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이라더니… 한동훈의 ‘김경율 마포을’ 발표에 술렁이는 與
그 전날에는 인천 신년회에서 ‘원희룡 계양을’ 내세워
현직 당협위원장에게 사전 양해 구하지 않아 분위기 술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사실을 전격 발표하며 당내 잡음이 일고 있다. 한 위원장은 마포을 현역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상대로 김 비대위원을 직접 지목했는데, 현직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과의 사전 조율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한 공천·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이 지역을 돌며 사실상 전략공천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자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지목하기 전날 공천룰을 발표했지만, 아직 전략 공천 지역 등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회계사는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고 소개하며 김 비대위원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김 비대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저서 ‘조국 흑서’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그간 ‘운동권 정치 청산’을 강조해 온 바 있는데 김 비대위원을 이를 위한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을은 김성동 전 의원이 현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 있던 지역이다. 문제는 사전에 서로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현장에서는 곧바로 김상한 마포구을 당협사무국장이 ‘전략 공천’이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선비즈에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실 등에 대해 사전에 얘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면서 “한 위원장 본인이 공정한 공천을 약속하고 말했는데, 속마음이 다른 것처럼 보여지니 얼마나 모순되나”라고 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에 대해서 “시민운동가로서 그분을 모르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 우리 당원 중 그분과 동지 의식을 가지고 알고 계셨던 분이 몇 명이나 있겠나”라며 “그런데 그런 식으로 발표하니 당협위원장들이나 당원들 입장에서는 충격이 더 컸었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깜짝 발표’는 마포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실을 발표하기 전날인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맞상대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소개했다. 원 전 장관도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윤형선 인천 계양을 전 당협위원장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서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붙어 44%대의 득표율을 얻으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윤 위원장은 조선비즈에 “신년인사회 전날 원 전 장관이 전화가 왔다. 다른 얘기는 없었고 ‘내일 인천에 간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며 “한 위원장이 원 전 장관을 ‘이재명 저격수’로 치켜세우면서 당연히 거기서 화답해야 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이재명 대표가 성남에서 낙하산으로 왔을 때도 지역에서 ‘계양이 호구냐’며 분위기가 싸했었다”며 “지금도 낙하산에 대해서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감지된다”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수원 출마를 선언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정)를 먼저 무대로 불러 악수를 나누는 등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다른 수원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사회자의 소개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원병 출마를 준비하던 김용남 전 의원이 반발해 당을 탈당, 개혁신당으로 거취를 옮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일방적으로 자르면 감정적으로 섭섭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당협위원장은 “동료 당협위원장들 사이에 ‘김성동만의 일은 아니다’ 이런 인식은 있는 것 같다. 발표하는 방식이 불쾌하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발표에 대해 한 위원장은 ‘전략공천’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전략공천이냐’는 질문에 “(김 비대위원)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에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칠 것”이라며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비대위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마포을은 전략지역이 아니다”라며 “(마포을 출마 사실을 밝히기 전날인) 수요일 저녁에 한 위원장과 둘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 실수가 컸다”라며 “한 위원장에게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이 안 돼 있더라. 여기 비어있네요‘라고 잘못된 정보를 줬다”고 했다.
이어 “한 위원장도 그렇고 저도 정치 초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며 “외람된 표현이지만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받아들였고, 한 위원장도 검증해 보지 못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은 “전략공천을 원하면 다른 데 원했을 것”이라며 “김성동 전 당협위원장께 정말 죄송하고, 엎드려 사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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