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기능 3개월 이상 저하된 '만성콩팥병', 왜 생길까?
콩팥은 복부 뒤쪽, 척추 양 옆에 위치하며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한다. 콩팥을 ‘몸 속 정수기’로 부르는 이유다.
또 체내 수분량, 전해질, 산성도 등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혈압 유지와 함께 칼슘과 인 대사에 중요한 여러 호르몬을 생산하고 활성화하는 내분비 기능도 맡는다.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은 콩팥 기능이 떨어져 만성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고 수분과 전해질 조절에 이상이 생기는데, 콩팥 기능 감소나 손상 증거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진단한다.
음상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 기능 저하가 진행돼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을 받아야 할 수 있다”며 “당뇨병·고혈압 등이 있거나 단백뇨 양이 많은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2년 13만7,003명에서 2022년 29만6,397명으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이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받는 환자를 보면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70% 내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구체신염은 콩팥에 있는 사구체(絲球體)에 염증이 생겨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콩팥에 있는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는 우리 몸에서 혈액이 여과돼 소변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장소이자 콩팥의 거름 장치에 해당한다.
이외에 유전 질환인 다낭성 콩팥 질환, 자가면역질환, 진통제 등 약물 남용도 원인이 될 수 있고, 간혹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소변 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몸이 붓는 증상이 동반되는데 주로 발과 발목, 다리가 먼저 붓기 시작해 전신까지 붓는다. 몸이 붓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피로감을 잘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몸이 가려운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음상훈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라고 했다.
만성콩팥병은 적절한 식이요법·운동·약물요법을 통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게 먹거나 피해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질·칼륨·인 섭취는 줄여야 한다.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콩팥에 부담을 줘 콩팥 기능을 더 빨리 악화시킬 수 있다.
병 정도나 환자에 따라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게 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히 콩팥 기능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의 양이 줄어들기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칼륨은 생 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 있다.
재료 껍질을 벗긴 후 채를 썰거나 작게 토막을 내 물에 담갔다가 헹궈내는 방법, 채소의 경우 끓는 물에 데친 후 여러 번 헹궈내는 방법으로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곡물류·유제품·초콜릿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인(燐)도 콩팥에서 배설되는 물질이다. 인이 배설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면 피부가 가렵거나 장기적으로 뼈가 약해질 수 있다.
또 만성콩팥병 관련 원인 질환과 합병증을 관리해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을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게 좋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 저하로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기에 빈혈·대사성 산증 등의 합병증을 적절히 치료하는 게 콩팥 기능 저하를 늦추고 다른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도 억제할 수 있다.
소변에서 단백질이 정상 이상으로 나오는 단백뇨는 콩팥이 손상된 것을 나타내는 조기 지표다. 단백뇨가 나오는지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대다수 사구체신염도 초기 단백뇨 소견을 보인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양성 소견이 나오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만성콩팥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고혈당·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다면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고 기존에 먹고 있는 약은 전문의와 상의해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음상훈 교수는 “비가역적으로 손상된 콩팥을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며 “환자가 병을 인지하고 병원에 방문했을 땐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 만성콩팥병과 관련된 원인 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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