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 솔선수범 예고 "펑고 많이 받겠다, 싫은 선수도 뒷목 잡고 끌고 갈 것"

부산=양정웅 기자 2024. 1.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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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롯데 노진혁이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롯데 노진혁.
FA(프리에이전트)를 통해 많은 기대를 안고 낙동강을 건넌 노진혁(35·롯데 자이언츠)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두 번 실수는 없다는 듯 노진혁은 칼을 갈고 2024시즌 준비에 나선다.

노진혁은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지난해에는 많이 부족했다.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며 다가오는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번 비시즌 노진혁은 야구장과 사설 트레이닝 센터를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운동에 있어서는 센터가 잘 맞아서 거기서 하고 있고, 캐치볼이나 러닝, 타격 등 기술 훈련은 야구장에 나와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노진혁이 노력을 이어가는 건 지난해가 본인에게는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22억 원, 연봉 24억 원, 옵션 4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협상 첫날 자정부터 연락하는 등 지극정성을 보였고, 결국 노진혁도 '진심'에 넘어가며 이적을 택했다.

롯데가 노진혁을 택한 건 유격수-3루수로서는 준수한 타격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광주동성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2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그는 2022시즌까지 801경기에 출전, 타율 0.266(2309타수 615안타) 71홈런 331타점 305득점 8도루 OPS 0.761의 성적을 거뒀다.

NC 시절의 노진혁. /사진=NC 다이노스
상무 야구단 전역 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노진혁은 벌크업에 성공하며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내야수로 거듭났다. NC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20년에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4(427타수 117안타) 20홈런 82타점 70득점 OPS 0.836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는 12표를 획득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FA 직전 해인 2022년에도 15홈런 75타점으로 생산력 있는 시즌을 보냈다. 이에 롯데는 영입 당시 "노진혁의 장타력 등을 높게 평가했으며, 팀 내야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노진혁은 2023시즌 113경기에 나와 타율 0.257(334타수 86안타) 4홈런 51타점 7도루 OPS 0.724를 마크했다. 5월 말까지 타율 0.287, 3홈런, OPS 0.800으로 타선에 힘을 보탰고, 결정적인 상황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6월 중순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한 후로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기 들어 콘택트에 집중하며 기록을 끌어올렸지만,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본인 역시 "FA로 왔는데 첫해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노진혁이 좋은 모습을 보였던 5월까지 3위권에 위치했던 롯데는 이후 6월에만 6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는 등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롯데는 지난 시즌 144경기에서 68승 76패(승률 0.472)의 전적으로 7위에 머물렀다. 5위 두산 베어스와는 7경기 차로 벌어졌고,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우승이 없었던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노진혁. /사진=롯데 자이언츠
지난 한해를 돌아본 노진혁은 "안 다쳤으면 좋은 흐름이 있었을 때 잘 됐을 것 같은데, 거기서 한번 꺾였던 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연승을 달리며 분위기가 좋아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었어야 했는데, 선수들이 한 명 두 명씩 아프고 이탈하면서 내려갔다"며 "책임감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좀 미안했고, 스스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부상만큼 노진혁 본인에게 뼈아팠던 건 홈런의 부재였다.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던 2021년(8홈런)을 제외하면 그는 풀타임 주전이 된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려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단 4홈런에 머물렀다. 5월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3호포를 기록한 뒤 4번째 홈런이 나오기까지 무려 136일(10월 1일 사직 삼성전)이 걸렸다. 그나마 2루타 26개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1년 내내 뭔가 쫓긴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김태형(57) 신임 감독이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한 것은 본인에게 긍정적이다. 노진혁은 "타율이 너무 낮으면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맞추려고만 했다"며 "감독님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하다 보면 원래 자리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진혁. /사진=롯데 자이언츠
수비 시프트 제한이 생긴 것도 호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2024시즌 수비 시프트를 금지했는데,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바라볼 때 3루수와 유격수는 왼쪽에, 2루수와 1루수는 오른편으로만 자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시즌 중 시프트를 깨기 위해 번트까지 댔던 그는 "개인적으로는 (시프트 금지가) 너무 좋다. 작년에 시프트로 20개 넘게 걸린 것 같은데, 당겨치다 보니 손해를 많이 봤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진혁은 새 감독 체제에서 고참 역할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NC 시절부터 후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리더십을 보여준 그는 지난해 이적 후에는 주장 안치홍(현 한화)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조용히 지켜봤다고 한다. "원래 후배들에게 많이 뭐라 하는 스타일인데 못 하다 보니 사람이 답답하더라"고 말한 그는 "특히 내야수들을 똘똘 뭉칠 수 있게끔 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노진혁은 본인부터 솔선수범을 보일 예정이다. 그는 "오지랖을 많이 부려서 후배들에게 강하게 푸시할 생각이다. 내가 좀 더 솔선수범해야 선수들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펑고를 받겠다며 "하기 싫은 선수들도 뒷목 잡고 끌고 가서라도 해볼 생각이다"며 농담 섞인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또한 김민호(55) 수비코치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딱 내 스타일이다"며 반색한 그는 "먼저 파이팅하며 고참부터 나서면 후배들도 당연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진혁의 수비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오선진.
노진혁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내야에서 함께 베테랑의 짐을 짊어질 오선진(35)이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선진의 집에서 잘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노진혁은 "서로 의지하면서 같이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선진이는 워낙 수비도 잘하고 송구도 좋다"고 말한 그는 "후배들이 선진이를 보면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롯데에서의 2번째 시즌, 노진혁은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에 도전한다. 그는 "다시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기고 싶다. 그리고 원래 타점 올리는 걸 좋아하는데 작년에는 51타점에 그쳤다. 올해는 70타점 이상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노진혁. /사진=롯데 자이언츠
노진혁. /사진=롯데 자이언츠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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