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가 이뤄낸 카타르시스…라미란과 실화의 힘 [시네마 프리뷰]

장아름 기자 2024.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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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영화 '시민덕희' 리뷰
시민덕희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장면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탁소 화재로 전재산을 잃은 덕희(라미란 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손대리(공명 분)는 돈이 급한 덕희에게 대출상품을 제안하고, 덕희는 손대리가 요구한 대출 수수료 3200만원을 8회에 걸쳐 송금한다. 이후 손대리가 연락이 닿지 않자 은행을 찾아가지만,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덕희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박형사(박병은 분)는 "돈을 8번이나 송금하면서 이상하다는 걸 눈치를 못 챘냐"고 책망하고는 "좋은 인생 경험했다 생각하라"며 수사를 황급히 종결하고, 덕희의 사기 피해 금액보다 큰 사건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중 손대리로부터 조직에서 구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덕희는 손대리로부터 어렵게 얻은 정보로 경찰에 도움을 다시 한번 구해보지만, 박형사는 끝내 외면한다. 결국 친구들과 함께 직접 손대리를 구하고 총책을 잡기 위해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시민덕희 포스터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인 '손대리'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강점은 '실화'라는 점이다. 영화는 김성자씨가 제보를 받아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데 일조한 실화에 캐릭터와 전개를 더욱 극적으로 구성했다. 덕희가 친구들과 총책을 찾아내기 위해 중국 칭다오로 향한 설정 또한 허구다. 보통의 평범한 여성 시민이 해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현실성과 몰입도는 더욱 커진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실화 자체가 지닌 차별점 덕에 영화의 전개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영화는 매우 촘촘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덕희가 총책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차근차근 그려진다. 전재산을 날린 안타까운 덕희,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돼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칠 수밖에 없는 재민,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하고 싶지만 격무에 시달려 매너리즘에 빠진 경찰까지 각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선도 디테일하게 드러난다. 박병은이 연기한 박형사조차도 평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애쓴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캐릭터가 탄탄해지면서 이야기의 밀도도 높아졌지만, 이 점이 전개가 늘어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적 평가가 뒤따른다.

라미란은 '시민 덕희' 그 자체다. 표정부터 옷차림까지 생활감이 느껴지는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대변한 듯하다. 총책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힘을 주지 않고도 호소력이 크다는 점에서 남다른 내공이 실감된다. 박형사와의 티키타카에서도 과하지 않은 연기로 적절한 웃음을 주는 균형감 또한 탁월하다.

덕희의 곁에서 '덕벤져스'를 구성한 염혜란과 장윤주 안은진의 활약 또한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박병은도 힘을 뺀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시민 덕희'에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호흡으로 웃음을 책임졌다. 이무생은 드라마 '더 글로리' 못지 않게 강렬한 연기로 독한 빌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영주 감독과 배우들은 '시민 덕희'를 선보이며 "피해자를 위로 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결코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민 덕희'는 덕희의 입을 빌려 그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영웅이 아닌 한 여성 시민이 그리는 사이다 결말로 통쾌함도 안긴다. 그 결말이 결코 판타지가 아닌, 생생한 실화라는 점에서도 카타르시스는 헛헛하지 않다. 실화의 미덕이 새삼 더 돋보이는 영화다. 오는 24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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