내는 진단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고난도 기술을 AI가 담당하도록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AI메디컬서비스는 내시경으로 촬영한 위와 대장 이미지를 바탕으로 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특정하고, 암으로 전환할 확률을 보여주는 화상 진단 지원 AI를 개발하고 있다. 정지화면과 동영상을 모두 즉시 해석하는 이 AI는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병변 부위를 확인하는 것을 돕는다.
의사들은 암을 진단하기 위해 매일 수천 장의 영상을 들여다본다. 그래도 조기 위암의 약 20%는 놓친다. 의사의 작업 부담 경감과 진단 정밀도의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회사의 내시경 AI는, 영상 1매를 불과 0.02초에 분석해 낸다. 4초 정도 걸리는 전문의에 의한 육안 영상 분석과는 압도적인 속도 차이가 있다.
계절성 독감 진단을 지원하는 AI 의료기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노도카는 인두 영상과 체온, 자각 증상을 AI가 해석하는 것으로, 독감에 특징적인 모습이나 증상 등에서 10여 초 내에 판정을 내린다.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이 없어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독감에 걸리면 생기는 인두의 독특한 종기를 시진으로 판별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이를 AI로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노도카’를 개발한 스타트업 아이리스는 50만 장이 넘는 인두 영상으로 AI를 학습시키고 문진 내용과 조합해 종합적으로 판정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AI를 탑재한 의료기기로 약사승인을 받은 노도카는 AI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에 공적 보험이 적용되는 일본 최초 사례다.
AMI가 개발한 ‘초청진기’는 가슴에 10초만 대면 심음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AI가 판단해 심질환 여부와 종류를 해석하고 의사의 진단을 지원한다. 심음·심전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초청진기는 의료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온라인 진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원격 청진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AI 의료기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AI를 탑재한 의료기기 수 증가와 AI 애플리케이션 다양화로 인해 2027년 일본 진단·진료 지원 AI 시스템 시장 규모는 165억 엔(15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AI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임상 현장(의학)과 제조기업(공학)을 연계시킴으로써 의료기기의 신기술 개발 및 도입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들의 개발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peac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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