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속 세상읽기 - 실종된 평균과 진심 사회

김성철 2024. 1.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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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억 명 이상이 로그인하고 매일 10억 시간 넘는 동영상을 보는 유튜브.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90%는 조회수가 1,000회도 안됩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기를 끄는 동영상 속에는 뭔가 비밀이 있겠죠.
또, 인기 동영상이 말해주는 우리 사회 트렌드가 있을 겁니다.
저와 함께 트렌드를 읽어보시죠.

이번 주 2024년 1월 18일 유튜브 인기급상승 동영상 1위는 고현정 씨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 클립이었고, 다음날 1위 동영상은 국민MC 유재석의 개인 채널에서 배우 조정석 씨와 이야기를 나눈 토크 클립이었습니다.

고현정 배우나 조정석 배우는 물론 유재석 진행자도 그야말로 수퍼스타급으로 흥행 보증 수표니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고전하는 TV 토크쇼

사실 토크쇼는 TV 단골 장르였습니다. 큰 인기를 끄는 수퍼스타나 한동안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던 유명인이 근황을 알리는 토크쇼는 형태를 새롭게 하며 많은 시청자 관심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의 경우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개인사를 들려주자 벤처 기업인에서 한 순간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으니까요.

10여 년 전만해도 거의 매일 TV 채널 한 곳에서는 볼 수 있던 토크쇼 프로그램이 요즘은 TV에서 보기 힘든 장르가 됐습니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유명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학교 전학생으로 빙의해 서로 반말로 이야기를 나누던가 (JTBC-아는 형님) 특정 테마로 유명인을 묶어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MBC-라디오스타) 그렇지 않으면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일반인을 토크 대상으로 삼는(tvN-유퀴즈 온 더 블록)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합니다.

예전 처럼 유명인이 나와서 자기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형태로는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없으니 여러가지 재미 장치를 가미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토크쇼 프로그램은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토크쇼로 성격을 바꿨던 '옥탑방의 문제아'도 최근 폐지됐고 10년 전 인기를 끌던 포맷을 다시 살려 만들었던 '강심장'도 시청률 부진을 겪다 진행자를 바꾸는 등 수술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국민MC도 유튜브 토크쇼

반면, 유튜브 토크쇼는 별다른 장치 없이 진행자와 출연자가 긴 시간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진솔함을 강조하려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영상도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에 신동엽, 탁재훈은 물론 유재석 등 방송계에서 슈퍼스타급으로 분류되는 MC도 유튜브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며 섭외력 역시 '방송국' 저리 가라 입니다.

이런 슈퍼스타급 MC가 유튜브 채널에 자리를 잡자 '대기업의 동네상권 진출'과 같은 경우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나옵니다. 왜 사람들은 TV 토크쇼를 떠나 유튜브 토크쇼로 몰려드는 것일까요?

실종된 공감대와 평균

아마도 '평균적인 공감대'가 사라지는 트렌드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평균 실종'이라는 말로 정리했는데요.

과거 1980년 대 가장 유명한 가수는 '조용필' 90년 대는 '서태지' 이런 식으로 남녀노소 모두 알고 있고 인정하는 대상이 존재했습니다.

가요 톱10에 나오는 가수, 개그콘서트에 나오던 개그맨 등등 평균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나이 든 사람은 BTS와 뉴진스 그룹명이나 얼굴을 모르고 젊은 사람들은 '서태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가장 유명한 가수가 '임영웅'이냐 'BTS'냐를 두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죠.

불특정 다수 시청자를 TV로 불러모으기에 출연자 한계가 분명합니다. 심지어 TV 토크쇼를 보면 출연자가 어떤 사람이고 왜 여기에 나올 이유가 있는지 사전 교육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하기도 합니다.

아빠가 TV를 틀고 재밌게 토크쇼를 보고 있는데 딸이 나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왜 보냐고 불평을 하는 모습 상상이 되시죠. 그러니 방송국에서 토크쇼를 만드는 사람들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진심'을 다양한 경우에 사용하는 트렌드도 눈여겨 봐야합니다.

'난 떡볶이에 진심이야' '난 빨강색에 진심이야' 처럼 좋아한다는 말에 '진심'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고기 외길 30년...갈비에 진심인 식당' 처럼 '전문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말로 '진심'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진심은 사전에서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으로 정의합니다. '진심'을 추구한다는 것은 반대로 '거짓'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로 처음 보는 진행자와 초대 손님이 존댓말로 요즘 근황을 물어보고 진짜로 궁금하지 않을 법한 새로 찍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진심'을 강조하는 요즘 사회에서 절대 먹혀들리 없습니다.

서로 반말을 주고받고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속마음'을 평소 알던 진행자와 나누는 포맷은 결국 요즘 '유튜브'에 가장 적합한 장르일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좁아진 공감대 속에서 '진심' 경쟁 벌어지면?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점점 좁아지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점점 좁은 영역으로 모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쪽으로 쏠리던가 양쪽으로 갈리던가 그것도 아니면 서로서로 외로운 섬 처럼 각자 좋아하는 것만 추구할 수 밖에 없죠.

이렇게 갈린 사람들이 '진심'을 강조할 때 부작용도 걱정입니다. 진심이 마치 선명성 경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죠.

유튜브 토크쇼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독해져야 '진심'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쪽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광장처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토크쇼를 기대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방 속에 담긴 물건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MBN 토크쇼 토크백 한 번 유튜브나 방송으로 시청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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