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나로마트 달토끼 ‘나로’랍니다 [어디서 왔니?]

2024. 1.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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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캐릭터 개발…3개월 만에 완성
용역업체 ‘하끼·판다’ 제안, 농협이 역제안
농협하나로 마트 정식 입사 하며 보폭 넓혀
하나로마트 캐릭터 나로. [농협지주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토끼가 살고 있어요. 신선 과일과 야채를 먹고 사는 토끼요. 무전취식이냐요? 에이~ 밥벌이는 한답니다. 출입문에서 고객을 반기고 안내데스크에서 고객을 맞을 때도 있어요. 로켓을 타고 ‘싱싱배송’ 대기도 해요.

“우리 몸엔 우리 먹거리죠. 와 보세요 하나로마트~또 하나의 친구 하나로마트♬♪”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중독성 있는 노래도 불러요. 큰 귀에, 빨간 코. 하나로마트의 상징 캐릭터 ‘나로’입니다.

나로는 2017년 태어났어요. 농협의 편의점, 하나로미니의 캐릭터로 시작했답니다. 농협은 하나로미니의 캐릭터를 하나로마트에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어요. ‘고객과 유대감 형성, 캐릭터 활용을 통한 매출 강화’ 두 가지를 목표로 캐릭터 작업에 나섰다고 해요.

나로 전에도 하나로마트의 얼굴은 있었답니다. ‘아리’라는 녀석이죠. 농업의 근원인 씨앗을 모티브로 쌀알, 밀알의 '알'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아리는 하나로마트만이 아닌 농협 계열사 전체가 활용하는 캐릭터였어요. 2000년부터 17년 동안 꽤 오랫동안 활동한 ‘큰 형님’이시죠.

하나로마트 캐릭터 나로. [농협지주 제공]

하지만 “캐릭터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부 목소리가 많았어요. 그래서 더 직관적인 동물인 토끼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왜 토끼냐요?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도 있겠네요. 농협은행 통장에 그려진 한복 입은 하얀 토끼, 기억나세요? 바로 그거에요. “농협중앙회에서 토끼 캐릭터가 있었으니, 그 토끼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반영됐답니다. 실제 지난 1984년 12월 7일자 신문을 찾아보니 ‘농협중앙회는 토끼가 12지의 하나로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의 마음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나로’라는 이름을 갖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농협은 캐릭터 개발에 착수하고, 디자인 회사에 의뢰했어요. 디자인 회사에서는 처음 ‘하끼’라는 이름을 제안했다고 해요. ‘하나로마트 토끼’의 첫글자와 뒷글자를 딴 것이었죠. 농협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맞아요. 일본 이름 같지 않나요? 그리고 의미도 잘 모르겠고요.

두 번째 제안 이름은 ‘판다’. ‘이것저것 다 판다’에 그 ‘판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퇴짜. 답답했던 농협 직원이 역제안을 했어요. “나로 같이 하나로마트를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죠. 너무 단순한가요? 복잡하게 돌아가지 않아도, 정답은 바로 옆에 있을 때가 많답니다.

농협이 1984년부터 사용한 마스코트 ‘토끼’와 2000년 등장한 캐릭터 ‘아리’. [농협지주제공]

자, 이름을 지었으니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겠죠? 농협에 따르면 나로에게는 원래 ‘하나’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답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 살던 하나와 나로는 초승달 배를 타고 먹을거리를 찾아다녔어요. 지구를 찾은 두 친구는 처음 본 맛있는 과일과 채소에 마음을 뺏겼어요. 나로가 하나보다 호기심이 더 많았답니다. 먹을거리에 심취해 나로는 결국 길을 잃었어요. 나로를 기다리다 지친 하나는 달나라로 돌아갔답니다. 홀로 남게 된 나로는 맛있는 음식들로 향수를 달래며 지냅니다. 너무 슬픈 이야기인가요?

우연히 들른 하나로마트, 채소와 과일의 천국이었습니다. 나로가 드넓은 들판보다 하나로마트에 정착한 이유랍니다. ‘달나라 계수나무’가 고향인 나로, 그런데 문득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나·로’의 나로. 단순하지만, 명료한 의도랍니다.

농협은 원래 나로와 함께 지구에 온 ‘하나’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 토끼로만 캐릭터 작업하기로 했어요. 하나는 달로 돌아간 것으로, 자연스러운 퇴장을 하게 됐답니다. 농협 관계자도 “하나가 지구에 돌아올 계획은 없다”고 얘기합니다. 하나가 궁금한데, 우린 볼 수가 없게 된 것이죠.

나로가 출연한 하나로마트 CM송 뮤직비디오. [하나로마트 유튜브 캡처]

대신 ‘나로 아빠’가 지구에 가끔 놀러 온다고 해요. 농협은 ‘나로 아빠’에 대한 캐릭터 작업을 최근 시작했어요. 나로는 금색 큰 귀에 배에는 ‘ㅎ’자가 새겨져 있어요. 노란색은 농협의 CI(Company Identity) 금색항아리에서, ‘ㅎ’ 글자는 농협의 글자에서 따왔어요.

TV에 나로가 등장하더라도 ‘농협’을 알리는 캐릭터 노출에는 내부에서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농협의 특성이 사라진 토끼가 됐죠. 이 캐릭터가 앞서 언급한 ‘나로 아빠’요. 나로 대신 나로 아빠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세계관의 확장으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나로 유니버스. 그런 맥락이겠죠?

나로는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처음에는 카드뉴스, 광고 전단에 등장했지만, 2020년부터는 진짜 사원증을 받아 하나로마트에 정식 입사했답니다. 나로의 유튜브 데뷔도 이때 이뤄졌어요.진짜 ‘홍보사원’이 된 겁니다. 매주 한편씩 올라오는 유튜브 채널에서 나로의 활동을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농협 직원을 대상으로 ‘농협 골든벨’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손인환 농협지주 회원마케팅 팀장은 “향후 굿즈 등으로 나로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으니, 기대해 보시죠. 나로가 지구별에 이름을 떨칠 날을 말이죠.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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