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후] 이정재 뒤이은 한국계 배우…美 에미상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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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또는 한국 국적 배우가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22년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이후 두 번째다.
또 그는 영화 '미나리'를 통해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09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본격적인 배우 활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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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수치심은 외로운 것이지만, 연민과 은혜는 우릴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40·한국명 연상엽)은 지난 15일 열린 제75회 미국 에미상(Emmy Awards)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뒤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에서 주인공 대니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이것을 내게 가르쳐 준 대니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극 중에서 대니는 현실의 스티븐 연과 같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수리공인 대니는 차별의 시선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계속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난폭 운전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사건이 모여 블랙 코미디 드라마인 성난 사람들로 완성됐다.
스티븐 연은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대니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수상 소감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또는 한국 국적 배우가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22년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이후 두 번째다.
스티븐 연은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 Awards)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의 남우주연상을 모두 받은 한국계 또는 한국 국적 배우는 스티븐 연이 유일하다. 또 그는 영화 '미나리'를 통해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83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난 스티븐 연은 1988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이민자 2세다. 스티븐 연의 가족은 캐나다에 잠시 머물다가 미국 미시간주로 이주했다. 스티븐 연은 이곳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2005년 형과 함께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왔다.
스티븐 연의 시카고의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다. 이후 그는 2009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본격적인 배우 활동에 나섰다. 그는 2010년 미국 AMC의 좀비 드라마 '워킹 데드' 글렌 리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워킹 데드 시리즈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당초 조연급이었던 글렌 리 캐릭터도 점차 인기를 끌어 주연급으로 발전했다. 당시 미국 주요 드라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아시아계 배우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 시즌7까지 출연했다.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이후 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한국계 또는 한국인 창작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자신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보다 분명하게 했다. 그는 2016년 신연식 감독의 '프랑 영화처럼'에 출연했고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함께했다.
스티븐 연이 대중으로부터 흥행 배우를 넘어 '명배우'라고 평가받게끔 만든 작품은 2020년 영화 미나리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 스티븐 연은 출연자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스티븐 연은 농장을 가꾸며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애쓰는 가장 제이콥 리 역을 연기했다. 그는 대부분의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 이민자 아버지의 불안과 열망을 뛰어나게 표현했다며 호평받았다.
스티븐 연은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한국계 최초', '아시아계 최초' 등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민국 국민이 응원과 관심을 보내는 이유다. 스티븐 연은 올해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에 출연한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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