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장까지 나서 국회 설득… 30兆 K방산 수출 데드라인 다가온다
자본금 규제로 폴란드 무기 2차 계약 막혀
2월 임시국회서 개정 불발시 수출 계약 무산
폴란드에 대한 30조원 규모의 무기 2차 수출 계약이 수출입은행법 개정 지연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의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1~2월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2차 계약은 무산되거나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30조원 수출 계약의 ‘데드라인’이 한 달여 남은 것이다.
20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수은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고위 인사들과 함께 의원들을 만나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 성사를 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 처리가 꼭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방산업계는 다음 달 8일까지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 2차 계약은 사실상 무산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은 수은 자본금 한도 규제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48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는 이후 한 달 만인 2022년 8월 17조원 규모의 1차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무기 수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1차 사업은 양산·납품이 진행되고 있다.
2차 사업은 약 30조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 본계약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차 사업 금융지원을 담당했던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2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현행 수은법상 수은은 특정 대출자(대기업집단)에 대해 자기 자본(15조원)의 40%(6조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수은은 1차 사업에서 6조원가량의 신용공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확대하거나 대출 한도를 늘려 폴란드 방산 2차 계약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현재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정송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은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양 의원 법안은 수은 자본금 한도를 35조원으로 높이는 내용으로 지난달 발의됐다. 윤 의원은 30조원, 정 의원은 25조원으로 수은 자본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 쟁점 법안이 많아지면서 수은법 개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기재위에서 수은법 개정안은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여야 모두 수은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지만, 기재위 일부 의원 중에는 수은법 개정으로 수은의 금융 지원이 중견·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쏠릴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중은행이 대주단을 꾸려 폴란드에 대출을 해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신디케이트론(금융단 공동 중장기 대출)’ 방식을 통해 폴란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 수출 사업을 돕고 있다. 다만 폴란드 측은 정부 기관 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이 방안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이나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대형 수출 사업은 수출하는 국가의 정부 기관 등이 금융을 주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수은법 개정이 무산되면 앞으로 방산·원전·SOC 등 대규모 수출 산업을 추진하려 할 때마다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 무기 수출 방산업체들은 이번 임시국회를 2차 계약 성사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기존에 발의된 법안은 폐지되고 상임위를 꾸리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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