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샐러리캡 유지할 수 있을까?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4. 1. 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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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 구단의 연봉 상한액은 114억2638만원이다. 이 금액을 넘어서면 제재금을 부과하고 신인 지명에 불이익을 준다. 2023년부터 시행했지만 제도 유지가 불확실하다.
지난해 9월14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프로야구 KBO리그는 2023년부터 샐러리캡을 시행했다. 벌써부터 이 제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샐러리캡은 여러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택하고 있는 선수 연봉 제한 제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한선을 넘어서는 금액에 제재금(일종의 ‘사치세’)을 부과하고 신인 지명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는 ‘하드캡’에 비해 연성이어서 ‘소프트캡’이라 분류된다.

상한액은 114억2638만원이다. 제도 시행 전 두 시즌인 2020~2021년 10개 구단 연봉 상위 40명(외국인·신인 제외) 금액을 합산한 뒤 평균을 냈다. 이 평균의 120%가 상한선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런데 당장 첫 시즌이 지난 뒤부터 제도를 손보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10개 구단 단장이 참석하는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2023시즌 챔피언 LG를 비롯한 몇몇 구단이 샐러리캡 문제를 거론했다. 1월에 다시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제도 개선과 폐지를 두고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KBO리그의 샐러리캡은 빠른 시일 안에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KBO가 지난해 12월20일 공개한 10개 구단별 상위 40명 연봉에 그 답이 있다. 모든 구단이 지난해 상한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1위 두산이 상한액에 2억4463만원 모자란 아슬아슬한 수준이었다. 8위 KT도 슈퍼스타 한 명 연봉에도 못 미치는 19억4338만원 여유만 있었다.

상한선 자체가 아주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메이저리그 사치세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메이저리그 2023년 사치세 상한액은 2억3300만 달러로 그해 30개 구단 평균액의 120.8%였다. KBO리그에선 2020~2021시즌 평균이 아닌 2023년 연봉 평균 대비로는 116.2%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변동계수’라는 통계가 있다.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크기나 단위가 다른 분포를 비교할 때 쓴다. 지난해 KBO리그 10개 구단 상위 40명 연봉 합산액의 변동계수는 14.4%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는 36.5%로 2.5배가 넘었다. 즉, KBO리그 구단별 연봉 총액은 평균을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반면, 메이저리그에선 부유한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의 차이가 크다.

사치세 제도는 씀씀이가 큰 구단에 불이익을 주고, 그렇지 않은 구단에 혜택을 주는 게 기본 골격이다. 누구도 불이익을 원하지 않는다. 불이익을 받는, 또는 받을 가능성이 큰 구단은 제도 폐지를 원한다. 하지만 이익을 얻는 구단의 존재로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연봉 총액이 리그 평균을 넘는 구단은 15개, 미달하는 구단은 15개로 균형이 절묘하게 맞았다. 현행 사치세 제도가 시행된 2003년부터 사치세 납부 구단은 연평균 2.9개에 불과했다. 전체 구단의 10% 미만이다.

반면 올해 KBO리그에선 7개 구단 연봉 총액(40명 기준)이 리그 평균을 넘었다. 미달한 3개 구단 중 하나(KT)는 평균과 차이가 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현행 제도에서 전체 구단의 70~80%가 제재금을 납부해야 할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KBO리그 구단 다수는 샐러리캡 완화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 서는 게 합리적이다.

연봉 규제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

샐러리캡은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했던 뜨거운 주제다. 1994~1995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장기간 파업은 구단 측의 샐러리캡 도입 시도가 발단이었다. 구단 매출에서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KBO리그에선 과다 지출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프로리그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면에서 샐러리캡은 불가피한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너무 엄격한 기준을 택한 게 제도 변경 요구를 높였다”라고 지적했다.

KBO가 2025년까지 같은 금액을 샐러리캡 상한선으로 유지하는 점도 문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상한액이 낮아지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도 2010년대 3년 기간으로 동일한 사치세 상한액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2017년부터 매년 금액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현행 제도에서 연평균 인상률은 3.3%다.

결국 구단들이 “선수 연봉을 낮춰야 한다”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결과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는 이 욕망이 거의 언제나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KBO리그에는 샐러리캡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의 연봉 규제 장치가 있었다.

1982년 원년에는 선수를 5등급으로 나눠 각각 최고액을 정했다. 1983년에는 연봉 인상 상한선을 25%로 정했다. 그다음 해부터는 신인 연봉 상한선을 뒀다. 1999년에는 외국인 선수와 프리에이전트(FA) 연봉에 상한을 설정했다. 이 가운데 신인 연봉을 제외한 모든 규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졌다. 요약하자면 ‘연봉 규제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였다. 돈을 써서 성적을 내려 했던 구단들이 앞장서서 스스로 만든 규제를 허물었다.

샐러리캡 제도는 KBO리그판 노사 타협의 산물이다.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2019년 FA 자격 연한을 1년 단축하는 대신 샐러리캡을 도입한다는 합의를 했다. 이와 함께 선수협회는 야구 규약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취하했다. 당시 선수협회 사무총장이던 김선웅 변호사는 “샐러리캡에 대해 선수들의 반발이 심했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볼 때 구단들이 스스로 샐러리캡을 변경시킬 것’이라고 설득했다”라고 회상했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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