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용서했더니 내연녀와 스위스 여행…‘남편 살해’ 50대, 징역 10년

내연녀와 스위스 여행을 가려던 남편을 살해하고 다음 날 불륜 관계에 있던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5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19일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8·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8일 오후 10시45분께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 B(58)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십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음 날인 7월9일 오전 9시50분께 남편의 내연녀 C(53)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손님인 척하며 들어가 그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아픈 큰아들의 병원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와중에 불륜관계에 있던 C씨와의 스위스 여행을 위해 1240만원을 결제한 영수증을 우연히 발견하고 분노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가정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해 왔던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중 남편을 만났고, 결혼 이후 양육을 위해 교사 일을 그만뒀다. 또 사업을 하다 파산한 남편을 대신해 파출부, 식당일 등을 하며 가장의 역할을 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B씨가 수시로 외도를 하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A씨는 남편이 주거지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C씨와 8년간 외도를 이어온 사실을 알고 있었다.

A씨는 C씨에게 관계 정리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남편 간수나 잘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특히 A씨는 B씨로부터 ‘지고지순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적당한 시점에 돌아간다’는 말을 들으며 참고 견뎠다.

이후 2022년 7월 불륜관계를 정리했다는 말을 들었고 남편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명의로 1억원을 대출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C씨와 헤어지지 않았고, A씨는 지난해 6월 남편이 C씨와 스위스 여행을 위해 1240만원을 결제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범행 당일 남편으로부터 “너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변호인 측은 밝혔다.

재판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반사회적 범행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유족과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이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극도로 분노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두 아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