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이미지 벗어라"…하림의 꿈 실현엔 '주머닛돈'이 관건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치킨사업 이미지를 벗고 물류사업 강자로 변모하려는 하림그룹이 자금 조달 능력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받아들었다. 하림은 HMM 인수를 통해 해상 부문 물류 확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육상 부문 물류 거점이 될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에 착수하며 종합 물류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두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만 13조원이 넘는다. 계열사 전체를 합쳐야 1조원대 중반 수준의 현금성 자금을 보유한 하림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현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하림은 벌크 전문 선사 '팬오션'에 이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을 품에 안게 된다. 선사 포트폴리오가 대폭 확대되면서 해상 물류 경쟁력 역시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재계 순위 역시 기존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른다.
다만 시장과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하림의 자금 동원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하림은 HMM 인수 대금으로 약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00억원에 불과하다. 지주사인 하림지주로 범위를 넓혀도 1조2900억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이 영구채와 FI 투자 등을 통해 유치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안팎이다. 인수 파트너인 사모펀트 투자사 JKL파트너스는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5000억원 수준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하림은 4대 은행과 3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받아 놓은 상태다. 계획대로 2조원 가량을 사용하면 팬오션 유상증자로 조달해야 하는 금액은 3조원에 달한다. 유상증자로 3조원을 마련하려면 팬오션 시가총액 1.5배 수준의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이례적이고 무리한 증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팬오션 주주들은 신주가 발행돼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HMM의 경쟁력 약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은행에서 2조원을 빌릴 경우 예상되는 이자 비용만 연간 2600억원 수준이다. 팬오션 영업이익이 2500억원대 수준이니 벌어들이는 돈을 모두 이자 값는데 써야 하는 셈"이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HMM의 투자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이자는 어떻게 감당한다 하더라도 원금은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 뚜렷한 답변이 없다. 하림 측이 말을 뒤집고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HMM 유보금으로 상환하거나 인위적 합병을 시도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은 "HMM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HMM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쓸 계획이다. 팬오션과의 합병이나 사업 구조의 인위적인 조정도 없을 것"이라며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추가 배당금을 받을 의도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림의 숙원 사업인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서울시의 인허가 승인을 받으며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육상부문 물류 거점이 될 양재 물류단지가 조성되면 하림은 해상과 육상을 아우르는 물류 강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문제는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다. 동시에 추진 중인 HMM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과 합하면 하림은 중장기적으로 13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양재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서도 하림 측은 이미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영향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현재 PF 유동성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하림이 PF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계획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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