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아까웠다" OPS 0.819→재계약 불발→NYY 입단…두산이 19홈런 거포를 떠나보낸 이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굉장히 아까웠다"
미국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를 비롯한 현지 복수 언론은 19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가 호세 로하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돼 있으며, 메이저리그에 승격될 경우 75만 달러(약 10억원), 마이너리그에 머무를 경우 18만 달러(약 2억 4000만원)를 받는다.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6라운드 전체 1086순위에서 LA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로하스는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속에 2021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그해 61경기에 출전해 35안타 6홈런 15타점 타율 0.208 OPS 0.676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 22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받았지만, 타율 0.125로 부진한 끝에 짐을 싸게 됐다.
로하스는 언제든 담장 밖으로 타구를 넘길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한 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한 로하스는 2023시즌에 앞서 두산 베어스와 연이 닿았다. 당시 두산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까닭에 마이너리그에서 6시즌 동안 92개의 아치를 그린 뒤 동행을 약속한 로하스에게 큰 기대를 품었다.
로하스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시범경기 11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400 OPS 1.153의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정규시즌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시즌 첫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에게 첫 승리를 안기는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하는 등 시범경기에서 좋았던 흐름이 정규시즌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로하스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176으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로하스는 5월에는 타율 0.242를 기록하며 조금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6월 타율 0.194로 바닥을 찍으면서 결국 2으로 내려가는 쓴맛을 봤다.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전담코치'를 붙이는 케어에 만전을 기울였고, 드디어 로하스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로하스는 전담코치가 붙은 7월 타율 0.282로 반등에 성공했고, 8월에는 3홈런 15타점 타율 0.305의 성적을 거두는 등 좋은 기세를 이어간 끝에 두산이 5위로 시즌을 마치는데 큰 힘을 보탰다.
특히 살아난 로하스의 존재감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빛났다. 로하스는 두산의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으나,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아치'를 그려내는 등 2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하지만 2023시즌이 끝난 뒤 두산의 선택은 '결별'이었다. 두산은 로하스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뒤 새 외국인 타자로 KT 위즈에서 뛰었던 헨리 라모스를 품에 안았다.
두산과 연이 끊긴 로하스는 결국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KBO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19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OPS 0.819를 기록한 로하스와 결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5일 창단 42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이 이유를 밝혔다. 사령탑은 "로하스가 굉장히 아까웠다"고 조심스럽게 말 문을 열었다.
로하스를 교체한 이유는 극심한 편차 때문이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가 지난해 후반기와 창원에서의 와일드카드에서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부진할 때와 좋았을 때 너무 명확한 차이를 보이더라. 잠실에서 19홈런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아깝기도 하고, 고민도 많았는데, 팀 내에 좌타자가 많기 때문에 좌우 비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합류하는 라모스의 경우 '스위치 히터'로 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설 수 있다. KT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으나,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에서 76경기에 출전해 89안타 13홈런 55타점 타율 0.318 OPS 0.964를 기록했고, 이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사령탑은 "KBO리그에는 에이스 투수 대부분이 좌투수이기 때문에 우타석에 들어갈 강력한 타자가 필요했다. 라모스가 스위치 히터이고, 트리플A에서 출루율(0.411)과 장타율(0.543)이 모두 좋았다. 그리고 KBO리그 경험도 있다. 좌·우 타석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팀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예전의 경험이 KBO리그에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과 함께 중심 타선에서 폭발력이 있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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