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베트남에 일본 식은땀…“그분 계셨으면 이겼을지도”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은 전반 11분 미나미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5분 뒤인 전반 16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응우옌 딘 박의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죠. 이어 전반 33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팜 투안 하이의 역전골로 2-1로 역전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한 뒤 후반에 두 골을 더 허용해 결국 2대 4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경기를 본 베트남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단 경기 내용 자체에는 합격점을 주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강 중 하나인 일본에게 두골을 몰아넣으며 승기를 잡은 것에 대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으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다섯번째 정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각종 매체들이 내놓은 아시안컵 우승 확률을 봐도 일본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옵니다. 축구 통계 매체인 ‘옵타’가 슈퍼컴퓨터를 통해 아시안컵 우승 확률을 분석한 결과 일본의 우승 확률은 24.6%였습니다. 반면 우승 확률 2위를 달리는 한국은 14.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격파하며 16강에 오른 일본의 기세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일본을 두고 베트남은 라인을 올리는 맞불 작전으로 잠시나마 2대 1로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충분히 ‘졌잘싸’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팬 일각에서는 2대 1 우위 이후에 보인 전술적인 역량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한번 박항서 전 베트남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이름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박항서 감독 시절 베트남은 강팀을 상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었습니다. 수비를 두텁게 쌓고 기회가 왔을 때 빠른 스피드로 역습을 가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런 전술을 토대로 베트남은 많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기회가 왔을때 골을 넣고 오는 작전으로 실리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베트남 일부 팬들이 이번 일본과의 경기를 놓고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박항서 감독이었다면 2대 1로 승기를 잡은 뒤 확실하게 문전을 걸어잠그며 어떻게든 승점을 챙겨왔을 것이라는 불만입니다.
한 베트남 축구팬은 “베트남 입장에서 굉장한 선전이지만 상대방에게 4골이나 내주며 무너진 것은 너무 아쉬웠다. 베트남 축구가 한층 더 발전하려면 고질적인 수비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매체는 일본과의 경기가 열리기 직전 “일본을 상대로는 트루시에 감독이 특유의 패스 축구 고집을 버리고 박항서 스타일을 따라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4골을 헌납했으니 이 매체의 지적이 맞아떨어진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 박항서 후임인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 대한 베트남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을 이끌고 팀을 16강에 올린 명장이었습니다. 당시 열화와 같은 일본팬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스타에 올랐지만 하필 경쟁상대인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바람에 그의 공은 잊혀졌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최근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한국에게 3연패를 당하는 중이었습니다. 특히 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무려 6골이나 허용해 베트남팬 분노가 일기도 했습니다. 트루시에는 트루시에 만의 정체성이 있고, 박항서는 박항서의 길이 있는 것입니다. 트루시에게 박항서 전술을 따라한다고 좋은 성적이 나오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트루시에 입장에서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야 팬들의 분노를 호응으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일본과의 경기는 딱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패배는 아쉽지만 두골을 먼저넣으며 잠시나마 승기를 잡았다는 점을 팬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박항서의 그림자를 지워낼 수 있느냐, 박항서의 역습 축구로 성공한 베트남에 트루시에의 패스 축구를 이식할 수 있느냐 여부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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