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3000 간다더니… 증권가 전망치 하단 벌써 무너졌네
교보證 올해 코스피 1900~2500 전망 ‘눈길’
코스피지수가 새해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말 낙관적 예측을 내놨던 증권사 연구원들이 숨을 곳을 찾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 코스피지수 밴드를 2450~2650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단 2450이 첫 3주만에 깨졌다.
코스피지수는 19일 전 거래일 대비 1%대 상승 마감했지만, 여전히 2450선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대부분 증권사는 코스피지수 밴드의 최하단을 2300선으로 잡고 있는데, 이 수준까지 내려앉을지 모른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당분간 딱히 호재가 나올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해 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교보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2000선 붕괴 가능성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300~2900으로 잡았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200 초반에서 2600 중반까지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이 올해 전망을 밝게 본 셈이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2655.28까지 치솟으며 폐장했다. 각 증권사는 ‘1월 효과’로 인해 1월에도 증시가 양호할 것으로 봤고, 이에 따라 지수 전망을 더 긍정적으로 고치느라 바빴다.
NH투자증권은 당초 올해 1월 코스피지수의 저점을 2400으로 제시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저점을 2450으로 높여 잡았다. NH투자증권의 이달 전망은 엇나갔지만, 그렇다고 크게 질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지수 밴드는 폭이 좁다. 2450~2650이니 틀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았던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올 한 해 전체로 보면 코스피지수가 2250~2750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DB투자증권은 예측 범위를 아예 넓게 제시했다. DB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2150~2950선에서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상·하단 차이가 800에 달한다. 거의 틀리기가 힘든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지수 밴드를 저렇게 잡는다는 것은 ‘우리도 몰라’라는 의미와 같다”면서 “사실 참고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도 “NH투자증권이 잘못 봤다고만 할 수는 없다”면서 “예측은 충분히 틀릴 수 있고, 왜 틀렸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00~2500을 제시한 교보증권은 무엇 때문에 비관론을 내놓은 것일까. 교보증권이 보수적인 관점을 제시한 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시에 과하게 반영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새해 들어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발언이 잇따르면서 교보증권의 분석이 맞아떨어진 상황이 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오는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53.8%로 전망한다. 연초 80%대보다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교보증권의 비관론 제시의 또 다른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이 또한 현재로서는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상장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교보증권 전망과 관련해 눈여겨볼 점은 반도체주의 흐름이다. 지난 19일 반도체주 주가는 양호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작년 4분기 호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4%대 급등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TSMC 실적 발표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 투심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반도체에 대해 주도주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미 각각 30%, 70% 올랐던 만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은 선반영됐다는 게 교보증권의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작년 수출이 역성장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 건 올해 좋아질 지점이 이미 작년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의미”라며 “고평가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주가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따라 교보증권의 전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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