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10억 모집…‘신의 직장’ 때려치웠을 땐 다들 외면했죠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4. 1.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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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욱 ‘펀더풀’ 대표
“누구나 쉽게 문화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도약”
윤성욱 펀더풀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펀더풀>
“영화 ‘범죄도시3’(2023년 5월 개봉) 제작을 앞둔 2022년 6월 ‘범죄도시3’에 100만원 투자했는데 274만원(세전) 받았어요.”

배우 마동석 씨가 주연을 맡아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2017년 범죄도시 1편 성공에 이어 2022년 ‘범죄도시2’, 2023년 ‘범죄도시3’까지 잇달아 흥행하면서 범죄도시는 영화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22년 5월 ‘범죄도시2’가 개봉하자마자 대중에게 주목받으며 관객들이 몰리던 2022년 6월. 영화·드라마·음악·미술 등 문화 콘텐츠 투자 중개 서비스(플랫폼) 제공 기업 ‘펀더풀’은 대중을 대상으로 ‘범죄도시3’의 제작·마케팅 비용 10억원을 모집(펀딩)하는 상품을 공개했다.

투자금 모집기간은 2022년 6월 2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총 모집 금액은 10억원, 기관 투자가가 아닌 일반 개인 투자자의 1인당 최소 투자금액은 50만원, ‘범죄도시3’의 손익(총 매출에서 총 비용 차감)을 손익배당비율에 따라 배당하는(돌려주는) 상품이었다. 총 624명이 신청했고, 모집 1시간 만에 목표 투자금액 10억원이 몰려 투자가 마감됐다.

펀더풀 관계자는 “‘범죄도시3’은 총 제작비 135억원, 손익분기점 180만명으로 추정됐는데, ‘범죄도시3’이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넘겨 펀더풀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얻었다”며 “2022년 6월 7일 모집 공고 게시, 같은 달 21일 오후 2시 모집을 시작해 1시간 후 모집 마감, 이듬해 12월 12일 투자 수익금 정산을 끝냈고, 최종 수익률은 174%였다”고 설명했다.

2021년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고 같은 해 4월부터 온라인 투자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펀더풀. 펀더풀은 우리나라 최초 문화 콘텐츠 투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펀더풀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회원 약 10만명, 누적 투자 중개액 183억원, 재투자율 37%로, 케이씨벤처스(KC벤처스),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총 약 40억원을 투자받을 만큼 성장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창업자)를 만나 창업 과정, 경영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펀더풀의 전략 등에 관해 들어봤다.

-펀더풀은 어떤 회사.

▷펀더풀은 영화·드라마·음악·미술 등 문화 콘텐츠 제작 혹은 공연·전시·마케팅 등을 하는 기업에게 온라인을 통해 관련 자금을 모집해 지원해주는 온라인 소액 공모 중개 서비스(플랫폼) 제공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업계는 지식재산권(IP)이나 담보물이 없어 콘텐츠 제작 역량이 뛰어나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쉽게 자금 조달을 하는 게 어려운 구조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때 제작 전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투자사는 있지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거나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홍보비용 등이 부족할 때 이를 마땅히 지원받을 곳이 없다. 쉽게 말해 펀더풀이 이런 상황에 놓인 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한다. 지식재산권이 없거나 담보를 잡기 어려운 콘텐츠 기업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해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주요 투자 상품은.

▷영화 <범죄도시3>, 영화 <싱크홀>,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 전시회 <요시고(YOSIGO) 사진전>, 전시회 <에릭 요한슨 사진전>, 전시회 <우연히 웨스 앤더슨>, 뮤지컬 <잭 더 리퍼>,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이 있다.

-투자 손실이 발생했던 프로젝트도 있나.

▷있다. 펀더풀이 선보인 프로젝트 투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전부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업 감사보고서 등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대중에게 신뢰를 잃으면 펀더풀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고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올해 경영 목표와 달성 전략

▷펀더풀이 선보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대화 공간(커뮤니티)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의 투자 내역, 투자 후 정산 내역 등만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특정 분야에 ‘투자하고 싶어요(가칭)’를 누르면, 이와 관련된 투자 상품이 출시할 때 고객에게 추천 상품으로 보여주고, 상품 판매자에게는 잠재 고객을 보여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이르면 내년에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펀더풀의 지향점은.

▷문화 콘텐츠 투자를 넘어 전 산업에 걸쳐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히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회사, 전 세계 누구나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재미있는 경험과 경제적인 이익을 누리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언제 어떻게 하다가 창업했나.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영화 마케팅, 제작·투자 등을 하는 회사 ‘쇼이스트’에 입사해서 영화 투자, 마케팅, 제작 등 영화와 관련된 여러 업무를 했다. 이후 벤처캐피털 ‘엠벤처투자’에 입사해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투자 심사역을 거쳤고, 이후 IBK기업은행으로 이직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문화 콘텐츠 투자 업무 등을 맡았다.

2016년 우리나라 1위 크라우드 펀딩 기업 ‘와디즈’로 이직해 역시 영화 등 문화 콘텐츠 투자업을 했다. 이후 2019년 2월 와디즈에 사표를 냈고, 같은 해 4월 펀더풀 법인을 설립하고 창업가로 변신했다.

직장생활에 굉장히 충실했기 때문에 반드시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다. 와디즈에서 근무할 때 문화 콘텐츠 투자를 더 잘해보고 싶다는 간절함 생겼고, 그런 열망에 창업까지 하게 됐다.

펀더풀 창업 전에 투자했던 대표적인 영화는 <명량>, <베테랑>, <올드보이>, <82년생 김지영>, 뮤지컬은 <캣츠> 등이 있다. 18년 넘게 금융권에서 문화 콘텐츠 투자를 담당하면서 자본의 불균형을 해결하고 싶어서 펀더풀을 세웠다.

-펀더풀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과 극복 방법.

▷창업 전까지 큰 조직에서만 근무했고, 조직에 투영된 삶을 살다가 조직이 없어지면서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예를 들어 IBK기업은행에서 근무할 때 영화 업계 관계자들한테 전화해서 “저 기업은행 윤성욱입니다”라고 말하면 됐지만, 창업해서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니까 이해 관계자들한테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줘야만 했다. 사표를 내고 사업 시작했다고 하니까 전화를 안 받는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사람들한테 상처도 많이 받았다.

-펀더풀 경영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과 극복 방법.

▷인재 영입이 가장 힘들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펀더풀도 구직자에게는 이름도 못 들어본 아주 낯선 회사였기 때문에 인재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채용 이후에는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알리고 공감받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는 경영도 잘 하고 조직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그게 가장 힘들다. 숙명이겠지만.

-어렸을 때 꿈은 뭐였나.

▷외교관이었다. 사업가를 꿈꾼 적은 없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미혼일 때, 펀더풀 창업 당시(42세) 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창업할 것이다. 창업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홀로 세우는 과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어릴 때 창업하면 실패해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창업할 것 같다.

-영화 업계에 오래 계셨으니까 한국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낙관적으로 본다.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한국 영화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영화 업계에 한파라 몰아닥친 게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업계가 힘든 것이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지만 넷플릭스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채널(플랫폼)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영화, 음악 등 콘텐츠를 접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영화는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와 플랫폼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한지 따져보면 콘텐츠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의 영화·음악 등 문화 콘텐츠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 능력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만약 한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가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면 된다.

영화 제작 자금 조달(펀드레이징)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영화 제작사들도 적지 않다. 펀더풀은 해외에서도 자금을 끌어와서 우리나라 영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하려고 한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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