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이라더니… 한동훈의 ‘김경율 마포을’ 발표에 술렁이는 與

박지영 기자 2024. 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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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서울 신년회에서 ‘김경율 마포을’ 출마 깜짝 발표
그 전날에는 인천 신년회에서 ‘원희룡 계양을’ 내세워
현직 당협위원장에게 사전 양해 구하지 않아 분위기 술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사실을 전격 발표하며 당내 잡음이 일고 있다. 한 위원장은 마포을 현역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상대로 김 비대위원을 직접 지목했는데, 현직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과의 사전 조율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한 공천·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이 지역을 돌며 사실상 전략공천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자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지목하기 전날 공천룰을 발표했지만, 아직 전략 공천 지역 등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회계사는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고 소개하며 김 비대위원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김 비대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저서 ‘조국 흑서’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그간 ‘운동권 정치 청산’을 강조해 온 바 있는데 김 비대위원을 이를 위한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을은 김성동 전 의원이 현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 있던 지역이다. 문제는 사전에 서로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현장에서는 곧바로 김상한 마포구을 당협사무국장이 ‘전략 공천’이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선비즈에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실 등에 대해 사전에 얘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면서 “한 위원장 본인이 공정한 공천을 약속하고 말했는데, 속마음이 다른 것처럼 보여지니 얼마나 모순되나”라고 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에 대해서 “시민운동가로서 그분을 모르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 우리 당원 중 그분과 동지 의식을 가지고 알고 계셨던 분이 몇 명이나 있겠나”라며 “그런데 그런 식으로 발표하니 당협위원장들이나 당원들 입장에서는 충격이 더 컸었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깜짝 발표’는 마포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실을 발표하기 전날인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맞상대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소개했다. 원 전 장관도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윤형선 인천 계양을 전 당협위원장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서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붙어 44%대의 득표율을 얻으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윤 위원장은 조선비즈에 “신년인사회 전날 원 전 장관이 전화가 왔다. 다른 얘기는 없었고 ‘내일 인천에 간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며 “한 위원장이 원 전 장관을 ‘이재명 저격수’로 치켜세우면서 당연히 거기서 화답해야 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이재명 대표가 성남에서 낙하산으로 왔을 때도 지역에서 ‘계양이 호구냐’며 분위기가 싸했었다”며 “지금도 낙하산에 대해서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감지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수원 출마를 선언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정)를 먼저 무대로 불러 악수를 나누는 등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다른 수원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사회자의 소개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원병 출마를 준비하던 김용남 전 의원이 반발해 당을 탈당, 개혁신당으로 거취를 옮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일방적으로 자르면 감정적으로 섭섭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당협위원장은 “동료 당협위원장들 사이에 ‘김성동만의 일은 아니다’ 이런 인식은 있는 것 같다. 발표하는 방식이 불쾌하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발표에 대해 한 위원장은 ‘전략공천’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전략공천이냐’는 질문에 “(김 비대위원)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에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칠 것”이라며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비대위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마포을은 전략지역이 아니다”라며 “(마포을 출마 사실을 밝히기 전날인) 수요일 저녁에 한 위원장과 둘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 실수가 컸다”라며 “한 위원장에게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이 안 돼 있더라. 여기 비어있네요‘라고 잘못된 정보를 줬다”고 했다.

이어 “한 위원장도 그렇고 저도 정치 초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며 “외람된 표현이지만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받아들였고, 한 위원장도 검증해 보지 못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은 “전략공천을 원하면 다른 데 원했을 것”이라며 “김성동 전 당협위원장께 정말 죄송하고, 엎드려 사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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