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KIM이 더 낫다는 걸 무시한 것"…김하성 '연장계약' 맺으면 '3870억' 유격수 밀어낸다? "위치 바뀔 수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하성과 보가츠의 위치가 바뀔 수도"
'MLB.com'은 19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미래와 함께 잰더 보가츠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가츠는 김하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선수다. 이유는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 김하성은 지난 2022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수술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 틈에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데뷔 첫 시즌 타율이 0.202에 그쳤던 김하성은 150경기에서 130안타 11홈런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공격력 면에서는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하성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 있었다. 김하성은 유격수는 물론 팀이 필요할 때는 3루수로도 출전하는 등 수비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뽐냈다. 그 결과 김하성은 수상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내셔널리그에서 유격수로 최정상급 수비력을 뽐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의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이어졌다. 김하성과 함께 타티스 주니어까지 두 명의 유격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2-2023년 오프시즌 무려 11년 2억 9000만 달러(약 387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통해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던 것이다. 물론 보가츠는 샌디에이고 전력에 플러스가 되는 선수.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10시즌 동안 1264경기에서 156홈런 타율 0.292 OPS 0.814의 성적을 남길 만큼 타격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이미 두 명의 유격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유격수를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어쩔 수 없이 '교통정리'에 돌입했다. 일단 보가츠에게 주전 유격수를 맡기고, 김하성을 2루수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8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모두 마친 타티스 주니어는 외야수로 보냈고, 기존에 2루수를 맡아오던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1루수로 이동시켰다. 보가츠 한 명의 합류로 인해 무려 세 명의 선수가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것이다.
이는 김하성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득'이 됐다. 물론 오프시즌 김하성이 구슬땀을 흘린 노력의 결과인 것도 있지만, 수비의 부담을 덜어낸 김하성은 지난해 152경기에서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루수를 비롯해 유격수와 3루수로도 출전한 김하성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교통정리를 통해 2023시즌을 치렀지만,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내야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포지션을 변경한 뒤 크로넨워스의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장기계약'을 맺은 탓에 크로넨워스를 기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2루수로 출전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황금장갑까지 품에 안은 김하성을 대신해 다시 2루수로 출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MLB.com'도 이러한 점을 짚었다.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유격수에 가득 찬 선수 명단을 갖고 있다"며 "잰더 보가츠는 다른 공지가 있을 때까지는 선발 유격수다. 그러나 지난 겨울 보가츠와 11년 계약을 체결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적합성을 감안할 때 그 계약의 신중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격력 약화였다.
보가츠는 지난해 155경기에서 170안타 18홈런 58타점 83득점 타율 0.285 OPS 0.790의 성적을 남겼다. 단순히 타율만 놓고 본다면, 보가츠가 본격 주전으로 거듭난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성적이었다. OPS 또한 밑에서 네 번째였다. 분명한 것은 2억 9000만 달러를 안길 정도로 큰 기대를 품었던 방망이가 배신을 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반대로 타격 능력이 덜어지면서 평균 이하였던 수비력이 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보가츠가 수비력이 좋아졌지만, 김하성에 유격수에는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MLB.com'의 생각이다. 매체는 '보가츠가 선발로 나서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 "김하성이 2루수로 순조롭게 적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더욱 까다로운 질문이었을 것이다. 엘리트 수비수인 김하성은 2루수에서도 엘리트였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센터 내야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김하성이 보가츠보다 더 나은 유격수라는 점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보가츠의 수비력이 다시 떨어진다면, 더이상 보가츠는 유격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점에서 2024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김하성과 샌디에이고가 연장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일단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를 유격수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까닭. 보가츠의 수비력이 마이너스라면 김하성이 유격수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MLB.com'은 "보가츠는 샌디에이고와 10년의 계약이 남아있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유격수 자리를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연장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김하성과 보가츠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의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17개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고, 'CBS 스포츠'는 김하성을 2024년 FA 랭킹 6위로 꼽았다. 가치가 절정에 달해 있는 상황. 일단 2025년 +1년의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가운데, 각종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서 있는 김하성이 2024시즌을 넘어 이후에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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