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사랑한다고 말해줘', 두려움 느끼기도 했죠" [MD인터뷰](종합)

이예주 기자 2024.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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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내 머릿속의 지우개', '빠담빠담'…끝내줬죠.(웃음) 이번 멜로요? '더 늦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멜로 장인' 정우성이 그만의 뭉근한 사랑으로 멜로 장르에 또 다른 획을 그었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우성 표 멜로'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비단 연기력 뿐이 아닐 터. 16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나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정우성은 13년 전 이 작품의 판권을 구매한 바 있어 작품과의 긴 인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3년 전 쯤 이 드라마를 하려고 했을 때는, '청각 장애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드라마 끝까지 목소리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되겠냐', '3화 쯤에는 목소리가 트인다는 설정을 추가하자'. 이런 말들이 나오곤 했어요. 그때 '아, 이런 소재를 드라마로 제작하기에는 아직 힘든 환경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접었죠. 그러다 우연히 다시 대본과 마주친거에요. 그때 다시 판권을 접촉해 구매했어요. 차진우를 내가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원작 작가가 '정우성이니까 주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게 드라마화 된 작품인 만큼 고민도 많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잘 만들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작품에 필요한 정서와 이야기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했죠."

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를 맡았기에, 내레이션을 제외하고는 드라마에서 정우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눈빛과 표정 하나 하나를 통해 정우성 만의 진솔한 사랑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수어 연기가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차진우라는 사람이 7살 이후 평생을 쓰던 언어니까 능수능란해야 했죠. 수어는 직관적인 표현이 많아 접근이 용이했고 재밌기도 했어요. 대신 우리말과는 어순이 달라 대사를 수어 방식으로 순서를 바꾸고 지우고 응축하며 다시 외우곤 했죠. 차진우는 표현 자체도 조심스럽고, 또 많은 표현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표정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절제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다면 차진우가 가진 '마음의 소리'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정우성은 내레이션을 준비하며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원작 2부 엔딩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 목소리가 정말 뒷통수를 때리게 하는, 심장에 박히는 소리였어요. '저 사람도 내면의 소리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내면의 소리가 너무나도 인상깊게 각인되면서 이 드라마를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막상 내레이션을 준비할 때가 되자 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소리를 배제하고 차진우에게 접근해서 그런지 대본 리딩을 하고 내레이션을 해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녹음을 해야 하지?'라는 두려움도 들었죠. 그렇지만 현장에서 계속해서 차진우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다행히 녹음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정우성이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멜로에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은 알려짐과 동시에 국내외 드라마 팬덤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멜로 장인'의 귀환 때문이기도 했지만, 50대에 진입한 정우성이기에 더욱 화제가 된 것. 그런데, 원작이 베일을 벗자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사랑의 형태", "다시 보게 된 정우성의 멜로"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사랑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보통 젊은 시절의 사랑은 '내 마음을 왜 몰라줘'잖아요? 그런데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없죠. 인정받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인정받기를 갈구하는 것이 사랑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감정적 갈구를 억제하고 누르려고 했죠. 그게 사랑에 대한 성숙함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성을 뛰어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런 고민을 계속 했어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잔잔해지고 담담해진 만큼 깊어진 사랑. 정우성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노력을 기했다.

"촬영을 하고 나서 보니 차진우의 모습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이 피로감이 차진우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술을 끊었어요. 그러다 보니 피로감이 조금씩 덜어지더라고요. 스타일링은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늘 그랬듯 메이크업은 거의 하지 않았고, 머리도 제품을 바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했죠."

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작품을 통해, 신현빈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졌다는 정우성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정모은은 차진우와 물리적 나이 차이가 크지 않기를 바랬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나이대에서 배우를 찾았죠. 그러다 보니 캐스팅이 더 어렵기도 했어요. 그러다 마침 신현빈 배우에게 대본을 전달했는데, 이 대본이 갖고 있는 주제를 간파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너무 반갑고 감사했어요. 작업을 하면서도 연출자와 함께 긴 시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굉장히 기분 좋은 회의를 많이 할 수 있었죠. 힐링의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돌이켜보면 '신현빈이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를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고마운 배우죠."

높은 시청률보다는, 단단한 마니아층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스러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물론 시청률이 더 높았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이 드라마 특성상 빨리 훑어볼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그 특성을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시간을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뿌듯했어요. 이렇게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역시 큰 힘이었죠. 특히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 '이상하게 물 마시러 가기도 힘든 드라마'라는 반응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 정우성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영화 감독부터, 오랜만의 멜로, 천만 영화까지. 작년부터 쉴 틈없이 달려온 '워커홀릭' 정우성. 과연 그가 가진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정우성에게 슬쩍 물어보자 "이제는 쉬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일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쉬려고요. 건강도 챙기고, 여가생활도 하고요. 또 한동안 운동을 정말 못해서, 운동도 다시 하려고 해요. 일단은, 아무 생각도 안 할 거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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