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200만전자論’…개미현혹일까, 개미희망일까? [투자360]
PBR 40배 적용시 시총 1경2000조원
TSMC 수준시에도 주가 20만원
PBR 2배만 되도‘10만전자’ 개막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당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 국내 주식시장의 선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대 2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발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지정학적인 리스크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병폐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장기업이 알짜 부문을 물적분할해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또 회사 인수시 지배주주의 주식을 비싸게 매입해주는 ‘경영권 프리미엄’ 방식을 타파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들도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한 기업이 과도한 자사주를 보유하여 경영권 방어에 쓰는 황당한 상황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기업은 자사주 보유비율이 40%가 상회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주주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하겠다”며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전자투표를 의무화 해 주주들의 권리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겠가”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이런 조치들이 시행되면 현재 7만원 수준인 삼성전자의 가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48 수준에서 평가받을 것이 아니라 적게는 20만원(미국평균 PBR 3.86적용) 부터 많게는 200만원(애플·엔비디아 등 PBR 40적용) 까지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PBR(Price Book Value Ratio)은 해당기업의 주가 적정성을 순자산을 기준으로 따져본 것으로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순이익비율)과 함께 대표 밸류에이션 측정법이다. 통상 제조기업 밸류에이션은 PER보다 PBR을 더 많이 활용하는데,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누거나 아예 시가총액을 전체 순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총은 445조원 수준으로 이를 순자산(약 312조원)으로 나눈 PBR 값은 1.43배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TSMC(약 4배)와 미국의 엔비디아(42.40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애플(46.93배)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표 논리대로 삼성전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 TSMC 수준의 기업평가(PBR 4배)를 받을 수 있다면 시총은 1200조원을 넘어 주가가 20만원 수준으로 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나아가 엔비디아나 애플 정도까지 밸류에이션(PBR 40배)을 받게 될 경우 시총은 1경2000조원까지 늘어나 주당 가격이 2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값이 도출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근거한 추정치로, 이 전 대표가 언급한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이 모두 해소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나 애플과 동일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의 PBR이 단 2배만이라도 적용받는다면 ‘10만전자’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편, 세계 최고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의 장밋빛 전망 발표에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의 반도체 업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20조원 가량 불어났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SMC가 올해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돼 전 세계적으로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TSMC는 18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실적 발표 후 10% 가까이 올라 한달여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는 이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TSMC는 뒤이어 열린 대만 주식시장에서도 6% 이상 뛰었다.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유럽에서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홀딩스의 주가가 4% 상승하며 지역의 상승세를 주도했고 엔비디아, 인텔 등 미국 주식도 크게 오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업종 지수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 넘게 올랐으며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이나 어드반테스트 등의 주가도 5% 이상 상승했다. 호주의 반도체 주식도 많이 올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650억 달러(약 220조9000억원) 이상 늘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안형진 대표 겸 펀드매니저는 "TSMC의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은 반도체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AI에 대한 강한 수요를 보면 미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기술 기업이 AI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는 AI 개발 붐에 힘입어 일본과 미국 애리조나, 독일에 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에는 경영실적도 확연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최소 8% 증가해 180억~188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단기 펀더멘털에 대한 TSMC의 자신감이 지난 4~5개월 사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AI 수요에 대한 낙관론과 올해 시장 트렌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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