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우주 강국이 되었나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4. 1. 20. 0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⑥중국은 어떻게 우주 강국이 되었나


지난해 7월 이 칼럼에서 우주 산업이 차세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첨단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이후 북한의 첩보 위성 발사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1월 로이터 통신은 한반도의 우주 경쟁을 남과 북의 경쟁으로 규정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가장 먼저 첩보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고 가정하더라도 남한의 우주 붐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말에는 한국 정부가 주최한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이라는 또 다른 중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우주 영역에서 미국과의 협력 및 민간 우주 산업의 다양한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올해는 사천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모델로 한 한국 최초의 독립적인 우주 전담 기관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벤트들을 고려할 때 우주를 주제로 각국이 우주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고, 우주를 탐험하고 통제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논의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주제에 대해 한국 언론이 다룬 글들을 읽으면서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나, 또는 아랍에미리트처럼 이제 우주 여행을 막 시작한 (하지만 역동적으로) 국가와 비교해 한국이 우주에서의 성과 면에서 어떤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중국, 러시아 제치고 2위 우주강국 부상

그러나 서해 너머의 큰 이웃 국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고 러시아가 2위에서 몰락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가 될 수 있다.

그에 앞서 러시아가 우주 분야에서 강력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우주 경쟁에서 러시아를 큰 차이로 추월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사실 관계를 통해 살펴보자. 러시아는 1957년 위성을 궤도에 올린 최초의 국가이고, 1961년 우주에 최초로 인간을 보낸 나라다.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는 인간의 우주 비행을 독점해 왔다. 미국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2011년부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가 크루 드래곤 우주선에 탑승한 최초의 인간을 우주로 쏘아 올린 2020년까지가 마지막 기간이다. 그 사이 NASA와 ESA(유럽우주국)는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수송하는 데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해야 했다. 우주 분야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협력이 중단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하면, 서방이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선택지가 없었는지 알 수 있다.

우주정거장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은 현재 자체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다. 이 프로젝트는 1992년 시작돼 20년 만에 완전한 운영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인들이 '천궁'이라고 부르는 우주정거장 개발은 2011년 중국의 국제우주정거장 접근을 사실상 금지한 미국의 제재로 인해 더욱 가속화됐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는 2001년에 궤도에서 이탈했고, 15년 동안 운영됐다. 이후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기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자체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았다.

수치로만 보면 중국이 러시아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 수(500개 이상)가 러시아보다 3배 많고, 우주 활동에 배정된 예산(100억 달러 이상)도 3배 이상 많으며, 2022년 궤도 로켓 발사 횟수(60회)는 러시아보다 2배 이상 많다.

중국의 우주 진출은 몇 가지 좌절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어느 정도 뒤떨어진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고, 어떤 면에서는 외국의 인재에게 베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우주 성공의 설계자는 성인 생활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자국민 첸쉐썬(Qian Xuesen)이다. 그는 처음 MIT와 칼텍에서 공부한 후 제트 추진 연구를 주도하고 미 육군 중령(!)으로 복무했으며 국가 과학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기밀 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놀라운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매카시 시대의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시절 공산주의자 동조 혐의로 기소돼 일시적으로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됐다. 킴볼 차관은 이에 대해 "이 나라가 한 일 중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는 나보다 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는데 우리는 그를 강제로 추방했다"고 한 바 있다.

미국을 대표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처음에는 중국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그의 조국은 그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할 만큼 현명했고, 나중에는 그가 우주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연구는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 배치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버전이 이어지고 있는 주력 로켓 창정(長征·Long March)의 토대를 마련했다.

90년대에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틈새 시장을 찾는 흥미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위성 TV 부문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모바일 셀룰러 네트워크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었다. 서구 기업들은 이러한 사업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저렴하고 빠르게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반면 미국의 발사 서비스는 비용이 비싸고 고객 대기열이 길었다. 중국은 절반의 가격으로 빠른 발사를 제공했다. 제재로 인해 정부 허가가 필요했지만 일반적으로 허가가 내려졌다.

시행착오 거치고 틈새시장 개척…美 제재, 中 우주기술 촉진·둔화 모두 영향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다 1996년 수억 달러 상당의 미국 위성을 실은 중국 로켓이 점심 식사 직후 중국 남부에 추락해 인근 마을에서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는 중국 측과 공유됐다. 나중에 이 과정에서 중국군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민감한 기술 정보가 공유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인공위성의 중국 수출에 대해 무기거래규정(ITAR)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위성에 미국산 부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위성 발사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우주 시장의 초기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격 경쟁을 하겠다는 초기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로 판명됐다.

중국은 이 재앙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고는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지만, 그 여파로 안전 기록 개선에 상당한 관심이 모아졌다. 중국 우주 로켓과 관련된 다음 사고는 17년 후에야 발생했으며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점점 더 복잡한 임무에 집중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실수를 토대로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창정 로켓 제품군을 계속 개발하면서 안전 기능을 개선하고 마침내 2003년에 자국 우주비행사(taikonauts)를 우주로 보냈다. 다른 많은 국가들은 발사 능력을 인공위성으로 제한했지만,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독자적으로 인간을 궤도에 올린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은 더 먼 천체를 목표로 하는 야심찬 계획 대신 처음부터 로버를 타고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과학 및 공학계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함과 동시에 '달의 어두운 면'이라고 불리는 곳에 착륙함으로써 선례를 남기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달의 어두운 면은 달의 반구 중 지구에서 영원히 반대쪽을 향하고 있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중국은 두 대의 탐사선을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후에야 화성을 목표로 삼았고, 결국 2021년 봄 화성에 착륙했다.

중국은 또한 우주 기술에서의 성공을 통해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우주 기술은 엔지니어링의 정점으로 간주된다. 이는 매우 매력적이며 국가 전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종합적인 위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틈새 시장도 개척했다. 주로 개발도상국이 무선 통신과 지구 관측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위성을 구축·배치하고 자금을 조달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고객으로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라오스, 스리랑카, 알제리 등이 있다. 또한 중국은 적도 부근의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에게 우주로 향하는 최고 수준의 관문을 제공하기 위해 지부티에 최초의 외기권 우주항을 건설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우주 관련 결정이 모두 최선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독립적인 상업 우주 산업이 가져다 주는 기회에 너무 늦게 눈을 뜬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우주 산업이 존재한다고 해도 국영 우주 대기업과 효과적으로 통합되는 건 아니다. 중국의 우주 산업 발전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촉진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둔화되기도 했다. 서방과의 협력은 심각하게 제한됐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러한 조건 하에서 달성한 우주에서의 성과는 인상적이다. 이는 반도체와 관련해 현재 중국의 상황을 분석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사례 연구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루카스 베드나르스키(Lukasz Bednarski)는 금융서비스 기업 S&P글로벌에서 리튬 등 배터리 관련 금속을 담당하는 수석 애널리스트다. 하이테크 공급망 전문가이자 전 희토류 금속 거래자이며 '배터리 전쟁: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등으로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