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스로 과소평가해?" 천재 동생에게 가려졌던 형의 재능...땅끝마을 지킨 예비역, 괌 스캠 깜짝 합류

조형래 2024. 1. 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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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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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동생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가 됐다. 형은 동생의 재능에 가려져 있었고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야구 가족의 DNA는 어디 가지 않았다. 롯데 이주찬(26)이 1군 스프링캠프행 티켓을 받고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오는 2월1일부터 미국령 괌과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스프링캠프 출발이 다가오면서 참가 명단을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까지 약 40여 명의 선수단이 꾸려질 전망. 이 명단에 이주찬의 이름이 깜짝 포함됐다.

이주찬은 경남고 동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롯데의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이 해 곧바로 감격의 1군 데뷔의 꿈까지 이뤘다. 1군에서는 3경기 8타석 7타수 무안타 5삼진을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는 87경기 타율 2할7푼2리(268타수 73안타) 1홈런 22타점 14도루 OPS .738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시즌을 마친 이주찬은 2021년 11월30일, 곧바로 현역으로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했다. 광주 전남 기반의 31사단 소속 해안 경계병이었다. 땅끝마을 해남을 지키다가 지난해 5월29일 전역했다. 전역한 뒤 이주찬은 비교적 빠르게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공격에서 진일보 했다. 42경기 타율 3할1리(113타수 34안타_ 3홈런 18타점 5도루 OPS .843의 성적을 기록했다. 군 입대 이전에는 ‘타격보다 수비가 강점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타격을 발전시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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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군 복무 시기가 의미없지 않았다는 게 기록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실적인 훈련 여건은 열악했다. 그는 “타격 훈련이나 수비 훈련을 하는 게 아무래도 힘들다. 그런데 또 저는 해안 소초에서 근무를 해서 연병장도 없었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고 야구를 하다가 그만 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와 캐치볼 정도만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의 결과로 파워가 늘어났다. 85kg 정도였던 몸은 근육과 함께 95kg까지 증량했다. 지금은 80kg 후반대에서 90kg 초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도 많이 체감이 됐고 타구에도 힘이 붙었다.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따라왔다. 그는 “실전 감각이나 순발력 등은 무뎌진 게 있었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힘이 많이 붙어서 복귀했다”라면서 “전역하고 타격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라고 설명했다.

2군에서의 결과, 그리고 2군 마무리캠프에서의 모습들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는 마무리캠프 막바지, 이주찬을 1군으로 불렀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 “수비는 안정적으로 하고 방망이에서도 파워를 갖춘 것 같다. 하드웨어적으로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주찬은 결국 1군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괌에서 자신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이주찬은 “1군 마무리캠프에 참가를 못하다가 막판에 가서 2주 정도 훈련을 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공수에서 자신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좋게 말씀해주셨다”라면서 “사실 마무리캠프 때 잘 했다거나 눈에 확 띄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주찬의 1군 첫 스프링캠프 참가다.

결국 코칭스태프도 이주찬의 강점과 재능을 봤기에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 그는 “2군에 있으면 사실 많이 무뎌지게 되고 실망도 많이 한다”라면서 “하지만 다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려고 한다. 의욕적으로 준비를 하다 보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긴장이 되기도 하고 신기하다. 선배님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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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찬의 3살 터울 동생은 지난해 LG에서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기량을 만개한 이주형(23)이다. 형보다는 동생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더 주목을 받았다. 이주찬은 대학에 육성선수 출신이지만 이주형은 2020년 신인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유망주였다. 이주형은 지난해 후반기, 키움으로 트레이드 되고 69경기 타율 3할2푼6리(215타수 70안타) 6홈런 36타점 OPS .897로 맹활약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격 천재’ 소리를 들었고 그 잠재력을 비로소 뽐내고 있다. 형인 이주찬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던 동생 이주형은 어느덧 리그 젊은 타자들의 대표주자가 됐고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난 이정후의 공백을 채울 적임자로 거듭났다.

이주찬은 “어릴 때부터 동생은 타격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다. 이제는 제가 타격을 더 많이 물어본다. 마냥 어릴 때는 그게 필요하다가 생각 못했는데 이제 깨달았다”라면서 “동생은 자기 것을 갖고 있고 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제는 동생이 더 경험이 많다. 동생을 만나면 거의 야구 얘기만 한다. 그래도 다른 형제들보다는 친한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한다”라고 웃었다. 이주찬의 첫 1군 스프링캠프 참가 소식에 동생은 무뚝뚝하게 “잘해라”라고 한 마디 건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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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형인 이주찬의 차례다. 이주찬은 “원래는 형이 좀 잘하고 동생이 뒤따라가는 그런게 있는데, 우리는 동생이 먼저 잘 됐다”라며 “질투나지는 않는다. 동생이 잘 돼서 좋고 나도 이제 잘 하면 된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으쌰으쌰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스스로를 믿지 못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이주찬은 “이병규 코치님께서 2군에서 항상 ‘네 스스로를 왜 과소평가하냐. 자신있게 해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동안 야구할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스스로 위축됐다.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면서 “하지만 병규 코치님 말씀을 계속 듣다 보니까 이제는 자신있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주찬은 이제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선배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한다. 한화로 떠난 안치홍의 주전 2루수 자리도 공석이다. 박승욱, 고승민, 오선진, 최항, 정대선 등 기존 1군 선수들이 우위일 수 있지만 이주찬도 경쟁 속에서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송구를 비롯해서 수비 쪽은 정말 자신있다고 생각한다. 김민호 코치님께서 시키시는 것을 다 소화하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또 힘도 좋아졌으니까 연습 때나 실전 때 힘이 좋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공격적으로, 과감하게 치면서 ‘얘가 힘이 좋은 선수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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