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사형 규정 확대…외부 정보 통제 강화

KBS 2024. 1.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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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이 화면, 통일학술 연구단체인 ‘샌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영상입니다.

머리가 깎인 남성 두 명이 대중 앞에서 수갑을 차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얼굴이 앳됩니다.

평양 삼마고급중학교 3학년 학생인데 당시 16살이었다고 합니다.

노동교화형 12년을 받았는데,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는 게 죄목이었습니다.

‘본보기’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듯 당국은 학생들을 관중으로 동원했고, 담임 교원의 신상도 공개했습니다.

소년들에게 적용된 법은 특별법인 ‘반동사상문화배격법’입니다.

이 법의 최고형은 사형인데, 북한은 이처럼 한국 문화 유입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빌미로 북한 주민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형법과 특별법 등에서 사형 적용 죄목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실이 탈북민들 증언으로 밝혀지며 최근 발간된 ‘북한인권백서 2023’에 실렸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된 국가로 불리는 북한.

그곳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의 기본이자, 최고의 권리인 생명권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시기에는 특별법을 제정해 형법 외 개별 법규에도‘사형’을 명시하며 주민들을 압박했습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기존의 북한은 형법과 형법 부칙에 대해서만 사형을 명시하고 개별 법규에 대해서는 형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형법에 따라 처벌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북한은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사형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비상방역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그리고 마약범죄 방지법에서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1월,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2021년에는 ‘비상방역법’을 제정하고 위반하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요.

통일연구원 조사 결과 방역 조치 위반에 대한 공개 처형 증언이 수집됐습니다.

2년 전, 남북의 창 제작진이 입수한 북한 주민 전화 녹취에도 비슷한 정황이 담겨 있었는데요.

[북한 주민 녹취/2022년 : "지금 국경 일대는 엄청나게 긴장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삼중 봉쇄까지 들어갔는데 군대, 사회(안전부)까지 다 섰습니다. 삼중 봉쇄까지 들어가서 조금만 강에 내려가면 총에 실탄 장전해서 무조건 쏴 죽인단 말입니다. 쏴서 그 자리에 파묻어 놓습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강력한 국경 봉쇄와 더불어 ‘한류’와 같은 외부 문화 유입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도 높였다는 겁니다.

[조선중앙TV/2020년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시작으로‘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따라 제정했습니다.

이중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평양문화어보호법’에는 사형이 규정되어 있는데요.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코로나라는 걸 빌미로 더 통제할 수 있는 그런 명분이 생기잖아요. 영상을 봤다고 해서, 다른 외국 말투를 사용했다고 해서 사형까지 한다는 조항을 법규에 명시한다는 것은 굉장히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처벌 규정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북한인권백서 면접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통제가 더 강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내 불법 영상·출판물 등을 단속하는 미디어 검열 조직, 109(백공구)상무 검열단은 공지나 영장 없이도 가택 수색이 가능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집에 한 달에 한 번은 오는데 부엌에도 들어가 보고 서랍도 열어보고 북한은 이불장이 있어요. 이불도 다 털어 보고 그래서 USB라든지 이런 것들을 숨겨 두지 않았나 훑어보는 것 같고."]

한국 영상물을 시청, 유포한 것이 적발되면 총살한다는 증언도 나왔는데요.

남북의 창 인터뷰에 응한 탈북민 역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제 기억으로는 2013년 경이에요. 사형이 평양에서 이루어졌어요. 지방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평양에서 이루어졌고 일벌백계라고 해서 많은 사람을 죽일 것처럼 행동했어요. 원래는 공개 처형을 하려고 했는데 한 번 더 반성의 기회를 주겠다 해서 불순 영상물을 유포시킨 우두머리들만 총살하고 나머지 사람들 대부분 풀어줬어요. 그러면서 반성문도 같이 보여줬어요."]

최근엔 길거리 불시 단속도 수시로 이뤄지는데 휴대 전화 메모리에 한국 음악이나 영상이 남아 있는지, 심지어 문자 메시지를 한국 말투로 보냈는지까지 살펴본다고 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저도 한번 걸려본 적이 있거든요. 9시 경인가 10시 경에 오빠랑 같이 오는데 메시지를 확인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너무 어이가 없는 게 도대체 한국 문자 기준이 뭐냐는 거예요. 솔직히 남북한이 다 똑같은 글자를 쓰잖아요. 그 사람들이 이게 한국 문자라고 하면 실제 한국 문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거예요. 한 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상황인 거죠."]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외부 정보가 유입, 전달되는 주요한 수단인 만큼 단속을 강화한 건데요.

외국산 휴대 전화를 사용해 탈북민들과 소식을 주고받는 북한 브로커들은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브로커 녹취/2022년 : "정세야 힘들죠. 왜 힘드냐, 우리 검열만 들어오는게 아니라 규정이 다 세졌단 말입니다. 브로커들이 옛날처럼 생각하고 (연락을) 생각 없이 했는데 검열이 들어와서 검열 대상자들을 교화소 몇 년 보내는 게 아니고 영 나오지 못하는 그런 데를 가게 되니까모두가 다 움츠리고 최대로 긴장하고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북한인권백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은 세대와 성별, 지역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발 가능성이 큰 DVD 대신 USB와 같은 소형 저장 장치들이 보편화됐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발전된 기기 보급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그 중심엔 북한 청년 세대들이 있습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의 MZ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하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이들도 휴대전화도 사용하고 스마트폰도 사용하고. 당국이 통제한다고 해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고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 청년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의 문화와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국과 북한 사회를 비교하게 된다고 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그런 것(한국 드라마)들을 보면서 한국이라는 사회가 이런 사회구나! 죄를 지었으면 지위 고하 막론하고 법에 가서 심판 받고 감옥에도 가는 법치 국가라는 것을 그 때 배웠어요. 북한이라는 사회가 그렇잖아요. 오직 김정은만이 그 사람들에 대해서 옳다 나쁘나를 할 수 있는 상황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사회에 대한 불합리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불합리성을 느끼면서 대한민국 드라마를 보니까 시너지를 창출했던 것 같아요."]

북한 당국이 사형 규정까지 만들어 외부 정보 유입자를 처벌하는 것 역시 청년들의 사상 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헌법을 개정해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밝힌 것 또한 북한 주민들의 기강 잡기 측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남한을 국가, 적대 국가, 주적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럼 여기서(특별법) 보면 적대국, 괴뢰 말투 이런 걸 보면 남한이 타깃이 되어서 이런 법들이 만들어졌고 실제로 시행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 통제법들이 사형이라는 조항까지 포함돼 있잖아요. 최고의 형이잖아요 바꿔 말하면 그만큼 통제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어느 때 보다 강력한 통제, 검열과 사형이라는 법 규정을 통해 주민들의 생명권까지 침해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에 대한 수요와 욕구는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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