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 vs 선택 폭 확대...어느 쪽이 더 우세일까 [ESC]

한겨레 2024. 1.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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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2024년 전기차 전망
정부, 올해 보조금 10% 삭감
경형SUV 등 다양한 모델 출시
일시적 정체 ‘캐즘’ 이후 관심
기아 전기차 이브이(EV)3. 기아 제공

2024년이 밝았다. 원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는 희망 가득한 인사를 나누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동차 분야는 미묘하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연료별 승용차 등록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등록 휘발유차의 수는 1227만여대(누적)로 2022년 12월에 견줘 24만여대 늘었으나 증가율은 2%에 그친다. 경유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12월 548만여대(누적)로 전년동기 대비 오히려 3.9%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전기차 등록대수는 41만여대(누적)로 전년동기 대비 26.2%(10만7천여대), 하이브리드차 등록대수는 147만여대로 전년동기 대비 24.3%(35만9천여대)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는 2021년에 견줘 2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국내 총 자동차 등록대수 약 2595만대에 견주면 친환경차 점유율은 아직 7%대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한시적 추가 보조금은 올해도 계속

이러한 추세는 2024년 장밋빛 전망으로 이어진다. 에너지업계 컨설팅회사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 9일 2024년 세계 전기차 시장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전기차 시장이 2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팔린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약 1380만대로 2022년의 1005만대에 비해 약 37%가 늘었다. 2024년에는 이 숫자가 1670만대(2023년 대비 21% 증가)가 될 것이고, 이 중 70%가 순수 전기차(EV)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대선과 중국 시장의 포화, 유럽·미국의 자국 시장 보호 강화 등 여러 정치적·지역적 요인이 있어 증가세가 둔화할 수는 있어도 대세는 전기차 판매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부정적 요인이 있다. 환경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예산을 1조7340억으로 정하며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였고, 경기 악화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가용소득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전기차 보조금 추가 지급을 고려해 올해도 구매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보다 보조금이 10%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구매 보조금을 얼마나 늘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들이 출시를 기다리면서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진다. 현대자동차의 경형 에스유브이(SUV)인 캐스퍼에 전기차가 추가되는데, 인산철 배터리를 얹어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원대 구매가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기아 이브이(EV)3은 캐스퍼보다 큰 소형 에스유브이 전기차로, 구매가는 4천만원대가 되어 평균 5천만원이 넘는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 하반기에 나올 이브이(EV)4는 이브이(EV)3과 크기와 가격대가 비슷한데 세단형이라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케이지(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는 중형 에스유브이인 토레스의 트럭 버전을 전기차로, 한국지엠(GM)은 중형 에스유브이인 이쿼녹스에 전기차를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중형급 에스유브이인 오로라1을 공개하는 등 친환경 신차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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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 시설도 확충 진행형

베엠베(BMW) 아이엑스(iX)2. 베엠베 제공

수입차도 다양한 모델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베엠베(BMW)의 준중형급 에스유브이인 엑스(X)2가 완전히 바뀌며 전기차 버전인 아이엑스(iX)2가 추가된다. 볼보에서는 소형 에스유브이 전기차인 이엑스(EX)30이 나오는데 국내 기준 4945만~5516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보조금을 받게 될 경우 수입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해질 가능성이 크고, 최근 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니는 4세대 일렉트릭 모델이 나오는데,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먼저 공개됐다. 폴스타는 대형 에스유브이 전기차 폴스타3의 판매를 시작하는데 최고출력 360kW로 약 489마력에 달하는 고성능 모델이다. 캐딜락은 첫 전기차인 리릭을, 지프도 첫 전기차인 어벤저가 대기 중이다.

볼보 소형 에스유브이(SUV) 전기차 이엑스(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이처럼 수입차는 여러 브랜드가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디자인의 전기차를 내놓고 있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체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수입차 비중은 국산차의 19% 정도이지만, 전기차만 보면 수입차(4만3천대)가 국산차(11만7천대)의 37%에 달한다.

전기차 충전 시설 확충 등 편의성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예산은 지난해 5189억에서 올해 7344억으로 늘었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던 사람이라면 초급속 충전기가 많이 늘어난 걸 느낄 정도로 이미 충전시설 확충은 진행 중이다. 2022년 기준 휴게소당 평균 3.7개의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해 5.9개로 늘어났다. 장거리 운행에서 가장 불만인 충전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어느 휴게소에 들를 것인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2024년의 전기차 시장은 기업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가 창안한 개념인 ‘캐즘’(Chasm, 깊은 틈)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캐즘은 첨단 기술 제품을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줄어든 보조금 정책, 고금리와 줄어든 가용소득, 충전의 불편함과 안전 우려 등은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구매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모델이 선을 보이고 있고 충전 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은 희망적이다. 2024년 전기차를 둘러싼 부정과 긍정 요인 중 어느 쪽이 더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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